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의 숲, 벨라
릴리는 두 팔을 벌려 폴짝폴짝
숲 속을 뛰어다니며 외쳤습니다.
"역시, 우리 사랑스러운 약초숲!
이 넓고 깊은 숲을 보면 나도 그냥
마법에 빠지는 것 같단 말이야~!”
숲은 고요해 보였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은밀한 속삭임으로 가득했습니다.
잎사귀들은 서로 비밀을 나누듯 몸을 기댄 채
은은한 향기를 풍겼고,
달빛은 숲의 상처를 보듬어주듯 구석구석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밤의 상쾌한 공기에는 약초의 숨결이
시냇물처럼 졸졸 흘러갔고,
숲 속 깊은 곳에서는 오래된 자장가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루칸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았습니다.
“하아… 이 향기, 어릴 적 고향의 품 같아.
여기만 오면 마음이 저절로 포근해져.
진짜, 내면의 평화 그 자체야.”
릴리는 그 말을 듣고 깔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내면의 평화라니, 루칸! 너 못 본 사이에
시인이라도 된 거야?
오늘 들은 말 중에 제일 웃겨, 푸하하~~”
웃음을 참으며 풀숲을 휘젓는 릴리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습니다.
“근데 여기 진짜 약초 천지야!
이건 바질인가? 아니, 라벤더인가?
으악, 이건 또 뭐야! 생김새가 너무 특이해~
벨라 언니만 있으면 금방 알 텐데!”
루칸은 릴리를 향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넓은 숲일수록 네가 제일 빛나는 무대잖아.
추적자 릴리~! 오늘도 실력 발휘 해봐~”
릴리는 손을 허리에 얹고 으쓱거리며 외쳤습니다.
“역시~ 내가 빠지면 자경단이 제대로 굴러가겠어?
대장도 인정하지? 내가 최고인 거?”
리나도 짧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넌 언제나 최고였지.”
릴리는 가슴에 손을 대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습니다.
“어머나~ 대장, 이런 칭찬은
미리 예고해주고 하셔야죠!
심장이 쿵! 녹아내릴 뻔했잖아요~!!”
루칸이 익살스럽게 손가락으로 릴리를 가리켰습니다.
“추적자 릴리, 날다람쥐 모드! 시동 ON~
자, 출동 준비 완료!”
릴리는 어깨 사이에서 접어둔 날개를 활짝 펴더니, 우쭐하게 씩 웃었습니다.
곧이어 그녀의 눈빛이 번쩍이며 진지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나무 꼭대기로 기어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바람을 가르며 하늘로 쏘아 오르듯 날아올랐습니다.
밤하늘을 가르는 릴리의 실루엣은..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루칸은 감탄을 내뱉었습니다.
“와… 볼 때마다 대단하다니까.
나도 '날다람쥐 종족'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저렇게 날고 싶어, 진심.”
리나는 짧게 말을 이었습니다.
“저쪽이다. 우리도 움직이자.”
둘은 릴리를 따라 숲을 가로질렀고,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뛰고 나서야
겨우 릴리를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릴리는 어느 높은 나무 위에 앉아 냄새를 맡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말했습니다.
“여기야! 벨라 언니 약초 향이 진하게 나!”
그때, 갑자기 앞쪽 수풀이 흔들렸습니다.
리나와 루칸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고 경계를 했지만,
릴리는 어쩐 일인지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냄새.. 벨라 언니다.
약초랑 따뜻함이 뒤섞인 향기~”
릴리의 말이 마치자마자,
수풀 너머로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작은 약초 바구니를 들고 선 고슴도치, 벨라였습니다.
“벨라 언니~!! 진짜 오랜만이야!!
나 완전 보고 싶었어요!”
나무에서 순식간에 내려온 릴리가
반짝이는 눈으로 외치자,
루칸도 질세라 반갑게 달려왔습니다.
“우리 벨라 누나~ 이렇게 향기롭게 나타나면 반칙이에요~!”
리나 역시 조용히 다가와 인사했습니다.
“오랜만이야, 벨라.”
벨라는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푸근하게 웃었습니다.
“익숙한 소리가 어쩐지 들린다 했더니..
역시 너희들이었구나.
