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좋아하는 놀이
3살 막내가 숨바꼭질 숫자를 세고 있습니다.
원래 1부터 10까지 세야 하지만
아직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관성과 법칙을 가늠하기 어려운
막내만의 숫자 세기가 탄생했습니다.
5살 셋째와 3살 막내, 저 이렇게 세 명이서
숨바꼭질을 자주 합니다.
막내는 제일 잘 발각되기 때문에
자주 술래가 되어 숫자를 셉니다.
너무 빨리 세고 온다고
셋째가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막내의 숫자 세기 실력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막내가 술래일 때는 숨을 시간이 아주 짧고
저는 크기 때문에 어디에 숨어도 금방 들켜버리지요.
이제 제가 술래가 되었습니다.
"꼭꼭 숨어라~머리카락 보일라~
하나, 둘, 셋.. 열! 자, 이제 찾는다~"
저는 항상 숫자를 느릿느릿 세면서
최대한 천천히 찾으러 갑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숨을 시간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항상
너무도 잘 보이는 곳에
올망졸망 숨어 있습니다.
도저히 못 본척하기 힘들 만큼
잘 보이게 숨어있지만,
만약 금방 찾아버리면 아이들의
원성을 가득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연기를 하며 최대한 늦게 찾아야 합니다.
'어? 어디로 갔지? 분명히 여기로 오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네? 다른 방에 숨었나?'
정말 궁금한 마음과 찾고 싶다는 마음을
가득 담은 혼신의 연기를 해주어야
아이들은 만족합니다.
연기를 잘하면 할수록,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애타게 찾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딘가에서 키득키득하는 소리와 함께
만족스러워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다고 찾는 시간이 또 너무 길어지면
지루해하는 소리도 연이어 들릴 수 있으므로
적당한 타이밍에 찾아내는
오랜 노하우와 센스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때도 하이톤의 과장된 억양과
재미있어하는 연기는 필수로 동반되어야 합니다.
간신히 술래를 면해서 아이들이 술래를 하고
제가 꼭꼭 숨어있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미리 보아둔) 적당한 장소를 골라
잘 숨어 있으면
간만에 휴식 시간이 찾아옵니다.
숨겨둔 폰을 꺼내 보기도 하고
잠시 눈을 붙이는 꿀 같은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찾아다닙니다.
저 순수한 눈망울로
"어? 어디로 가찌?" 하면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아, 이래서 아이들이 키득키득거렸군요.
웃음을 참았어야 했는데..
그만 놀라운 청각을 가진
유아 탐정단에게 들켜버렸습니다.
가슴 두근거리는 숨바꼭질.
숨을 곳을 찾는 긴장감과 설렘,
그리고 결국 찾아냈을 때의 기쁨.
나를 찾아보세요!
나 여기 있어요!
사랑하는 이가 나를 찾으러 다니고 있다니!!
어쩐지 내가 더 특별해지는 것만 같은 마음입니다.
이 마음들은 우리 속에 꼭꼭 숨어 있다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뛰쳐나와
우리를 웃음 짓게 하지요.
어쩌면 우리는 어린아이였을 때만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숨어 있는 것을
찾아다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건강은 항상 잘 숨어 있기 때문에,
매일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건강을 잘 찾으러 다녀야 합니다.
지혜도 꼭꼭 숨겨져 있어 잘 찾아야 합니다.
책 속에도 숨겨져 있고, 시 한 편에도 숨겨져 있고
봄날에 피는 꽃 한 송이에도 숨겨져 있습니다.
숨기를 좋아하는 사랑은
특히 더 열심히 찾으려 애써야 합니다.
어른이 된 우리는 보통 자신의 마음을
꼭꼭 잘 숨기는데 달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찾기가 힘들다면 '못 찾겠다 꾀꼬리'하며
솔직하게 이야기해서라도 꼭 찾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비밀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감추어져 있을 마음의
비밀을 찾아내는 숨바꼭질은 늘 인기가 많습니다.
우리 인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숨바꼭질은 늘 계속되고 있지요.
마치 곤충들의 기가 막힌 위장술같이 잘 숨어있지만
매일 자신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 날
뜻밖의 발견을 할 수 있다고 해요.
가장 중요한 행복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어릴 적 우리의 영원한 친구 둘리의
말을 듣는 것으로 대신할게요!
여러분 모두 매일 행복 가득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