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by 필제

유미라 씨는 삶에 지쳐있었다. 그녀에게 삶이란 지긋지긋한 걸림돌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도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두 아이들 때문이었다.

유미라 씨는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유모에게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갔다.

유미라 씨가 다니던 직장에서 잘린 뒤 겨우겨우 얻은 첫 직장은 바로 '인형의 집'이라는 이름의 신기한 놀이터를 매일매일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었다.

그날도 유미라 씨는 인형의 집을 먼지 한올 없이 청소하고, 광을 낼 정도로 닦았다. 이 넓은 놀이터를 청소하는데 지칠 즈음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이 떠올랐다.

'아이들, 잘 지내고 있을까...'


유미라 씨는 아이들을 가진 뒤부터 세상일이 너무나 바빴다. 그걸 감당 못한다는 이유로 유모를 고용했다. 그러나 사실은 자신이 직접 아이들을 돌보고, 가끔은 웃게 해주고 싶었다. 남이 아니라..

언젠가는.. 언젠가는 제 손으로 아이들을 키워내겠다고, 그러니 현재를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도 아이들을 유모에게 맡긴 것을 약간은 후회하고 있었다.

인형의 집은 놀이터에 들어가 거대한 벽장의 문을 열면 그 안에서 인형들이 튀어나와 이리저리 팔다리를 움직이며 춤을 췄다. 낮에 이리저리 신나게 춤을 추고는 밤이 되면 다시 벽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벽장 안 먼지까지도 쓸어낸 뒤 구석에 있는 인형까지 닦아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번 바쁜 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잘 보러 가지 못했다. 그저 밤늦게 집에 돌아와 잠만 짔던 것 같다.

사실 진짜 불행은 5년을 연애한뒤 결혼까지 한 남편이 불륜녀와 재혼하기 위해 이혼 서류를 들이밀었던 날부터 시작되었다.

그날 유미라 씨의 배속에는 아이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고, 또한 회사에서 잘린 날이 되기도 했다.

유미라 씨는 그날부터 오롯이 홀로 아이들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그만, 쉬고 싶어.."


순간 유미라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속마음이 무심코 입 밖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인형의 눈이 반짝거렸다. 심해의 보석을 닮은 아름다운 푸른 눈이 더욱 밝게 빛났다.

인형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살이 있는 것처럼, 생명이 깃든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는 유미라 씨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당신은 좋은 부모야"

곱슬머리 남자아이 인형이 말했다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 삶의 더 나아질 거예요"

양갈래 머리 여자아이 인형이 말했다.


"매일매일 우리를 청소해 줘서 고마워!"

붉은 눈을 가진 남자아이 인형이 말했다


"내일 또와, 우리가 기다리고 있을게"

금발머리 여자아이 인형이 말했다


그날로부터 인형들은 매일같이 살아있는 것 마냥 움직이며 유미라 씨를 꼭 안아 주었다. 그것은 지친 유미라 씨에게 매우 따스한 포옹이 되었고, 인형들의 말 한마디는 살아갈 힘이 되었다

그 뒤 유미라 씨는 유모를 고용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아이들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남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뒤 유미라 씨는 인형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종종 인형의 집을 찾아가서 인형들의 퍼포먼스를 구경했다.

그러면 인형들은 춤을 다 춘 후에 무대 밖으로 나와서 아이들에게 포옹을 해 주고는 다시 무대 안으로 들어갔다.

유미라 씨는 지금, 전보다 훨씬 여유롭고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지금 아이들과 함께였다.


유미라 씨의 첫째 딸이 말했다


"엄마, 인형의 집에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몇 년 사이에 인형의 집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인형의 집은 딸아이 또래의 필수 관광 코스였다.


유미라씨는 인형들이 전해준 고마움을 자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자 별일 아닌 일에도 감사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런 게 바로 삶의 즐거움이 아닐까? 작은 일에도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인사를 전하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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