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듬는 손길, Salix
모든 가지가 보기 좋게 늘어져 있다.
하강하는 잎사귀들은 내 머리를 스치우며 열을 내리고 내 안의 뿌리내린 진심을 다시 보게 했다.
물가에서 아주 풍성하게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의 가지를 보고만 있자면, 버드나무가 다른 나무들과는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를 초월한 무엇인 것처럼 느껴지곤 하다. 심지어 하강의 방향성은 버드나무 전체를 관통하여, 어떠한 나무보다 빠르게 뿌리내리는 특성을 가졌고, 사람에게는 뜨거웠던 체온을 내리기까지 하니 이는 더이상 약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주 가는 거리가 있다. 그 강변을 거닐며 나는 또 머리에 버드나무를 얹어 나를 쓰다듬도록 걷고는 한다. 나와 함께 바람에 쓸리는 가지들은 이렇게 모든 마음을 청소한다. 전 세계 어떠한 버드나무 옆이라면 어김없이 흐르고 있을 물처럼, 시간은 계속해서 흐를 것을 알고 있다. 그 사이로 가끔 튀어나오는 사건들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거대한 물결의 방향을 바꾸어놓지는 못한다. 결국 거센 물살에 마모되어 결국 보이지 않게 되는 돌들도 허다하듯 어떨 때는 시간이, 그것도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나에겐 진심이 그러하다. 누구도 어떤 시선도 일들도 나에게 깊게 뿌리내린 진심을 방해하지 못한다. 아주 긴 긴 시간 끝에야 증명하게 될 나 자신을 의심치 말자.
자주 들여다보자. 버드나무가 그러하듯, 잎사귀를 내려 자신을 보호하자.
시내 비스듬히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자란다. 유리 같은 시냇물에 서리 맞은 나뭇잎들이 비친다.
세익스피어, <햄릿>, 4막 7장
고대 로마에서는 여성들의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로 버드나무 가지로 채찍을 맞는 의식이 있었다고 함
중국의 절기 중 하나인 청명절에 배회하는 망령을 쫒아내기 위해 버드나무 가지를 대문에 걸어두기도 함
도교에서 망자의 혼과 소통하기 위해 버드나무 목재로 만든 조각품을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