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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Sep 03. 2021

03. 엄마의 시선

암스테르담 | 나만의 사진기사가 되고 싶었던 엄마

친구들과 여행할 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엄마와는 조금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릴 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재미있었어. 그중 하나가 사진이야. 나의 예쁜 모습을 많이 찍어주고 싶다던 엄마는 정말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어. 다만 내가 사진 속에 없거나, 주인공이 내가 아니거나, 언제 찍는지 알려주지 않아 표정이 웃기거나, 혹은 초점과 수평이 맞지 않을 뿐. 

도대체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는 사진


하루는 엄마가 아침부터 카메라맨이 되겠다고 자처했어. 많이 찍어보면 잘 찍게 될 거라면서 오늘은 엄마한테 카메라를 맡겨달라고 했지. 이렇게 여행하다가는 내 사진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았나 봐. 아니면 내가 핸드폰과 카메라를 바꿔가며 연신 셔터를 누르는 것이 불편해 보였나. 어쨌든 엄마가 사진 기사 해준다고 했으니 예쁘게 찍어달라고 당부하면서 엄마에게 카메라를 넘겨줬어. 


보통 내가 나온 사진을 볼 때 누가 찍어줬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을 잘 못하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이 사진들은 누가 봐도 엄마표 사진이잖아. 그래서 내가 예쁘게 나오진 않았어도 특별하고 재미있어. 사진들을 보면 디지털카메라의 작은 화면을 보며 수평을 맞추느라 낑낑거리며 열심히 찍어주던 엄마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라. 사실은 카메라를 든 엄마가 신나 보여서 가끔 일부러 부탁하기도 했어.


이것은 풍경 사진인가 인물 사진인가


사진을 많이 찍을수록 엄마의 실력이 늘더라고. 처음에는 수평 맞추기도 버거웠는데 엄마도 이제는 감이 생겼는지 인물은 가운데에 두고, 바닥은 조금만 나오게 수평을 잘 맞추어 찍어주었어.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여행 사진들을 보니까 우리 둘이 함께 예쁜 풍경 앞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없는 거야.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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