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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23. 2023

보고 또 보고

사회생활은 커뮤니케이션의 연속.

"박 중위, 너 나한테 보고했어? 보고도 안 하고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거야"

  

 필자가 군 생활을 할 때, 나의 상관으로부터 저 소리를 정말 지겹게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특이사항이 없다는 걸 보고하라는 건지, 아니면 특이사항이 있을 때마다 보고를 하라는 건지, "보고 횟수와 보고의 내용"에 대해 많이 헷갈리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에 대한 모범답안은 사실 갖고 있지 않다. 장교로서 복무 후 회사에 입사했을 때에는 가장 좋았던 부분이 '보고'를 많이 안 해도 되는 게 참 좋았었다. 그저 Part의 일부로서 맡은 바 역할만 잘하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보고'라는 단어의 뜻부터 한번 짚고 가보도록 하자

1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림.        
2            보고하는 글이나 문서.
보고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림...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 타이핑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표현으로 이해시켜 드리고 싶었지만, 이보다 더 완벽한 설명은 없다고 생각되어 그냥 다시 한번 타이핑을 쳐보았다.


 앞서 서술한 오늘의 주제인 '보고'에 대해, 필자가 생각하는 보다 포괄적인 단어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기술해 볼까 한다. 


 필자는 IT 운영 서비스를 주로 해오고 있다. 이 일을 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운영 안정성'이라는 부분인데, 쉽게 말해 우리가 위탁하여 맡고 있는 프로덕트가 상시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몇 년 전, 시스템 작업을 하던 동료 PL A가 상사인 B PM엠에게 아주 크게 혼이난 적이 있었다. 지금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 않은 B PM이지만, 같이 일할 당시 너무나도 동료들에게 엄하게 굴어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나 어쩌겠는가, 그가 매니저인 것을...


 간단한 시스템 작업을 수행 감독하던 A는, 작업도중 모니터링 시스템에 접속 Queue가 비정상적으로 쌓이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서둘러 작업 롤백을 지시하였지만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쉽게 되지 않았고, 결국 이 사실을 회의 중이던 B PM에게 고객사가 먼저 전화로 이야기를 하여 문의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A가 B와 같이 있는 대화방에서 이 사건에 대해 해결방안을 이야기는 하고 있었으나, B는 평소 알람이 많던 시스템 방의 알람을 꺼두고 있었고, 그 사실을 모른 채 다른 회의를 이어가다가 고객사로부터 먼저 전화를 받게 된 것이었다.


 B가 회의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에는 시스템은 다시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었으나, 자신의 동료로부터 먼저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에 화가 난 B는 A에게 노발대발하며 크게 혼을 내었던 기억이 있다.


 사건을 곱씹어 보자면, A는 억울할 것이다. B만 메신저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었다면 크게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겠지만, B는 항상 이 '운영 안정성'이라는 지표에 대해 민감해했다. 평소에도 동료들에게 본인이 이 지표 때문에 상부에 불려 다니고 소명할 때마다 진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부분이었다. 만약에 본인이 A의 위치에 있었더라면, 메신저에서 울리고 있는 내용을 B가 보았겠지.. 하는 추측보다는 사건이 터지고 곧바로 우선 이렇게 '문자'를 보냈을 거 같다. 설마 문자까지 알림을 꺼두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


"빛담입니다. 피엠님, 현재 구주지역 서버 작업도중 이슈가 발견되어 작업을 원복 중입니다. 조치 완료 시간은 앞으로 10분 정도가 될 거 같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 중입니다. 추가 분석되는 데로 문자 다시 드리겠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나라면 저렇게 직접 문자나, 1:1 업무 메신저를 활용해 보냈을 것이다. 

그러고도 1분 여가 지나고도 문자나 메신저를 읽지 못한다면, 그땐 전화를 하여 내가 이 상황을 알려야 할 대상에게 깨워서라도 보고를 할 것이다. 보고를 필히 해야 하는 업무라면, 상대방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극적으로 전파를 하여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일련의 행위가, 혹시 책임을 위로 전가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본인이 맡은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이 내용을 알아야 하는 당사자에게 전파하여 상황을 먼저 공유하는 것이 어찌 보면 코딩한 줄 잘하는 것보다, 더 기본적으로 행 할 줄 알아야 하는 업무라고 생각한다. 


 상기 예제가, 시스템 장애와 관련을 지어 필자가 제시하였다 하여, 보고의 범위를 긴급한 것,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만 국한 지을 필요는 없다. 아울러 상대방을 반드시 윗사람에게만 할 필요도 없다. 


 우리 팀을 비롯하여, 많은 팀들이 'Daily Scrum'을 진행한다. 영어로 되어 있어 조금 있어 보이는 단어일 뿐, 한글로 직역하면 아침 조회다. 나는 이날 팀원들에게 종종 내 몸상태와 나의 마음상태등도 '보고'하기도 한다. 사람이 매일 에너지가 넘치고 일에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나 스스로 팀원들에게 위와 같은 경우가 있어 업무에 몰입하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고, 연락을 제때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팀장인 내가 먼저 시작해서일까? 다른 팀원들도 편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우리는 '그럴 수 있다'라고 공감을 해준다. 그리고는 일할 수 있을 때 더 몰입해서 결과를 내기로 하자고 이야기한다.


 나는 어렸을 때 특히나 많이 '참는' 스타일이었다. 몸이 아파도 참아내고 학교를 갔고, 내가 하기 싫은 것들을 시켜도 참아냈다. 필자보다 더 어린 세대 분들이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도 있다. 요새는 학교도 '체험학습' 종이 한 장이면 학교를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 그 당시 사회는 여전히 '참아 내는' 사회였었다. 참아내고, 끈질기게 해내는 게 미덕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래서였을까? 필자가 처음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하는 군생활에서는, '보고'가 그렇게도 어려웠다. '다른 동료들은 바쁠 테니 내가 다 끌어안고 처리하면 분명 나를 좋아하겠지?' 혹은, '내가 잘 처리하고 뒤에 칭찬을 받아야지' 하는 심리등으로 인해 최초 보고등에 매우 소홀했었다. 분명 나쁜 뜻은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그 당시 나는 조직에 '해'를 가하고 있었다. 상황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조직이 위급해졌을 때 우왕좌왕하게 만들었음은 물론, 다른 동료들의 훌륭한 경험이나 노하우에 대해서도 내가 들을 기회가 많이 없어 업무 하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글의 도입부에 썼었던, 내용, 나 또한 곱씹어보니, 그 당시 군에 있을 때 상사를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다. 맨날 일만 시키고, 필요할 때만 부르고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으로 여기지 못했고, 그저 나는 일만 받아 처리하는 기계 정도로 스스로를 바라봤던 것 같다. 그때 조금만 더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내가 노력을 했더라면 그때 그 상관도 '보고'에 대한 부분 가지고 많이 혼을 내진 않으셨을 것 같다는 후회도 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래서 '보고'라는 말 보다, '커뮤니 케이션'이라는 조금 더 추상화되고 우아한 단어로 바꿔 부르기로 결정했다. 앞서 인용한 보고의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업무 외 적으로도 '나의 동료에게 내가 알려야 할 것들'을 수시로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조금 더 부드러운 관계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서로가 커뮤니케이션하기 쉬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리 하다 보면, 우리가 주어진 시간 내에, 조금 더 많은 일들을 원활히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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