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cus sieberi
“기다리며 꿈꾸는”
성긴 잔디밭 사이로 무언가 삐쭉이 올라오는 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잔디보다는 좀 더 두툼하고 진한 색의 초록색 잎사귀는 발견과 동시에 점차 벌어지며 그 사이로 꽃봉오리를 내보낸다. 때로는 노란빛. 하얀색도 종종 보이는 이 꽃은 작은 체구에 비해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꽃을 피어낸다. 봄을 알리는 첫 신호가 시작된 것이다.
혹시나 꽃 모양을 보면서 샤프란을 떠올랐다면, 정말 눈썰미가 좋다. 같은 꽃이지만 봄에 피는 꽃을 크로커스, 가을에 3개의 긴 암술머리와 함께 피는 꽃을 샤프란이라고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임과 동시에 노란색 염료로 쓰는 그 샤프란이 맞다. 크로커스는 스노우드롭과 함께 봄을 알리는 작은 요정이다.
'난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와 '후회 없는 청춘’이라는 꽃말을 가진 크로커스를 ‘기다리며 꿈꾸는’이라는 의미로 새로 새겨본다. 청춘과 기다림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서로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지와 막막함 아래 청춘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선택이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그 소삽한 시간을 각 사람대로 즐기는 방법을 터득할 때 비로소 후회 없는 청춘이 시작된다.
나 또한 그랬다. 기다렸고 답답했다. 청춘이라는 말이 그렇게 빛나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이로는 대략 그정도였을 때도 정작 내 마음이 푸르지는 못했다. 그 시기에 난 우울증이었구나 라고 시간이 지나서야 짐작하기도 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나 돌이켜보면 제대로 꿈꾸지 못했던게 그 이유였던 것 같다. 그냥 대략 이렇게 살아야지 모호하게 떠올리는게 아니라, 제대로 하나하나 내가 살고 싶은 삶과 나 자신을 꿈꾸지 못했던 것. 그래서 해매이고 상처받았던 시기가 아쉽다. 하지만 이제는 식물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하나씩 찾고 있고 자신이 생겼다. 이제 마음만은 오직 푸르른 봄이 되었다.
정확히 언제가 청춘 일지, 언제까지 청춘이라고 할 수 있을지 각자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기다리며 꿈꾸는 모든 청춘들을 위해 크로커스를 전한다.
청춘에 대한 인상적인 글귀를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실험으로 나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다. 자기가 꿈꾸는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면서 머릿속에 그리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성공을 거두게 되리라는 것을. 그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게 될 터다. 그리하여 새롭고 보편적이며 좀 더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위와 내면에 자리를 잡기 시작할 것이다. 혹은 오래된 법칙들이 확대되면서, 보다 자유로운 의미에서 그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 고차원적 존재로 살아가도록 허락받을지도 모른다.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주의 법칙 또한 덜 복잡해 보일 것이며, 고독이 더 이상 고독이 아니고, 가난이 가난이 아니며, 단점 또한 단점이 아니게 될 터다. 설사 공중에 누각을 지었다고 해도 이는 헛된 일이 아니다. 원래 누각이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니까. 그러니 이제 그 아래 기초만 다지면 되는 것이다 Ι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中
PLANT INFORMATION
식물계(Plantae)ㆍ피자식물문(Angiospermae)ㆍ외떡잎식물강(Monocots)
아스파라거스목(Asparagales)ㆍ붓꽃과(Iridaceae)ㆍ크로커스속(Crocus)
C. sieberi
이른 봄에 피어나고 보라색, 하얀색, 노란색 꽃을 핀다. 원예종마다 차이는 있다.
키는 10cm정도로 굉장히 작은 꽃이고 가을에 심는 춘식구근식물이다.
국내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