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by 필제

그녀는 글을 쓰고 있다. 연재하고 있는 소설은 이미 출간된 뒤였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그녀는 자신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 뒤에는 새 글을 쓸 아이디어가 났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외전을 쓰고 있었다

“으... 음! 두 주인공의 자식이니까 결말은 반드시 성공해야겠지만... 본래 잘되는 인생에는 고비가 수차례 따르기 마련이지!”

“어디 보자... 두 가문의 재산을 노리던 이들에 의해 부모가 살해당한 뒤 홀로 길러진 이그리트는 빈번하게 암살시도를 받은 뒤 죽은 척 지내다, 새 가주가 된, 어투렛 가문에 몰래 숨어들어 본래 자리를 되찾는 이야기가 괜찮겠다”

“참! 신의 실수로 의도치 않게 어마무시한 힘을 갖고 태어난 아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본인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성장했다..........”

“어린 이그리트는 복수를 다짐했다 ‘몇 년이 걸려서라도 부모의 원수를 죽이고 가문을 되찾고 말리라’...........”

갑작스례 불어닥친 병사들은 피바람을 불고 왔다 어린 이그리트는 유모와 함께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단연컨대 병사들이 그를 죽이기 위해 성곳곳을 뒤지고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기 어려웠다

이모의 팔이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데다 손으로 입을 막았기 숨이 턱 막혔지만 이 상황에 칭얼거린다는 것쯤은 알았기 때문에 숨죽여있었다 무엇보다 이모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 표정은 평소보다 심각했다 여유를 부릴 틈이 있다면 빠져나간 뒤가 될 것이다

그날 이그리트는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소설 속 줄거리와는 다르게 그는 부모의 복수를 하는 대신 그 자리에서 파도가 거센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렇다. 그는 자살했다.

인생은 죽음이란 시련을 넘긴다고 순탄해지지 않는다 원작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야기에 세상을 주관하는 신은 시간을 돌려 이야기가 마무리짓게 만들었다 그러나 캐릭터 개인마저도 신의 뜻되로 되는 일은 없다

이그리트는 반복되는 과거에 지긋지긋했다 단연컨대 평생을 얼굴 마주 볼일 있는 유모의 원망 어린 목소리도 이젠 듣기 괴로웠다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에게 죄송한 일들은 넘치도록 많았다 우선은 대신 살아남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겨준 삶으로 이따위로밖에 살지 못해서 죄송스럽기 그지없었다

어딜 가나 반겨주는 이들은 없었다 부모 대신 살아남은 재앙 같은 아이니 그런 반응이 당연했다 어디는 저주에 걸렸다며 누군가는 불행을 옮긴다며 멀리하고 멸시하기 바빴다 단연컨대 그도 이런 자신이 싫었다 죽어도 죽는 게 아니라면 완전한 죽음을 이룰 때까지 죽자고 그렇게 죽음에 매달리던 그는 갑작스례 마주하게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뒤야말로 끝없는 죽음을 그만두었다

대신 그는 새 목표를 가지고 삶에 매달렸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세계는 평화로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의 부모 레이몬드 백작과 화이트 샤를로트를 이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절실했다. 그러나 그가 과거로 돌아갔을 때 예상치 못한 방해물이 나타났다

“저.. 성냥요”

“나 바빠”

“하나만 사세요! 불도 잘 지펴지고...”

“아 - 가라고!! 요즘이 어디 시댄데 성냥을 사? 나 사람 찾는 거 안 보이니?”

그렇게 말한 뒤 하려던 일을 계속하려 했다 그 소녀가 상처받은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만 않더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 뒤에 나온 말에 그는 다시금 놀랐다

“성냥... 사세요...”

울먹거리면서도 꿋꿋하게 눈물을 닦고 성냥을 사기를 권유하는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도 강인해 보였다 이그리트는 홀린 듯 성냥을 바구니째 전부 사버렸다 단연컨대 그의 충동적인 행동은 자기 자신도 놀라게 했다

“감사합니다!”

