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누가 보아도 큰 덩치를 가진 보스턴의 눈길이 또래에 비해 왜소한 체격을 지닌 빌리에게로 향한다. 보스턴의 주변 의자를 집어던지며 위협적으로 빌리에게 다가온다
“아이씨, 뭘 봐?! 뭘 보냐고 새끼야!!!”
“잠깐, 네 말은 모순적이야, 보스턴”
순간, 구세주처럼 등장한 소년이 있었으니, 이름은 에이든이요, 영국에서 온 전학생이다.
“I see는 알았어라는 뜻인데, 그다음 문장으로 뭘 봐?라고 하는 것은 문법의 이치에 맞지 않아, 무얼 보니?라고 말하려면 What do you see?라고 말했어야 해”
에이든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시를 읊조리는 듯이 가뿐하게 보스턴을 도발했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하게도 보스턴이 에이든에게 달려드는 결과로 밖에 발생하지 않았지, 어쨌든 그렇게 하여 에이든이란 소년의 운명은 한동안 보스턴에게 시달릴 것으로 보이는데.....
1. [ 에이든 ]
초등학교 영어 수업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영국에서 온 나는 그 사실을 이야기하기 부끄러웠다. 그때 아는 영어가 들렸다, 이건 기회였다. 아이들 틈에 섞일 기회 말이다.
영국에서도 종종 큰 소리로 말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난 보스턴이 그런 부류일 것이라고 확신에 찬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보스턴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고 여겼던 건, 보스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였다.
보스턴은 숨이 막힐 정도의 긴 정적 동안에 나를 노려보았다. 그 뒤 그는 주먹을 휘두르며, 잔뜩 흥분한 채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때마침 종이 울리고 국어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는 최소 사망이었다. 왜냐하면 난 그 자리에 얼어붙었으니 말이다
보스턴의 행동은 흡사 야생 멧돼지가 돌진해 오는 것과 흡사했기 때문에, 난 그날부로 보스턴과 친해지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 사건이 있은 후부터 날 향한 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는 외국에서 온 신기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번 일로 인해 잘생기고 지적인 학생이란 걸 알아버린 것이다!
난 곧장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몸을 기댄 뒤, 머리를 위로 쓸어 올렸다.
아이들은 수군대고 있다. 분명 잘생긴 에이든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 이놈의 인기란’
인기를 한창 실감하고 있을 때, 반장 지오가 날 교실로 데려갔다. 그런 뒤 속삭이듯 말했다.
“너 미쳤나?! 보스턴을 건드려?! 사과해, 당장!!”
지오는 매우 초조해 보였으나, 그런 건 알 바 아니었다.
나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내가 왜?”
2. [ 지오 ]
새 전학생이 왔을 때, 지오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보스턴으로 인해 반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반해, 전학생, 그것도 외국인이 오면 무슨 사달이 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보스턴은 건드리면 안 되는 애였다. 그리고 새로 온 전학생 에이든은 그의 걱정을 현실로 만들었다.
아무리 에이든이 한국에서 생활한다지만, 그는 영국 국적이었다. 그리고 보스턴에게 찍힌 사람은 평생을 시달려야 했다.
만약 이 사실이 에이든의 영국 부모님의 입을 타, 우리나라 외교문제가 심각해진다면? 그것만큼 최악의 상황이 또 없다.
지오는 교실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수소문 끝에 에이든을 찾는 것은 쉬웠다.
그러나 보스턴에게 가서 사과하란 소리에도, 에이든은 눈 한번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물었을 뿐이었다.
“왜?”
평소 또래 아이들의 행동이나 생각은 다 거기에서 거기였다, 지오는 자신의 말에 에이든이 보스턴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기를 바랐다. 그러나 역시 에이든의 행동은 예측 가능 범위에 없었다. 지오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본인의 걱정이 또 한 번 실현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건 클래스가 다르다, 자칫 두 나라 간의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야, 네가 왜 잴 신경 쓰냐? 평소엔 관심도 없던 얘가”
한껏 예민해진 대로 예민해진 지오의 머릿속이 조쉬의 날카로운 질문으로 한 순간에 허공으로 흩어졌다.
진실을 토로한다면, 그는 반장으로서 신임을 잃을 것이며, 친구들 사이에서의 우정과 신뢰를 잃을 것이다.
“에이든은 영국에서 왔잖아,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얼씨구? 담임이 시켰냐?!”
날따라 조쉬는 빈정대며 시비를 걸었다.
“조쉬야, 왜 갑자기 시비야”
“보스턴 말이야”
순간 지오는 멈칫했다. 설마 하니 조쉬의 입에서 보스턴이란 이름이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쉬는 지오가 가장 신뢰하는 절친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스턴으로 인해 달라진 반 분위기를 그에게만 종종 불만이라며 털어놓았다.
그렇기에 복도에서 더더욱 보스턴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길 꺼리는 지금,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3. [ 조쉬 ]
사회적 문제는 쉽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비밀 요원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었는데, 조쉬도 그 요원들 중 하나였다. 정확히는 조쉬는 보스턴의 일을 맡았다. 보스턴과 반 배정이 안 된 바람에 그 반의 반장인 지오와 친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오의 대화는 생각 이상으로 정보가 부족했다. 거기에다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그리하여 조쉬가 생각해 낸 방법이란 간단했다.
“보스턴 말이야, 어제 전학생 하고 싸움 날 뻔했다며?”
순간 심장이 낮게 뛰기 시작했다.
원망 어린 목소리가 자신을 질책해 온다
‘.. 왜, 왜 그랬어...?!'
’ 알고 있었잖아, 바꿀 수 있었잖아!!‘
중요한 타이밍에,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파편들이 심장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서둘러 몸을 비튼 조쉬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태어날 때부터, 조쉬는 그들과 달랐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조쉬는 매우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조쉬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는 딱 두 사람이 있었으니 조쉬의 부모였다. 왜냐하면 개인교사를 붙여 명문대에 상위권에 들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부모님의 첫째 아들보다, 훨씬 더 뛰어났으니까,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 하는 게 없었으니 말 다 했다.
조쉬가 왜 이렇게 만능이냐 하면 완벽한 개체로 만들어진 로봇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조쉬에게 결함이라면 결함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인간틈에 자라 인간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조쉬는 항상 가족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지만, 그를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구성원은 없었다.
조쉬는 종종 자신이 불량품처럼 느껴질 때면, 버려질 것이 걱정돼 밤을 새웠다. 그는 오랫동안 괴로워하다,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르렀다
조쉬는 떠나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조쉬에 대한 데이터를 지웠다. 그리고 자신이 머물던 일터에서 나왔다. ]
”뭔..!... 별 이상한 꿈을 다.... “
조쉬는 머리를 감싸 쥐며 일어서다, 눈앞의 에이든을 보고는 말을 멈췄다.
”뭐냐? “
”..... “
”...? “
”너.. 이름이 뭐냐? “
조쉬는 진지하게 묻는다.
”미쳤어? “
에이든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