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현생에 치여 이것저것 무언가 많이 하다 보니, 브런치 스토리에 필자의 근황도 못 올리곤 하여, 언젠간 '글을 써야지, 글을 써야지' 하다가 밤늦은 시간, PC를 켜고 크롬 브라우저에 '브런치'를 입력했다.
여담이기는 하지만, 구글의 검색 광고는 정말 대단한 거 같다. 사실 브런치 사이트가 뜨기를 바랐지만, '브런치 크루아상 맛집'등과 같이 자본주의 스멜이 물씬 풍기는 가게들이 브런치 스토리보다 먼저 노출이 되더라. 하긴, 구글도 공짜로 검색결과를 리턴해주면 뭐가 남나... 싶었다.
필자가 연재하고 있는 '회사생활가이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음을 양해부탁 드린다. 조만간 하고 있는 일들이 조금 정리되면 그때 주기적으로 글을 지을 수가 있을 것 같다.
#1, 일본어 공부
작년부터 조금씩 준비했던 일본어 능력시험 4급(JLPT N4)을 합격했다는 문자를 1주 전에 통보받았다.
어릴 적 아버지께 졸라 일본어 학원을 꼭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체계적으로 언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야 조금씩 해볼 수 있게 되어 즐거움을 느낀다.
사실 나에게 시험이 쉽다고 여겨지진 않았었는데, 블로그나 기타 유튜브로 내가 수험했던 등급에 대해 난이도를 알아보니 꽤 쉬운 시험에 속하더라.. 그걸 안 다음부터는 동료들에게 아주 속삭이듯이, '합격했어요' 라며 누가 들을까 봐 손으로 가리며 수줍게 자랑(?)을 요 며칠 하고 다녔다.
시험을 치르자마자 곧바로 공부하던 교재를 버렸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N1급을 따기 위해 꽤 두꺼운 일어 한자 책 두 권과 수험서, 그리고 문법 정리서를 구매했다. 이 3가지를 효율적으로 시간배분하여 공부해보고 싶었으나, 현재는 '상용한자'가 가장 재미가 있어 이 부분을 많이 공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N3급, 그리고 하반기에는 N2급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동료들 중에 혹자는 '그거 고과에도 안 들어가고, 돈도 되는 거 아닌데 뭐 하러 하나?'라고 물어보는 동료도 제법 된다. 작은 목표로는 언젠가는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언어적으로 가장 공략하기 괜찮아 보이는 언어가 '일본어'라서 그렇다. 물론 이 이야기를 그 동료에게 답하진 않았다. 그냥 재미있어서, 해본다곤 했지만, 언젠간 롱텀으로라도 타국에서 직접 생활해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그게 현재는 '일본'인 것이고.
#2, 기타 연습
군에서 장교로 근무할 때, 친한 군종병 하나가 기타를 부대에 가져와 연주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꼰대 마인드(?)'에 입각해 밀크커피 한잔을 손수 타주며, 그 군종병으로부터 기타를 좀 배워 전역하고 싶었었다. 사실 군대에서 토익공부랑 책 읽기 정도밖에 의미 있는 자기 계발을 못하고 있었기에, '기타는 좀 쉽나...?' 하는 무례한 생각으로 접근했었다. 결과는 보나 마나 줄행랑이었다. 지금은 꽤 익숙한 G코드하나 잡다가 왼 손가락들이 칼에 베인느낌을 받았다. 나랑은 안 맞는 듯하여 빠이빠이를 외쳤건만...
작년 말, 사내 동호회비 지원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타 동호회도 신입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전사 게시로 냈다. 지금은 탈퇴했지만 나랑 같이 일하는 형님 한 분이랑 어깨 걸고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매주 1회, 회사 식당에서 저녁에 강습을 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게다가 기타도 내가 들고 안 와도 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이번에도 코드를 잡을 때마다 왼손이 베일 거 같은 아픈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한동안 기타 연습을 잘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다시 한번 줄행랑 각... 이런 불충한 생각이 머릿속을 꽉꽉 채우고 있을 때, '이번엔 좀 더 버텨보자'라는 생각이 발동했다.
우리 첫째 둘째한테 내가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 없다"는 말인데, '애들한테 내가 그 말을 해줄 처지가 되는가?'에 대한 스스로 반문에 의한 결과였다. 그래서 집에 와서도 하루에 10분 정도만이라도 코드를 잡고, 기타를 연습해 갔더니, 신기하게도 매주 강습이 즐거워졌다. 내가 노력하니 점점 더 잘하게 되는 느낌도 들고, 어설프게나마 연주를 이어갈 수 있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15년 전의 내가 포기했던 것을, 지금의 내가 해내고 있다는 것에 크게 만족해하고 있다.
