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어투렛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가? 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병사들이 들이닥쳤고 그는 창밖으로 빠져나가 날렵하게 지붕을 올랐다 그 뒤에 떨어져 자살하려 했지 않았던가? 마치 몸이 멋대로 조종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날밤 그는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가문의 저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당당히 밝히고 있었다
”저주가 아닙니다 그건 고의예요 “
”그게 무슨 말이냐? 누군가 동반자살을 노리고 계획했다는 뜻이냐?”
들어 놈 반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삼촌의 확고한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헛소리 마라 레이몬드, 이건 누가 봐도 저주야, 너마저 죽을 거다 이해해라 어느 누구도 그런 리스크를 감내하고 싶진 않으니”
도대체 왜 그런 허망한 소문에 귀 기울이냐고 묻고 싶었다
“삼촌....”
“미안하다 놀랏지? 네가 그런 일 생기지 않게 내가 막을 거다”
“약속이야”
“그럼 멋진 도련님 미래가 기대되는 걸?”
삼촌의 칭찬에 덩달아 우줄 해졌다 삼촌의 시선이 손에 들린 스케치로 옮겨갔다
“직접 그린 거니? 멋지구나”
“응! 나 그림대회에서 1등 했어!”
“장하다 한번 안아봐도 되니?”
생각해 보면 이때 눈치챘어야 했다 삼촌이 날 안았던 날은 그날이 처음이었단 걸
안기는 순간 이상하리만치 숨이 막혔다
“무얼 보았든 넌 아무것도 모르는 거다, 명심해라 이건 저주다. 아웃렛 가의 저주.”
그렇게 말하는 삼촌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해서 어린 백작은 다시 물었다
“저주..... 여야만 해요?”
“그래”
“왜?”
“궁금한 게 많겠지만 말이야, 앞으로 태어날 모든 아이들을 위한 일이지, 선대의 죄업은 어른들이 짊어지는 것만으로 족해, 도련님 명심해 네 미래는 어떠한 방해물로도 꺾어져야 하는 게 아니야”
“그런데 왜 도련님이야?”
“하하 이름으로 안 불려서 어색하니?”
“어떻게 불리던 너는 너야, 어투렛”
가문 전체가 풍비박산 났다 정확히는 그 재난에서 살아남은 아이는 그밖에 없었으므로
오늘은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악마의 목소리가 비웃고 있었다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결국 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
’ 가문의 저주를 해결할 방법도 없어, 사람들이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 제가 도와드릴게요 ‘
아니야 아니다 분명 있었다 분명 있었는데 그런 사람이 누구였더라...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가다 마지막엔 잊혔다
레이몬드 어투렛 백작은 오랜 악몽에서 깨어났다
“화이트 샤를로트....”
그녀가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그래 이상한 점이라면 있었다 고스트 병원에서 만났던 화이트 샤를로트 그녀와 지금의 미샤 화이트 그 둘의 외형은 똑 닮아 있었다
똑똑
순간 방문이 열리고 의외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병사들과 함께
“레이몬드 백작님 계십니까? 저는 카이사르 대신관이라 합니다 우선 백작님께서 괴수들을 잡아주신 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폐하께서도 백작님께 공을 치하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답니다 지금 당장 성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하인들은 모두 잠들었으니 안심하시지요 그나저나 이상한 일이네요 백작님께선 신수목이 효과를 보이지 않으니 말이죠”
“신수목?”
“이계에 침입한 마법사가 남기고 간 열매랍니다 혹여 이것을 아시나요?”
레이몬드 백작은 입을 열었다
“무례하군”
“무례하긴요 하긴 뭐 백작님게 선 무리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저희 용무는 이것입니다”
대신관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작님이 죽이신 인물에 대해서 말이입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피해자를 파헤쳐보니 글쎄 그분이 말입니다 놀라운 사실을 알아버렸지요”
“?”
“그분은 어째서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이 말입니다 폐하게서는 그것을 의심하고 계십니다”
“당신이라면 알고 있겠죠? 그동안 무엇을 했고 누구를 죽였는가를 말씀해 주시면 되는 간단한 일이랍니다”
“헛소리군”
“이런 이런, 안타깝게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들어야겠습니다”
대신관이 손짓하자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