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안에 꿈 많던 그 아이를 위해

자신감 넘치던 그 아이

by 아르망

'이거 등에 망토 해주세요!!'


아이들은 늘 부드러운 천이나 보자기를

가지고 와서 등에 망토를 해달라고 조른다.

주로 명절 과일이나 한우 상자를 포장할 때

쓰는 황금빛 보자기가 제일 인기 많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슈퍼맨을 본 적이 없는데

이건 무슨 본능인지 잘 모르겠다.


펄럭이는 것은

무엇이든 등에 두르고

슈퍼맨처럼 뛰어간다.


망토만 둘렀을 뿐인데도

갑자기 힘이 넘치고 표정이 우쭐해진다.

걸어 다니는 발걸음이 묵직하니 다르다.

자신감이 매 걸음마다 뿜어져 나온다.


날씨 좋은 주말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산이나 숲으로 가곤 하는데,

여기에도 숨겨진 영웅들의 유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무작대기!!


이것도 무슨 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산이나 숲에 가면

꼭 손에 나무작대기를 들고 싶어 한다.


제일 튼튼하고 좋아 보이는

나무작대기를 신중하게 골라

손에 들었을 때의 표정이란!

금방이라도 지구를 구하러 갈 기세다.


이때 아이의 자태는 온몸으로

이렇게 말하는듯하다.

'나는 영웅이다!!'

자신이 지구를 구할 영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매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 높은 곳 올라가기, 뛰어내리기 도전

(바위, 나무, 침대, 책상, 작은 서랍장..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특징)

극한 환경 만들기 도전

(자기 옷에 모래 끼얹기,

고여있는 물 웅덩이 들어가기, 발 디딜 틈 없는 방)

♧ 집안에서 매일 대모험 도전

(정글 탐험, 낚시하기, 캠핑, 자동차 경주..)


그 외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정도만 적어야겠다..


타이르기도 하고 혼내도 보지만

어지간한 것에 굴하지 않는다.

돌아서면

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모든 것에 도전하듯

그렇게 놀이를 시작한다.


보자기 하나만 있어도, 나무작대기 하나만 있어도

자신감이 하늘 끝까지 솟아오르고

얼굴 표정도 여유가 넘친다.

걸음걸이가 위풍당당하다.


아이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참 매력적이다.

솔직하면서도 자기 자신다운 모습이

부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커가면서

세상의 기준과 평가라는 울타리 속에서

자신을 점점 잃어버린다.


자신의 근사했던 모습에 점점 눈이 어두워지고

자신의 부족한 모습에는 점점 눈이 밝아간다.


누구보다 자신감 넘쳤던

내 안의 그 아이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결국 자신에 대한 사랑도 점점 사라져 간다.


다시 네 명의 아이들을 바라본다.

작대기를 손에 들고 망토를 두른 저 영웅들은

지구를 구하러 오늘도 달려간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우리 모두는 한때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자신감 넘치던 소년이었고 소녀였지.

세상이 나에 대해 매기는 평가와 가치에

낙담하지 않고


나는 그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다면,


비록 진부하고 단순한 말 같지만

자신에게 이렇게 자주 말해줄 수 있다면,


넌 너만의 매력이 있어.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넌 네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야.

너는 지금 모습 그대로 멋지고 아름다워.

너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우리 안에 빛을 잃고 웅크리고 있던 아이가

다시 뛰어나와 힘차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우리 집 네 명의 아이들이 온 집을 어질러 놓듯이

온 세상을 한바탕 휘저어놓을지도.




- 오늘 배운 수업 내용


1. 내 안의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사랑해 주는 말 자주 하기.


2.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도전 하나씩 해보기.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7화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