그런데 셋이 함께 오다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해.”
동료들의 굳은 표정에서 뭔가를 눈치챈 벨라는
손짓으로 집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배고플 텐데 내가 맛있는 저녁 차려줄게.
마음도 몸도 따뜻해야 속 깊은 이야기가 시작되니까.”
그녀의 말은 바람결에 실린 자장가처럼 부드러웠고,
손짓 하나에도 사랑이 배어있었습니다.
벨라가 집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키며 환히 웃자,
모두의 어깨에서 조금씩 긴장이 풀렸습니다.
리나는 그제야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걸
느끼며 민망하게 웃었습니다.
"하루 종일 달려왔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 아무것도 못 먹었네."
벨라의 집은 마치 숲이 직접 만들고
빚어낸 미술 작품 같았습니다.
둥근 지붕엔 담쟁이넝쿨이
초록 빛깔을 풍기며 감겨 있었고,
창가 선반에는 작은 꽃송이들과 약초들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집 주변의 밭에서는 각종 채소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고요하게 환영 인사를 전했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벨라의 집을 보니,
오래된 친구처럼 포근해져
세 명의 고단했던 하루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랑바람도, 따뜻한 달빛도,
주위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도—
마치 이 집의 오래된 주인처럼 간만에 온 손님들을 반겨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나뭇잎 무늬가 그려진 둥근 식탁에 모두 둘러앉았습니다.
벨라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저녁상은
마치 숲의 모든 계절이 함께 모인 조그마한 정원 같았습니다.
갓 나온 수프 위에는 방금 따온
해맑은 잎이 올려져 있었고,
고소하게 볶은 땅콩가루가 그 위에
소곤소곤 뿌려져 풍미를 더했습니다.
옆에는 먹음직스러운 버섯허브구이와
콩고기 치즈 꼬치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놓였습니다.
그 옆에는 꿀에 절인 채소들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고,
바삭하게 구운 통밀빵도 함께 곁들여졌습니다.
빵 위에는 달콤한 시럽과
부드러운 당근 크림이 돌돌 말아 올려져 있어
한 입 베어문 릴리에게 "꺄~~"하는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벨라는 깔끔한 마무리를 위한
상쾌한 입맛 메뉴도 잊지 않았습니다.
야생 열매와 꽃잎 샐러드—
숲의 무지개빛깔 7가지 열매를
(산딸기, 머루, 오디, 다래, 산수유, 뽕, 블루베리)
함께 담아내고
깊은 숲에서만 피는 특별한 꽃잎 위에
진한 꿀을 듬뿍 뿌린 꽃잎 샐러드를 내었습니다.
아삭아삭 씹을 때마다 모두의 입안에
숲의 단물이 가득 흘러들어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숲바람차와 이슬 푸딩이 놓여
입맛의 끝자락을 아름답게 장식했습니다.
아침마다 달팽이가 정성껏 모은 맑은 이슬을
과일즙과 섞어 젤리처럼 만든 푸딩은
이슬의 상쾌함과 땅의 상큼함이
동시에 나타나는 마법 같은 요리였습니다.
따끈한 숲바람차에서 피어오르는 향은,
마치 숲의 포근한 바람이 컵에
그대로 담긴 것처럼
식사를 마무리하는 이들의
마음을 산뜻하게 달래주었습니다.
이렇게,
벨라의 식탁 위에는 약초숲의
향기와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겼습니다.
모두 입에 음식을 넣을 때마다 숲의 풍경이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노래하는 듯한 기쁨을 느꼈지요.
릴리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우와~ 입안에서 숲이 춤추는 것 같아!
벨라 언니, 사랑해요~!”
루칸도 미소 지으며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이게 진짜 힐링이지. 벨라 누나가 해주는 요리를 먹으면 기운이 절로 나.”
리나도 오늘 처음으로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누군가 정성스레 차려주는 저녁을 먹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벨라, 정말 고마워."
식사가 끝나고, 벨라가 향긋한 숲바람차를
조용히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차는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친구란다.
진심을 듣고 싶을 때 딱이지.
자, 이제 들려줄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리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그간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밤의 숲, 토리의 납치, 청설모 군단,
그리고 음산한 카르의 그림자..
