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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02. 2023

떡값

떡값은 명절에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한 수당을 이르는 말이다. 상여금이나 명절 휴가비라고도 하는데, 이는 명절에 고향 갈 때 부모님께 효도차원에서 선물을 살 때 보태어 쓰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예로부터 설날추석, 잔치, 제사에는 떡국이나 송편 외에도 여러 가지 떡을 만들어서 차례상이나 잔치상에 올리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1] 떡을 만드는데 보태라고 떡값을 건넸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뇌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2]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이 금품을 떡값 명목으로 주고받았을 뿐 대가성이 없다고 변명하면서 이러한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위키백과에서 발췌한, 떡값에 대한 정의이다.

12년 전, 내가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 이래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상여금'에 대한 질문이었다.


"빛담, 너 다니는 회사에서는 추석이랑 설에 상여금 얼마나 줘?"

"어.. 어 그게, 우리는 상여금을 안 줘^^;"

"에? 왜 안 줘, 돈 '십만 원'도 안 줘?"

"안 줘... 거룩하신 회사님은 월급에서 조금씩 떼서 추석 설에 고향 갈 때 선물 마련해 가라고 몰아서 줄뿐... 1원 한 푼 더 주는 거 없어"


 설명할 때,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지면, 확신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팩트는 그러했다. 회사는 추석 및 설 명절 상여금이라는 명목하에, 월급여에서 1/6씩 차감하여 명절날 조금 더 몰아줄 뿐, 별도의 '상여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 임금 협상 간 타결된 내용 중엔, 그나마 이렇게 1년에 두 번 개개인의 월급을 적립해 모아서 한꺼번에 주던 추석 설 상여금도 이젠 다시 월급에 합산하여 지급하고, 별도의 '상여금'은 없는 걸로 결론이 나서 이번 추석부터는 정말 '월급'만 받게 되었다. 조삼모사라고는 하지만, 그간 월급의 대부분을 와이프한테 갖다 준 나로선, 사실 면이 잘 서지 않았다. 


"이거 받아, 명절 상여금이야"라는 말과

"월급에 상여금 포함되어 있어. 명절에는 이제 기대하지 마"

라는 말은, 실질임금은 같지만, 느낌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달까... 뭐, 와이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지난주,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일감을 받아 수행 중인 웨딩 업체로부터 해당 주에 대한 정산금이 들어왔다.

그런데... 앞자리에 '1'이 더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해당 업체 대표는 별로 빈틈이 없는 사람이다. 칼같이 스케줄을 관리하고, 정산에서도 1원도 실수한 적이 없는 분이다. 그런 분이 나에게 추가금을 더 정산하고, 별 말이 없다는 건 '명절 떡값'이라는 뜻일 것이다.


 대표에게 고맙다 카톡을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명절 시작하고 정산 금액을 지급받게 되어, 휴일이었던 터라, 회사에서 근무하던 평소 습관대로, '휴일은 노터치'라는 대전제가 머릿속에서 발동하여 고맙다는 카톡을 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어차피 이번주 주말 스케줄에 대한 상세정보를 알려줄 것이니 그때 고맙다고 진심을 담아 답장할 생각이다.


 기분이 묘했다. 단돈 십만 원이라도, '떡값'이라고 하여 돈을 더 받으니, 뭔가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아마 대표도 내가 진심을 담아 촬영하는 결과물을 받아보고 있을 테니,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겠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사실 마음이 복잡했다. 지금 업체는 촬영시간이 너무 길어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 도전하기로 한 '메인 스냅'에 대한 이야기는 먼저 꺼내주시지도 않다 보니, 이곳은 연말까지 받아둔 스케줄만 소화해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웨딩업체 대표께서 나에게 입금할 때, 나를 더 챙겨주고 싶었던 마음을 전달받은 지금은, 당분간은 이 업체에서 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게 되었다. 그만큼 나를 챙겨준다는 이야기니, 이곳에서도 내가 인정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본업인 회사에서도, 단돈 십만 원이라도, 추가 상여금을 주면 좋을 거 같다. 무엇보다 '마음'이다 '마음'.

회사입장에서야 많은 임직원에게 십만 원씩 더 주게 되면 영업이익에 타격이 되겠지만, 그 십만 원이 직원들에게 그 이상의 가슴을 울리는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나 또한, 사비로 협력업체분들에게 항상 감사함을 표시하곤 한다. 비록 명절날 내 사비를 털어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떡값을 주진 못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직원들을 찾아내 적은 금액이라도, '동기부여'를 해 줌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Lock-In 하고 팀이 잘되게 관리하는 것. 그게 나의 임무이기도 한 것 같다. 


 군대 소대장시절부터, 항상 '주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가, 오랜만에 내가 '받아보니' 확실히 기분이 업되는 것이 느껴졌다. 


"대표님이 신경 써주신 이 마음, 가슴에 담고 촬영할꼐요. 떡값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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