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어투렛 백작의 시야가 트였다. 이윽고, 눈앞에는 자신과 완전히 똑 닮은 사람이 서 있었다. 상대는 당황하지도 않은 채 진 검을 휘둘렀다. 레이몬드 어투렛 백작은 즉시 옆으로 한 바퀴 굴러 상대의 칼을 빗겨나갔다.
그 뒤 곧장 검을 빼들어 상대의 칼을 막았다.
챙!
맞붙인 쇳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왔다. 똑 닮은 모습의 두 남자는 살아남기 위해, 허허벌판인 평야의 한가운데서 연무장의 검을 더욱 세게 쥐고 있다.
시작된 지 한참 지난 뒤에도 전투는 끝을 맺을 줄을 몰랐다. 서로의 몸에 진득한 핏물이 묻을 때 즈음, 레이몬드 어투렛 백작이 땅에 박힌 상대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곧장 무기 잃은 상대의 복부를 검 손잡이로 내리 꽃았다. 그러자 상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다가 이내 보이지 않을 만큼 사라져 버렸다.
놀라할 틈도 없이 기척이 들린 것은 그때였다.
“아주 좋아!, 잘했어. 레이몬드 백작. 이제 네게 다음 임무를 줄게”
상대는 검은 후두를 뒤집어쓴 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작자였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흠? 날 모른다고?”
“...... 한 번만 묻지요. 누구 십니까?”
“잠깐 가만 보니 넌... 푸하하하하-!! 그랬던 거였어, 진짜는 어디에 숨겨뒀나 했더니... 이렇게나 쉬울 줄이야.”
“.... 말이 안 통 할 것 같군요”
“쉬이.. 자자 걱정하지 마, 난 단지 약속을 지키러 온 것뿐이니까. 그러니까 설마 하니 자네의 이름이 레이몬드 어투렛인가?”
“그렇다면?”
“가문의 저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보이더군,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말이야, 어때 내 도움을 받겠나?”
“조건은 뭐지?”
“그건 알 필요 없어, 왜냐하면 계약은 이미 성립되었고, 네 조상이 내게 이미 빛을 졌으니까 말이야!!!”
검은 후두를 쓴 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작자는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었다. 레이몬드 어투렛 백작은 정처 없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푸하하 하하하하-! 이걸로 모든 염원이 이뤄진다면 나도 이제 자유의 영혼이군,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 레이몬드 어투렛 백작, 날 사칭한 네 후손부터 손 봐주기로 할까?!! 아님 개 같은 가짜 더미들에서 날 허탕 치게 만든 가짜 이그리트의 대담함에 선물을 주기로 할까?”
“아니지 그것보다는 일반인이 어떻게 마법을 쓸 수 있었는가, 그것부터 알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