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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an 07. 2022

자꾸 보게 되네

힘이 되는 말은 언제나 힘이 된다네

"A님, 저희와 함께 일하면서 어떤 업무적인 부분에서 성장을 하고 싶으신가요?"

 내가 생각해도 뚱딴지같은 질문이었다. 시간은 언제나 느끼지만 참 빠르다. 벌써 첫 만남이 2년 전이라니, 동료 A와 같은 팀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1대 1로 다른 동료들과 산책을 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다른 사람들의 개입이 없이 오롯이 상대방에게 집중할 수 있을 때, 상대도 나에게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

 동료 A는 많이 당황한 듯한 눈빛이었다. '네가 왜? 이런 질문을? 벌써?' 하는 느낌을 받아서, 머릿속으로 아차 싶었다. 말실수했을까 봐, 

 나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의미를 조금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말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첫 만남에 저런 질문을 하여 상대방이 많이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저렇게 안 한다!)


 그렇게 동료 A를 비롯한 개발팀원들과 함께 업무를 이어 나갔다. 점차 살림꾼 같은 면모를 보이며, 팀 동료들을 도와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잘 수행해 주던 A, 

 그 당시, 다른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에 의하면, 전 프로젝트에서 너무나도 잦은 주말출근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많이 지쳤을 거란다. 사실 그런 내색 혹은 이야기를 해주면 더 배려해주었겠지만, 스스로 이겨내려 티도 안 내고 씩씩하게 출근하는 A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나마 내가 챙겨 줄 수 있는 것들은 더 챙겨주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그렇게 서로 도와가며 힘든 업무를 이겨냈다. 

 결코 순탄치 않던 프로젝트도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만남에서 어딘가 지쳐 보이고, 불안해 보이던 A도 무사히 프로젝트에 적응하여 내년에도 함께 일을 하기로 하였다. 나는 그녀가 성공적으로 이곳에 정착할 수 있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에 기뻤다.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 벌써 한 해가 끝나고, 나는 다른 프로젝트로 도망... 은 아니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잘 이겨내기로 해요, A님"

"네네, 박 프로님도 가서 열심히 하기로!"

 언제나 씩씩함이 있는 A다. 업무적으로 그렇게 이별하며, 그 이후 우리는 가끔 '생존신고'를 하며 안부를 묻곤 하였다.



 2년이 지나,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 신규 인력이 와서, 새로 오신 분의 환경설정을 위해 자리에 앉아 열심히 알려드리고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는데, 반가운 메신저가 와있었다.

"박 프로님, 옆에서 열심히 업무 하시는 모습 잘 봤습니다"

 반가웠다. 사실 A가 있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가 있었는데, 마침 교육 중이던 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나는 메신저로 안부를 건네고, 말을 이어나가는 도중, 작년 한 해 내가 사람 관계로 힘들었던 것을 동료 A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A는 잘 들어주더니 호응해 주었다.

"그분 사람 보는 안목 없으시네."

"더 힘들게 힘들어 봐야 사람 고마운 줄 알지"

"다이아몬드를 돌로 아는 사람이군ㅋ"과 같이 나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들을 해 주었다. 

 사실 그냥 답답함을 이야기하려 했을 뿐이지만, 저렇게 상대방을 까주는 시원한 말을 하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툼은 언제나 '박수'와 같다고 생각한다. 양쪽 손바닥을 쳐야 소리가 나듯, 한쪽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다른 한쪽의 의견 청취가 없는 상태에서도, 동료 A가 '내편'을 들어줘서 정말 기뻤다. 방금 위에서 서술한 그 대화를 오늘만 3번은 넘게 반복해서 본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동료에게서 힘을 얻었다. 이제는, 새해도 되었으니 케케묵은 감정은 정말 내 머릿속에서 없앨 생각이다. 이렇게 인간은 다른 인간을 통해 위로를 받고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구나 싶다. 

내 주변에, 나를 아껴주고 위해주는 사람도 이렇게 많다는 것을 요 근래에 처음 알게 되었다.


 올 한 해만큼은, 동료 A를 포함하여, 작년에 너무 바빠 미처 챙기지 못한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곱씹어보며 마음을 담아 표현하고 보답하는 한해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서윗한 우리 동료 A님, 정말 고맙습니다! 큰 힘이 되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들 중에, 가장 서윗한 사진 중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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