소녀는 웃음 짓고 있었다

‘그래 나는 이 웃음이 보고 싶었다’

왠지 모를 낯선 향기를 불러오는 소녀의 웃음은 어딘가 따듯했다

과거 자신은 어땠는가? 웃음 지어본 적도 웃음 지어준 누군가도 없었다 그의 부모마저도 생전 기억에 웃음 지어준 기억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아주 어릴 적 사고가 났으니까

소녀는 혼자 일거릴 찾으러 다녔으며 옷마저도 찢어지게 가난해 보였다

‘그러니까 상관없는 일일 텐데 분명’

‘소녀가 웃는다 해맑게.... 나보고 고맙다고.....’

“젠장”

이그리틑 걸음을 돌려 성냥가게로 들어갔다

“꼬마야”

“어! 부자 아저씨다!! 다음에도 사러 오세요! 여기 성냥 정말 튼튼해요!”

“어.. 음 그러니까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순간 한껏 들떠있던 소녀의 어깨가 축 처졌다 실수했다는 생각에 이그리트는 다급히 자신의 말을 철회하려 했다

“아니 아니! 내가 잘 못 이야기한 것....!”

“없어요 아주 어릴 적에 돌아가셨는데 뭐 이젠 기억도 안 나요”

“내 부모님도 돌아가셨단다 뭐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나도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널 굶기지 않을 자신은 있단다”

순간 소녀는 정색을 하더니 똑 부러지게 말했다

“싫어요”

“몇 번 봤다고 아는 척이야 정말 수상해”

‘곤란하네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 거지? 으음...’

그렇다 이그리트는 말재주라곤 도통 없었던 데다가 상황 데처 능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워낙에야 사람들과 생활한 지 오래되었던 그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럴 때야말로 도움 안 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날부터 계획이 틀어졌다 대신 이그리트는 하루하루 일을 도와주거나 성냥을 사는 등 조금씩 소녀와 가까워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별저로 데려가기도 했다

그리고 근 한 달이 되었을 때 그는 소녀에게 동거를 제안했다 대답은 GMS 쾌한 수락이었다

잠깐만 과거에 머물거라 예상했던 시간여행 계획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그리트도 돈을 벌어야 했다 그는 근근이 마을 가게일을 도우며 수입을 늘려갔다 단출하지만 소녀와 함께 사는 생활은 나른대로 즐거웠다 이제껏 느끼지 못한 기쁨이었다

그러나 이 즐거움은 얼마가지 못했다. 소녀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저녁 시간이 다 지난 오후 무렵이었다. 그날따라 어디에 가는 것인지 말도 안 해주고, 따라가려는 것을 한사코 말릴 때에도 기어코 같이 갔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소녀는 곰 인형 가게 앞에서 행인에게 시비를 걸려 폭행을 당한 뒤였다. 약으로 치료해보려 했지만, 얼마 못 가 소녀는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너만 아니었어도 부모는 살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어째서 이런 꼴을...’

유모의 한탄 어린 목소리가 어린 이그리트를 질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항간에 떠돌던 소문이 사실이었어. 넌 저주받은 아이야, 네 주위 모든 사람들은 살 수 없을 거야, 그들은 죽고 말겠지!! 어쩌면 나 조차도, 오 주여... “

무관한 사실임에도 소녀의 죽음이 이그리트, 자신의 죄인 것 같았다.

“나만 아니었다면..... 소녀는 살 수 있었을까?”

이그리트는 종종 죄책감에 시달렸다.

꿈속에선 소녀가 나타나 소리쳤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만 아니었다면 난 죽지 않을 수 있었는데, 당신과 엮이지만 않았더라면 행복할 수 있었는데...!!”

모든 일이 운명의 농간처럼 느껴졌다. 이 그리트느느 무엇이든 붙잡고 싶어졌다. 그는 레이몬드 어투렛 백작을 찾아갔다,

“당신은 만약 당신을 죽일 사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레이몬드 백작은 웃음을 지우고는 점잖게 말했다

“절 쉽게 죽이진 못 할 겁니다”

아니 당신은 죽을 것이다. 당신이 머지않아 낳으려 했던 그 아이 때문에 죽고 말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을 엇갈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가 필요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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