루칸도 자신의 정보망을 통해 알아낸
최근 상황들을 덧붙여 말해주었습니다.
모든 말을 들은 벨라는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고,
눈을 감은 채 잠시 침묵했습니다.
“결국… 카르가 돌아왔구나. 그리고 토리까지…”
벨라는 다시 눈을 떴고,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 통찰력 있는
눈빛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밤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토리를 납치했다는 것,
주민들에게 겨우 도토리 한 자루씩을 빼앗기 위해
그 많은 청설모 군단이 움직였다는 것,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건 모두 감추어진 겉모습일 뿐이야.
진짜 목적은 따로 있어.
그들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거야.”
릴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습니다.
“진짜 목적? 뭘.. 찾는 거지?
언니, 뭔가 더 있다는 거예요?”
벨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갔습니다.
책장 앞에 선 그녀는 오래된 책 한 권을
조심스레 꺼냈습니다.
표지는 오래되었지만
움직일 때마다 어디선가 빛가루가
떨어지는듯한 책이었습니다.
벨라는 책을 식탁 중앙에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내 생각엔.. 그들이 진짜로 찾는 건 바로 이거야.
'숲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전설의 약초.
가장 깊고 고요한 곳에서만 피어난다는 희귀한 생명의 약초지.
나는 평생 약초를 연구했지만,
이곳 약초의 숲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단다.
하지만 루칸의 말을 들으니,
이것만이 카르의 모든 계획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주민들의 기억을 잃게 해서 자신의 뜻대로 조종해
숲 전체를 지배하려고 하는 카르에게는,
지하 실험실에서 만드는 독초약들이 가장 중요해.
이 독초약은 어떤 것으로도 해독하거나 되돌릴 수 없어.
'숲의 심장' 외에는 그 무엇도.
이제 벨라의 말을 들으니..
모든 퍼즐이 맞추어지는 느낌이야.
카르는 분명히 '숲의 심장'을 찾고 있어!!"
독에 관한 전문가, 스파이 루칸이
이제야 모든 것을 알겠다는 번뜩이는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릴리는 낮게 탄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단순한 구조 작전이 아니라,
우리 숲 전체의 운명이 걸린 일인 거네요.”
루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맞아. 분명 토리에게서 숲의 심장에 대한
단서를 찾은 게 분명해.
밤의 숲을 장악한 것도 우연이 아니야.
내 정보원에 따르면 그곳은
카르의 새로운 자금줄의 원천이라고 해.
그 많은 주민들을 따르게 할 독초를
수도 없이 만들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할 테니까.
카르는 이미 도토리의 시대가 끝나고,
밤의 시대가 올 거라 내다본 거야.
어쩌면.. 처음 밤의 숲을 발견하고 그 맛을 발견한
대장 가족을 누군가 미행했을지도 몰라.”
"..."
“그리고 토리를 구하려면,
먼저 ‘비늘이빨단’의 주의를 분산해야 해.
족제비로 이루어진 카르의 정예 경호부대지.
그들을 막아줄 힘이 필요해.”
벨라가 모든 것을 정리해 주듯 말했습니다.
“바르크. 최강의 전사 바르크가 있어야겠지.”
릴리는 양손을 높이 들고 외쳤습니다.
“꺄~ 자경단 무기창고,
근육 짱짱 멧돼지 바르크 오빠 소환이닷~!
진짜 얼마만이야~!”
벨라는 담담하게 덧붙였습니다.
“지금 그는 불타버린 숲에 여전히 있을 거야.
그곳은 그가 끝까지 지키려 했던 고향이니까.”
리나가 결의에 찬 얼굴로 짧게 말했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불타버린 숲으로 가자.”
벨라가 다정하게 리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습니다.
“오늘 밤은 이 집에서 쉬렴. 리나, 몸이 먼저야.
토리가 많이 걱정되겠지만,
숲의 심장에 대한 단서를 얻어야 하니
아직은 기억을 없애지 못해.
신사적으로 아주 편하게 대할 거야.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면 그땐..
카르는 그런 자야. 그러니 아직 시간이 있어.”
리나는 동료들을 돌아보았습니다.