"저희 3월에 동호회 발표합니다. 초급반은 '벚꽃엔딩' 노래를 하려고 해요"
지난주 강습이 끝난 다음, 총무 프로님께서 공지하셨다. 다들 '네...? 이걸요? 제가요? 왜요?' 하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저 노래는 한번 마스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살짝 들었다. 코드 못 잡고, 실수하면 어때, 안 하는 것보단 낫다. 그렇게 요새 나의 콘텐츠 중에는 '기타'도 조금씩 지분이 늘어나고 있다.
#3, 도전에 진심
작년 11월, 그간 거의 매주 스케줄 받던 업체와는 더 이상 일을 안 하기로 하였다. 문제가 있는 것은 없었지만, 내가 본업이 있다 보니, 인건비 공제를 하는 것도 매우 부담스러웠고(겸엄 급지 + 세금 떼면 남는 거 별로 없음) 일이 너무 많아 본업에 지장이 갈 수도 있겠다고 판단해서였었다.
그 이후, 내가 자주 구인글을 보고 구직 희망 포트폴리오를 내던 사이트에서 필요할 때 일을 구해 스케줄을 받았지만, 무언가 모르게 성에 차지 않았다. 지난 2년간 보조 작가로만 일을 받아온 터라, 그걸 '깨버리고' 싶은데,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험이 없다 보니, 메인작가 구인글에는 이력서를 넣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업체와 연이 닿아 일을 계속 받자니, 성격 급한 나로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이었다.
"3월 2일, 여수, 메인작가 구인합니다. 원판은 안 찍으셔도 돼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 글에 지원을 하였다. 주된 내용은 '보조'만 2년을 하였고, 메인작가가 늦게 올 때 잠깐잠깐 신랑신부를 리딩해본 경험이 있다고 말이다. 경력은 정말 솔직하게 썼다. 숨길 수 없는 부분이라, 그렇게 작성했는데 문자가 한통 왔다.
"안녕하세요. 3월 2일 여수 메인작가 업무 의뢰를 드리려고요 어디서 오시죠?"
"오.. 네네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옵니다."
"아... 페이가 작아서 어쩌죠, 출장비는 더는 못 드리는데..."
"네, 저는 그날 안 받는다 셈 치고 가려고 합니다. 저를 믿고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지원해 주셔 감사해요. 스케줄 잡아주시고, 추가 디테일 나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설마 했던 기회가 왔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사실 요새 인스타그램에 풍경사진, 골목사진도 잘 찍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브스냅으로도 뭔가 충족이 되지 않는 느낌을 받은 지 오래였다.
스케줄 확정이 되고 나서, 그간 외장하드에 들고 있던 스냅사진들을 보며, 신랑신부 포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내가 세울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포즈들에 대해 추려서 매일 밤 자기 전 30분씩 공원을 산책하며 혼자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다. 정말 잘 찍어보고 싶다. 처음 리딩하는 사람 같지 않게, 베테랑같이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KTX도 바로 예매했다. 서울-여천, 여천-서울 왕복표를 끊었다. 오고 가는 시간 더하기 표값을 계산해 봤을 때, 남는 게 전혀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에게 무언가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큰 기회가 부여된 거 같아 이 압박을 즐겁게 이겨내고 다시 서울로 오는 열차 안에서 기쁨을 꼭 만끽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4, 겸직
"빛담 프로, 올해는 다른 서비스도 '겸직'좀 해줘야겠어"
프로젝트 매니저로부터 위와 같은 제안을 받게 되었다. 현재 맡고 있는 고객사 위탁 운영개발업무 범위에, 기존에 1개 서비스만 내가 맡아 책임을 졌는데, 이제는 1개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나왔던 게 작년이었는데, 벌써 올해 2월이 넘었고, 엊그제는 새로운 서비스를 운영개발할 개발자 분도 한 분 더 내가 케어하게 되었다. 아울러 함께 일할 동료도 1명 이상 더 내 밑으로 충원을 해 주신다고 한다.
사실 지금 맡고 있는 서비스를 그만해야겠다고 작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맡은 지 3년, 그저 '관성'으로만 일을 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나는 '그런 거 같다'라는 답을 하곤 하였다.
