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 레이크스 미술관
첫날의 아쉽고 속상한 마음은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사라졌어. 이제 당장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가 가장 시급한 문제였거든. 오늘 하루는 계획대로 만족스러운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설레는 마음 반, 걱정스러운 마음 반으로 호텔을 나섰어. 다행히 첫 일정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인 레이크스 미술관은 우리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지. 건물에 들어가기 앞서 정원을 구경했는데, 네덜란드에 온 후 처음으로 엄마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았어.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엄마도 좋아할까? 엄마와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이었어.
24년을 함께 했는데도 엄마의 취향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여행하는 내내 엄마가 어느 곳에서 기뻐하는지, 무엇을 보면 좋아하는지 곰곰이 관찰했어. 나는 언제쯤이면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딱 엄마 취향의 물건, 음식, 그리고 여행을 선물할 수 있을까. 엄마의 딸로서 영원한 숙제이자 고민거리야.
엄마가 혹시 이 곳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15일 동안 열심히 길을 찾고, 계획을 세웠어. 하지만 내 기대만큼 엄마가 반응해 주었던 적은 많지 않았고, 가끔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즐거워했지. 여행하는 동안 내가 데려간 곳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즐거워하는 것을 볼 때, 가이드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