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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13. 2021

잠들지 못하는 이 밤

긴 휴가 끝의 일상

 지난주 수요일, 백신 추가 접종을 마쳤다. 국가에서 백신 패스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6월 맞았던 얀센 백신의 추정 항체 수치는 고작 '3%'로 예상된다는 기사들도 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백신 접종 이후 근육통 및 열감기 증세가 있어 회사를 나가지 못했다. 그동안 시스템이 발송하는 메일들도 워낙 많고 해서 모바일 오피스는 off-line으로, 모바일 메신저는 띄엄띄엄 '읽음' 표시만 해 두었다. 크게 이슈 될만한 내용은 없었겠지만, 업무시간에는 워낙 많은 메시지들이 오기 때문에, 회사를 안 나가는 날에 핸드폰의 노티피케이션 바 만 보고 있노라면 '회사 메신저 서버 폭발하는 거 아냐? 뭔 일이 이렇게 많아' (가끔은 정말 그랬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하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렇게 주중 3일을 집에서 누워, 토끼눈으로 업무 메신저와 메일의 제목을 눈팅했고, 주말에는 토요일 전담 육아 근무와, 일요일 오늘은 모처럼 사진기를 들고 이태원을 다녀오며 자그마치 5일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요시고' 도록을 본 이후, 건물사진을 예쁘게 찍고싶은 욕구가 생긴다.

 내가 동료들에게 하는 우스갯소리 중 하나가, "월요일만 버티면 1주일 다 버틴 거 아니야?"라고 이야기할 때가 많다. 2일을 회사 업무에서 해방되어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귀한 시간을 쓰고 나면, 일요일 밤, 월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이 되면 신경이 사실 날카롭게 곤두설 때가 많다. 'A님은 다음 주에 또 뭐 해달라고 하려나?' 'B님은 뭘로 사람 피곤하게 하려나' 하면서 잠을 못 이룰 때가 많다. 평소에도 그럴 진데, 지금은 주말 포함 5일이나 회사를 비운 경우라서 조금 더 신경이 쓰이는 거 같다. 보기는 싫은데, 대충 흘겨보며 체크했던 이슈들, '[요청]' 등의 Prefix가 붙어있는 수많은 메일들, 그러한 잠깐 내 머릿속을 점유했던 Task들이, 지금 시간 정도 되면 나의 머릿속에는 더욱더 큰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그래서, 월요일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회사에 가서 하루 종일 골골대는 편이고, 사실상 나는 화요일부터 제대로 된 업무를 처리하곤 한다.


 이러한 나의 주말 루틴에 정답은 없다. 일할 때까지 안고 가야만 하는 것. 아마 나중에 은퇴해서도, '내일 뭐하지?' '다음 주에 뭐하지?' 하며 계속 고민을 하고 있을 거 같다. 정말 내 옆에 걱정인형 하나, 아니 두 개는 사서 곁에 두고 자야 할 판인가 보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글을 써 내려가며 생각의 정리가 되는 거 같아 다행이다. "내일 할 일은 내일 걱정하자." 글을 써 내려가며 다시 한번 깨닫는 인생의 명언인 거 같다. 그래, 걱정하는 거의 10퍼센트도 실제로 오지 않더라. 냉수 한잔 들이켜고, 이제 노트북은 접고, 휴대폰도 멀리 두고 자야만 할 것 같다. 

나도 내일부터는 다시 공 맞고 저리 무너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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