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모든 것에 보내는 인사
내가 밖에 외출을 할 때면,
얼른 현관 입구로 달려와서
하트 인사 4종 세트를 해준다.
머리 위에 아치형으로 만든 하트,
어설프게 손가락 꼬아 만든 하트,
가슴에 손을 얹어 동그란 모양 하트,
입술에 손을 대었다가 공중으로
쪽~하고 날리는 뽀뽀 하트.
아,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나가기도 전에 내 마음이 하트로 꽉꽉 들어찼다.
나도 질세라 문 틈이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아쉬운 듯 계속 손을 흔들어준다.
이럴 때마다 아이에게 참 고맙다.
이렇게 집을 나서는데 언제든, 어디를 가든
어찌 마음에서 미소가 떠날 수 있을까!
막내는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도
한 명 한 명 다 손을 흔들어준다.
상대방이 무표정이거나 반응이 없어도
계속 끝까지 인사한다.
보이는 모든 생명들에게도 인사를 한다.
길가에 있는 고양이, 산책하는 강아지,
지저귀는 새들..
때로는 모양이 있는 구름과
길가에 핀 예쁜 꽃에도 인사해 준다.
심지어 그저께는 화장실에서 쉬야를 하다가
벽에 붙은 작은 나방한테까지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주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막내의 발걸음은 매우 느리다.
만나는 모든 것에 인사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만 잘해도 소통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본다.
세상살이에 지친듯한 사람들의
얼굴이 순간 환하게 밝아진다.
손을 흔들어주며 이런저런 말을 건네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다니면 이전보다
더 다정한 세상 속에서 걸어가게 된다.
인사를 하느라 늦어진 발걸음은
어쩐지 재촉할 수가 없다.
느리지만 소중한 한 걸음, 한 걸음.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발걸음마다 느껴진다.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봄 한가운데를
아이와 함께 천천히 걸으며 오늘도 배운다.
이 세상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대체로 천천히 간다는 것.
빨리 가거나 서두르지 않아야 좋은 것이 참 많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며 깊은 사랑에 빠진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며 종이의 향기를 맡고
지식과 지혜의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읽는다.
새싹을 땅에 심으면 눈앞에 저 크고 거대한 나무가
되어 꽃이 피기까지 오랜 시간 천천히 자란다.
한 인생이 태어나고 걸음마를 시작해서
어느덧 걸음마다 만나는 생명들에게 인사하기까지
수많은 밤이 천천히 지나간다.
오늘도 나의 작은 선생님에게 배운다.
나도 아이의 발걸음에 맞추어
이전보다 더 천천히 걸어야지.
빨리 걸으면서 보지 못했던,
더 많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정하게 소통해야지.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에게
아이처럼 다정한 봄날처럼 천천히,
그렇게 따뜻하게 인사해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