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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26. 2023

핸디캡 (Feat. 자본주의 사회)

과거를 자랑하지 말고, 나의 현재를 개발하자

"Life is unfair, get used to it."  인생은 불공평합니다. 그 불공평함에 익숙해지세요. - Bill Gates


 본인은 이전 글들을 통해 필자의 백그라운드를 어느 정도는 넌지시 이야기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창 시절 뭐 하나 특출 날 것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에 대한 생각마저도 안 하던,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대부분 청소년기를 자라 다수가 선택하는 대학을 '점수'에 맞춰가 약 4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는 그런 내용들이다. 


 나 또한 내 또래들 누구나 다 시험 보는 수학능력시험을 친구들과 함께 치렀고, 정말 '수학'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특히 이과에서 해당 과목에 대한 가중점을 높게 쳐주는데, 학과 및 대학교 선택 시 가중점이 부여됨으로 인해 매우 불리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수능 3등급 안에 들어가지 못했던 학생으로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학교는 별로 없었고, 수도권 4년제 집에서 지하철로 통학할 수 있는 한 곳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추천받아 그곳에 합격하여 아무런 기쁨 없이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던 거 같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스스로 공부는 열심히 하였으나 그 요령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사실 추측성으로 밖에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게,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그 당시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고민 안 하고 입학한 필자의 캠퍼스 라이프는 도망 또 도망의 연속이었다. 컴퓨터 공학과를 들어왔지만 그저 학창 시절 흥미도 없고 성적도 좋지 않던 '미분 적분' 이랑 '물리' 안 하는 과라고 하여 입학했던 터라, 전공과목 수강 중 과제등의 압박이 들어오면 정신적으로 쉽게 무너지곤 했다. 

 예전 같으면 친한 친구 둘셋 정도는 만들어서 숙제라도 좀 도움을 받곤 했을 텐데, 대학생활은 정말 사회생활의 시작이었고, 서로가 그런 행동들에 대해 민감해하였기에 필자는 방학 때 학점 오픈 시기만 되면, 전공점수가 좋지 않아 가슴앓이만 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런 생활 중, 한 가지 인상 깊던 장면은 있었다. 바로 내가 3학년이던 시절 그 당시 잘 나가던 전공 교수의 강의였는데, 여러분들이 낸 비싼 등록금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나중에 '3000'만원 연봉 주는 대기업에 들어가면 금방 회수되는 투자금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대기업은 3000만 원의 연봉을 주는 곳도 드물었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4학년 선배들이 웅성 거렸다. 큰 강의장이어서 그런가 조금 더 눈치 안 보고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요지는 "우리가 어떻게 들어가냐"는 패배의식에서 비롯된 푸념들이었었다. 


 시간이 흘러, 나 또한 졸업 후 군복무를 마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몇 번의 취업 재수 끝에 그 당시 교수님이 말하셨던 '3000만 원' 연봉 주는 기업에 운 좋게 합류할 수가 있었다. 나 또한 그 당시 입사지원 서류에서 걸러지면, '출신학교가 안 좋아'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들도 많이 했었지만, 진짜 이유는 면접위원들 '그들'만이 아는 것들이었고, '한 놈만 걸려라'라는 심정으로 끝까지 취업 시장에서 포기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사실 '블라인드 채용'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출신학교 및 기타 성장과정이나 스펙등을 안 보고 채용을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했던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에 입사해서도 과거의 이력을 통해 동료들을 멋대로 재단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 또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같은 구성원이라면, 실력과 조직에 대한 기여도 등을 통해  평가가 되어야지, 과거의 어떤 한 이벤트에서 특출 났던 이력만 가지고 그 사람에게 기회가 편중되거나 좋은 결과를 부여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원칙적으로 출신학교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다 보면 학과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본인의 배경을 설명하며 출신학교등을 이야기할 때가 왕왕 존재한다. 그럴 때 이야기를 나눠보면 사실 필자보다 서열이 낮다고 생각되는 학교 출신 동료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울러 개 중에는 자신의 모교 축제를 간다며 에둘러 나에게 자랑도 하는 친구들도 왕왕 있었다. 가끔은 '캠퍼스 리쿠르팅'을 위해 업무시간에 자신의 모교에 가서 후배들을 보고 온다는 동료들도 있었다. 어느 초가을 날, 사무실에 나 혼자 남아있던 그 순간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래서였을까? 그때서야 필자는 어른들이 소위 말하는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평균' 목표치가 높은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에게는 대기업은 그냥 디폴트 옵션이었고 도전이 아닌 선택지 중 1개로 여기는 모양새였다. 필자가 앞서 이야기했던 그 당시 4학년 생 선배들의 자신 없는 웅성거림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료들은 대학 재학시절 회사에 입사한 선배들의 리쿠르팅 응원을 받는 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본인도 베풀기 위해 모교를 찾는 선 순환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한때다. 매년 매일 리쿠르팅을 하지 않는다. 어찌 되었던 나도 이 조직에 속해 나름의 기여를 하고 있었다. 과거는 과거로 잊고, 나는 비록 어릴 적 공부를 못하여 '명문대'를 나오지 못했지만, 회사 내에서 그들과 당당하게 협업하며 공부 대신, '업무'갖고는 절대 욕을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항상 지니고 살게 되었다. 


 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필자처럼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다는 '가지지 못한 이미지' 일 수도 있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른 사람들 보다 불리함을 지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울러 누군가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사항에 처해 있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스스로의 핸디캡 때문에, 나의 현재 혹은 미래에 대해 스스로 한계선을 그어버리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꼭 희망회로를 돌리면서 하염없는 '잘될 거야'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삶과 현실은 누구에게나 냉혹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에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비대칭 무기'들이 분명히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상냥함이 있어 사람을 한 곳으로 모으는 능력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냉정함이 있어 협상과정에서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도 있다. 

 사회생활에서의 '일'은 학창 시절 우리가 배웠던 과목들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으며, 수많은 일들 중 본인의 비교 우위를 살려 팀에 기여할 수 있는 항목들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물론 비 자본주의를 채택 중인 몇몇 국가도, 실제 그들의 삶에도 상당한 빈부격차가 이미 존재하여 사실상의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우리는 게임을 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자신이 갖지 못한 핸디캡만을 갖고 신세한탄하기보단 내게 주어진 삶은 '언페어' 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분명한 사실은, '과거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 보다, '과거'를 인정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 사회는 더 많은 기회와 좋은 피드백을 부여할 것임을 아직 필자는 믿고 있다. 그리고 비록 불공평한 삶 이언정,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앞으로도 더 많은 성공의 과실이 주어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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