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TheBall Sep 03. 2024

빌런에게는 정석으로

어디에나 빌런은 있다. 직장에서 만나는 빌런에 대응하는 스킬

우스갯소리로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MBTI의 8개 영문자 조합으로도 다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그중 거슬리는 사람 하나 없을 리 만무하다. 


더구나 직장인이라는 인간상은 성과에 이기적이고

실패에 이타적인 종족이라 잘못의 원흉을 지적하기가 참 쉽다. 


이러한 빌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팀웤이 무너지거나 의심이 싹트며, 

어처구니없게도 프로젝트의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믿겠는가?


나는 팀장의 입장에서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루 일과의 30% 이상이 

팀원들의 불평을 들어주는 일이다. 

불평의 대부분은 사람에서 오고, 

우리는 종종 이 빌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누가 이런 스킬을 알려줄 것인가. 

빌런에게 대응하는 방법. 

다른 말로는 문제해결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빌런의 사례는 너무도 많아서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사례만 요약해 보았다.

대기업은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빌런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냐고?

왜 이러실까. 명문대 10명 중에서도 또라이는 있다. 

- 1:1 메신저에서 협박하는 사람
- 미팅에서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사람
-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
- 겉으론 젠틀하게 뒤에서 쌍욕 하는 사람
- 나는 잘 모른다며 떠넘기는 사람

위 나열된 빌런들은 올해 있었던 일들로 실제 인물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리며 썼다.

이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실제 상황이다. 


협박하는 빌런은 단체 메신저에서는 조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1 메신저에서는 키보드 워리어가 됐다.

그것도 마음 약한 우리 디자인 리더를 콕 집어서 지속적으로 1:1 메신저를 열어 괴롭혔다.

자신의 보안 의식 수준이라던지 팀 내의 위상 따위를 묻지도 않았는데 얘기하는가 하면

함께 진행하는 어떤 업무는 자신의 책임은 없으며, 모두 우리 디자이너의 책임 100%라고 말하며 핍박했다.

처음엔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그것에 대응하는 우리 업무리더가 병이 날 지경이었다.


이때 가장 많이 얘기한 대응 방법이 바로 '정석으로 대응하기'였다.

보안을 얘기하면 법무검토를 받아서 준다. 법무사의 입을 빌어 얘기하니 침묵하는 게, 너무도 쉬웠다.

책임을 논한다면 메신저로 장황하게 말할 것이 아니라 메일로 여러 수신처 포함하여 달라고 딱 한마디 했다.

실제로 책임을 논하는 메일은 못 쓴 건지 안 쓴 건지 아무튼 안 왔다.


본인은 넋두리이자 업무를 잘 진행하기 위해 진행발언이었다고 머쓱해 하지만

받은 사람이 힘들고 업무진행이 어려울 정도라면 절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당한 사람의 주관적 의견에 집중하는 성희롱과 동급이니 절대 당하고만 있지 말자고 말해주었다.


미팅에서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절대 함께 언성을 높이면 안 된다. 

상대방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우리 쪽에서는 더욱더 목소리를 낮게 깔 필요가 있다.

일명 'dry 하게 말하기'이다. 

불 같이 흥분한 사람에게는 짚불 더미를 던져줄 것이 아니라, 

감정을 빼고 현 상황을 직시할 수 있는 흙과 같은 말을 선별해서 건네줄 필요가 있다.

이미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순간부터 궤변과 말꼬리 잡기, 현 순간만 모면하기 위한 발언들이 나오는데

이럴 때일수록 침묵과 한방이 필요하다.


죽자고 말로만 이겨보려는 사람에게 큰 목표와 타당성을 일깨우는 말을 해야 하는데 참 어렵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가 수백 명에게 설문하고 인터뷰하여 얻은 인사이트와 개선방향을 공유하는 미팅이었다.

이 결과를 듣던 빌런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뜨끔함이 느껴졌나 보다. 

결과를 승복할 수 없다, 인터뷰 자체가 잘못되었다, 누가 이런 걸 하라고 했냐며 큰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한참을 침묵하며 듣고 난 후, 우리가 한 리서치 노력이 한 개인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솔루션의 개선과 잘되는 방향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팀이다라고 말 했더니 

다시 목소리가 수그러지는 그런 식이다. 허무하지만 그렇게 끝났다. 

'dry 하게 말씀드리면'이라고 내 발언 앞에 사족을 한 번씩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사례가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기본적인 존중이 결여된 사람이 여전히 있다.


최후의 방법은 '에스컬레이션'이다.

가끔 빌런을 온몸으로 막아서서 마음속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PJT를 위해 어쩔 수 없었노라 얘기하는 팀원이 있다. 

안쓰럽지만 문제해결 측면이나 조직의 연속성 측면에서 한 개인이 그냥 감내해서는 끝이 없다.


자신의 팀장에게 이슈를 올려서 빌런의 팀장을 통해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방법은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피하고 싶은 방법이다. 

개인의 능력 부족이라고 인지되기도 싫을뿐더러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는 확률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석으로 공신력을 이용하자.


에스컬레이션도 스킬이다. 부정적 에너지로 불평을 늘어놓는 말투로 얘기해선 안된다.

앞서 말한 대로 팀장의 일 중 하나가 경청이라 듣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에스컬레이션의 가장 좋은 예는 핵심이 되는 이슈와 실사례(근거), 

그리고 해결 방안(어떻게 빌런을 다룰지)까지 팀장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팀장은 협업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더 나은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일이라 

절대 귀찮아하거나 난처해해서는 안된다. 


빌런의 팀장과 그 해결방안 만을 위한 미팅을 같이 해보자고 하면 의외로, 

아니면 당연하게도(?) 그쪽 팀장도 대부분은 빌런의 존재와 문제를 알고 있었다.

대부분은 함께 프로세스를 만들거나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빌런이 음지에서 활동하거나 양지에서 소리 지르게 두지 않도록 도와준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빌런을 감싸거나 그쪽 팀장도 열을 내며 비상식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너도 빌런이냐'하면서 그 위 상급자인 그룹장을 호출하자. 에스컬레이션을 겁내지 말자.


회사생활이 길다 보니 만난 빌런도 많은데

지면에서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

다만, 이것 하나는 잊지 말자. 빌런은 정석으로.



사진: UnsplashSander Sammy

이전 05화 일을 만들어서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