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에 너의 시선
관종들의 전성시대 (brunch.co.kr)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미 다룬 바와 같이. 나는 나름 '관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누군가로부터 '관심'받는 것보다는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인종'이라고 해버리면, 뭔가 단어가 어색해서, 그냥 스스로를 관종이라고 부른 후, 필요에 따라 부연설명을 하는 편이다.
지난해 말부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전까지는 다른 거장들의 사진들을 거들떠도 안 보던 내가, 박찬욱 감독의 '너의 표정'이라는 사진전을 시작으로, 요시고, 그리고 웨스 앤더슨, 사울 레이터, 최근에는 사진계의 불운한 천재라고 칭송받는'비비안 마이어' 작품들까지 모두 섭렵하며 사진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독서 취미를 '갬성'이라고 치부했었다.
'사진 찍는다는 놈이, 이 정도는 봐야 않겠어?'라는 심리였던 거 같다. 하지만, 그러한 전시나 책을 보며 내 소중한 '시간'을 뺏는 작가님들의 결과물들을 음미하며, 나 또한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에서 열거한 책들을 탐독하며 내가 깨달은 결론은 딱 한 줄. "빛과 그림자"였다.
그동안 '예쁜 사진'들을 많이 찍었다고 자부한다. 그렇지만, '응?'이라는 반응과 함께, 나의 피드에 1초 이상 잡아둘 만한 콘텐츠가 많았는지를 물어본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보정을 통해, 인위적인 채색에만 머무른 것은 아닐지, 많은 생각들을 하며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나는 이왕이면, '인기 많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소위 말하는 인스타 '하트' 세례를 받는 그런 사진들 말이다. 아울러,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사진에 쏟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해보자 마음먹은 사진이 바로 '건물 사진'이다. 건물 사진은 주변의 '빛과 그림자'만 잘 이용하면, 어떤 것도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사진이 아주 디자인적이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황홀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주 가는 카메라 사이트인 SLR클럽을 가서, 표준부터 망원까지 모두 커버가 가능한, 대신 화질 손실이 조금 있는 '슈퍼 줌'렌즈 하나를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 녀석을 마운트 한 뒤,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건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인스타에 지금 하고 있는 사진 계정에 추가로, '도시 사진 계정'을 하나 파고 그곳에 주기적으로 업로드를 하고, 많은 사람들을 팔로잉하며 조금씩 세를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콘텐츠는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모르는 사람이 맞팔로우 요구를 함에도, 많은 분들께서 내가 올린 피드 사진을 보고 흔쾌히 요청을 받아 주셨다. 나의 콘텐츠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음에 언제나 감사함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약 1달이 조금 지난 지금, 나름 찐팬들도 생겨나고 있고, 고정적으로 피드에 방문해주는 유저 수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본계정보다 많은 공을 들여 나가고 있는 상태다.
그러던 와중에 어제 올렸던 건물 사진이 대박이 났다. 어느 허름하기 그지없는 여의도의 아파트, 그때 그 비상계단 사이로 강렬히 들어오던 노을빛을 잊을 수가 없다. 재빨리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고, 채색하여 인스타에 올렸는데, 반응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서, 어제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인스타 그램 알고리즘 중,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나의 콘텐츠가 유저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면 둘수록 도달률이 올라간다고 들었던 바가 있다. 나의 피드에 1초 이상 잡아둘 콘텐츠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된 상태였던 거 같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많이 흥분이 된다.
비록, 앞으로 이런 콘텐츠를 만들기 쉽지 않겠지만,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처음으로 가졌다. '예쁜 여성이 찍는 사진 계정이니까.' '유튜브에 나와 솰라솰라 하는 유명인이 만든 계정이니까' 소위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질 콘텐츠 경쟁이 아닌, 외모며 재산이며 크게 가진 게 없는 나 또한 충분히 대중들에게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사진이다.
'사진에 대한 어떠한 목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의 '시선'을 뺏는 사진들을 담고 싶어요. 예쁠 수도, 특이할 수도 있는 사진들로요."
어느 인스타 유저분께서 주신 질문에, 내가 드린 답변이다. 이번에는 한번 사진 계정을 잘 성장시켜 보려 한다. 나의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에 시선을 뺏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