하루 종일 달려와
지친 기색이 역력한 동료들의 얼굴을 보고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 밤은.. 여기서 자도록 하자.”
릴리가 대장의 말에 기지개를 켜며 외쳤습니다.
“꺄~좋아~ 드디어 쉬는 타임이다!!
근데 불침번도 서야지? 내가 첫 번째로 할래!!
"야, 나도 먼저 하고 빨리 자고 싶단 말이야~”
루칸이 억울한 듯 외쳤습니다.
“가위바위보 하자~ 정정당당하게!”
“가위! 바위! 보!”
두 사람의 해맑은 티격태격에 벨라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습니다.
"벨라 언니도 어서 빨리 여기 와요~!!"
"나, 나도?"
밤이 되자, 고요한 달빛이 약초의 숲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습니다.
풀벌레 소리는 여기저기서 자장가처럼 들려오고,
바람은 늘 그래왔듯 약초 내음을
은은하게 실어왔습니다.
"끼이익~"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잠이 오지 않던 리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깊은숨을 들이켰습니다.
잠시 후, 뒤에서 소리가 나더니 벨라가 다가왔습니다.
“아직 깨어 있구나, 리나.”
“응…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넌 안 자고 어쩐 일이야?"
"가위바위보에서 꼴찌 해버려서..
지금 시간은 내가 불침번이거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습니다.
어느덧 벨라와 나란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던
리나가 말했습니다.
"이번엔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그림자가
숲에 드리워진 느낌이야.
우리 다섯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벨라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싸움이 아니야.
숲을 지키기 위한 위대한 여정이지.
그 여정에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고
앞으로도 늘 함께일 거야.
리나, 넌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의 영원한 대장이야.”
리나는 벨라를 바라보다, 조용히 미소 지었습니다.
“고마워, 벨라.”
리나가 돌아간 뒤, 벨라는 약초밭을 돌며
숲의 기척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손끝에 닿은 풀잎에서,
다가오는 위기의 미묘한 떨림을 느꼈습니다.
숲이 속삭이는 위기,
그것은 다가오는 그림자의 어두운 그늘처럼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벨라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빛 속으로 짧은 한숨을 보냈습니다.
길었던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햇살이 숲의 잎사귀 사이로 반짝거리며
땅까지 떨어졌고,
벨라의 집도 온통 환한 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리나가 힘차게 모두를 깨웠습니다.
“좋은 아침이야! 든든하게 먹고, 힘껏 달려보자!”
모두들 졸린 눈을 비비며 하나둘 식탁에 모였습니다.
벨라는 미소를 지으며 이미 아침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 리나가 도왔습니다.
곧 동그란 식탁에 먹음직스러운 아침이
풍성하게 차려졌습니다.
숲 속 샘물의 달짝지근함과
꽃의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
아카시아 샘물 오트밀이
조그만 나무 그릇에 담겨 나왔고,
겨우내 묵혀둔 도토리를 갈아
바삭하게 구워 만든 도토리 와플이
그 옆에 놓였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아침이
느껴지는 와플의 옆에는,
숲 속 꿀벌들이 날아다니며
뿌리고 간 달콤 방울을 모아 만든
꽃방울잼 토스트가 놓였습니다.
토스트와 와플 사이에는 어제 먹은
숲의 7가지 열매가 듬뿍 올려진
무지개빛깔 요거트가 놓였습니다.
벨라가 달빛과 새벽바람으로
오랜 시간 발효시킨 이 요거트는
먹을 때마다 터지는 과즙과 향기로
하루 종일 무지갯빛으로 살아갈 듯한
기운을 솟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침안개 차가 머그잔에 담겨 나왔습니다.
이 차는 벨라가 일찍부터 아침안개를 모아
숲의 식용꽃으로 깊이 우려낸 것이었습니다.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숲의 새벽이 목구멍을 타고
상쾌하게 퍼져나가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네 명의 자경단은
이제 기분 좋은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들은 이제 불타버린 숲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기억을 없애려는 자에게 맞서,
잊혀진 자들이었던 자경단은 그렇게
하나둘씩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모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동료들은 하나 된 숲의 심장처럼 힘차게 고동치며 뛰고 있었습니다.
(다음 편 '불타버린 숲, 바르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