그렇지만 현재 내가 속한 사내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나쁘지 않다. 고객사 분들도 Reasonable 하신 편들이고(몇몇 분들만 제외..) 같이 일하는 동료 형님들도 항상 언제나 유쾌하며 회식도 자주(?) 하는 등 분위기가 매우 좋다. 아울러 업무를 주로 요청드리는 Agency분들도 대부분 실력과 인성이 좋으셔서 사람관계로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이라, 내가 이 상황에서 '굳이' 무언가 증명하겠다고, 무언가 도전하겠다고 스스로 박차고 나갈 명분도, 그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던 찰나에 우리 PM이 나에게 위와 같은 제안을 한 것이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조직에 더 남아있을 명분'을 나는 찾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은 올해도 스스로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접게 되었다. 새로운 일이 들어왔으니 이걸 잘 맡아서 또 다른 나에 대해 우호적인 고객들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상사가 나에 대해 보내는 '믿음'에 대해서도 기분이 좋았다. 나를 믿지 않으면, 나에게 이런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되니,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요새 많이 올라온 느낌을 받는다.
#5, 금주, 그리고 운동
작년 말, 20km 이상 더 뛰어보겠다고 달리기를 한 이후에, 왼쪽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하여 예전에 오른쪽 십자인대 파열 간 수술받은 병원을 아주 오랜만에 찾았다. 담당의는 왼쪽 무릎을 체크하더니, 특별한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 피검사 결과로 '요산' 수치가 매우 높아서 약을 반드시 먹어 수치를 낮춰야만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리 집 냉장고에는 가끔 내가 습관성으로 사 오던 '4캔 맥주'가 완전히 사라졌다. 원래 소주는 먹지도 않아서 냉장고에는 맥주가 항상 비치되어 있는 편이었는데, 이걸 모두 '탄산수'로 대체했다. 아울러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배부르게 구워 먹던 '삼겹살'도 금지했다. 같이 일하는 형들이 하도 회식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갔던 회식장소에서도, 술 한잔 입에 대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 형들이 '독한 놈'이라고 하더라...
처음에 1주일간은 금주가 정말 힘들었다. 맥주가 너무 먹고 싶어서 많이 생각이 나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오늘까지 45일 정도 금주를 해 보니 이제는 술생각이 안 난다. 무슨 맛이었는지도 기억에서 흐려지고 있다. 오히려 좋다고 해야 할까? 맥주를 먹지 않으니 몸무게도 늘지 않는다. 그리고 밤에 화장실도 덜 가고, 잠도 더 잘 오는 느낌이다.
이렇듯 본의 아니게 금주를 하게 되었는데, 꽤 오래 유지해 볼 생각이다. 이제는 정말 술생각이 나질 않는다. 원래 내가 술을 먹었던 사람인가..? 할 정도로 말이다.
다만, 요산이 높아 문제인지, 아니면 진짜 무릎 MRI를 찍어봐야 할지 모르겠으나, 아이들과 아차산정도의 낮은 산을 등반하고 '내려올 때' 왼쪽 무릎이 많이 아프다. 게다가 지금은 4km 정도는 통증 없이 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작년 12월만 해도 2km도 못뛸정도로 무릎 통증이 심했다. 그래서 가급적 러닝은 안 하려고 하고, 근력운동과 스태퍼, 사이클 등 무릎에 큰 무리가 없는 운동들로 채워나가고 있다.
목표랄 것은 없지만, 올해 욕심이 생긴 부분은, 바로 체지방률이다. 작년 운동 전 24%-> 현재 21%대로 3%를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19%대까지 한번 더 낮춰볼 생각이다. 확실히 체지방률이 낮아지면서 먹는 걸 그대로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근육량을 더 늘려 요요를 막을 생각을 하고 있다.
적다 보니 꽤 많은 일들을 올해하고 있는 거 같다. 직장 동료들이 나한테 그러더라. '너 너무 빡빡하게 사는 거 아냐?'라고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남들 회식하고, 남들 쉬는 시간 먹는 시간에 짬짬이 틈을 내어 '정해진 루틴'을 수행할 뿐이다. 위에 적은 것들이 엄청 난 돈을 벌거나, 보디 프로필을 찍을 정도의 원대한 포부가 아니다. 그저 틈을 내어 행동하고,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시간'이 제일 아깝다. 그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들을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바쁘고 보람되게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들이 더 생기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품으면서 그렇게 나는 살아가고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