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리트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시야에서 레이몬드 어투렛 백작이 사라졌다. 고스트 병동에 남겨진 이그리트는 뒤쪽을 보며 말했다
“날 잡으러 왔나? 신관, 형씨”
“협상을 하러 왔습니다, 당신이 사람들에게 먹인 신수목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괴수로 변했죠. 덕분에 당신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는데, 마침 이렇게 마주치다니 운이 좋군요”
“협상인가?”
“그전에 묻겠습니다. 당신을 사칭하고 다니는 인물이 있던데 알고 계셨습니까?”
“그런 졸개 놈들에게 신경 쓸 여유는 없지”
“어이쿠 이런 실례했군요, 대체 무엇이 그리 바쁜 것인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넌 내가 이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 게,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나름대로 목적이 있어, 그리고 그건 내가 손 쓸 수 없는 범위이고”
“알겠군요, 당신이 차원의 마법사 이그리트를 사칭한 데다, 소원까지 들어주는 일을 말씀하는 것이지요?”
“푸하하 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력을 사용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요,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셔야겠습니다.”
“무엇을?”
“당신의 진짜 정체, 그리고 이그리트를 사칭하고 다니는 이유 말입니다. 그 껍데기가 본모습이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으니 거짓말은 소용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군요.”
“그것 참 재미있군. 어디까지 알고 있지? 예컨대 내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까지 알고 있나?”
“어쩌면요, 당신은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이상한 열매를 먹도록 유혹했지요, 그리고 그 열매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구 할 수 없는 열매라더군요, 참 이상하지요? 어디에서도 구 할 수 없다면 이 열매는 어디에서 왔을까?라고 말이죠, 이쯤 되니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제가 그 열매가 괴수목이란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전 괴수목의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아무도 없는 횡무지에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영혼의 시체들이 살아 움직이는 한 당신을 이곳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역시, 그 힘은 네 짓이었군, 갈 곳 잃은 영혼들을 위해, 안식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인가, 그러나 그 힘은 혼의 존재마저 강하게 붙들어 하마터면 살아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 그러니 사람들이 이 도시를 피한 거야. 귀신이 보인다며 말이지”
“당신의 덕이죠, 그러니 이만 돌려주시겠어요?”
“무엇을 말이지?”
“당신이 앗아간 제 몸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