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2 비교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런칭할 때 '타사'는 어떤 존재일까? 보고만 하면 모든 항목을 타사에 견주는 분이 있다. 타사가 크기를 강조하니까 더 작다고 쓰자, 1 등 제품 보다 2 배 많은 6 개 컬러로 커뮤니케이션 하자, 경쟁사에 없는 세부 기능까지 10 가지 특장점을 보여주자는 식이다. 옆집 매장이 감성적인 분위기라 우리는 더 감성적인 연출을 넣고, 더 많은 상을 받았다고 기사로 도배하자고 한다. 우리 제품 런칭인지 남의 제품 런칭인지 혼란스럽다.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타사 대응'에만 한정시킨 결과이다. 우리만의 POD(point of difference)를 찾지 않고 비교 우위와 동일 시 하려 한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마음의 소리가 뚫고 나온다.
"사장님, 저희 제품에 그렇게 자신이 없으세요? 이 제품이 어디가 어때서 비교를 당해야 하나요?
우리 얘기만 해도 들어줄까 말까인데 비교만 하면 어느 고객이 귀 기울일까요?
저희가 멋지게 포장해서 자신 있게 소개해야 선택받지 않을까요? 저희가 의식할수록
타사는 신나서 역이용하는 거 모르세요? 나약한 말씀은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저희 제품에 애정을 찾고 이 아이만의 이야기와 매력을 찾아 주시기를 이 연사 외칩니다!"
'더 낫다'는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우리 제품의 매력과 우수성이 최우선 순위가 되고 난 뒤의 이야기다. 타사보다 나은 점 찾기에만 빠지면 정작 우리 제품이 해야 할 말은 못 하거나, 해도 묻힐 수 있다. 고객에게 우위를 실컷 자랑했더니 '그런데요?', '그래서 어쩌라고요?' 한다면 뭐라고 답할 텐가. 남보다 잘하는 것만 떠벌리고 정작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어필하지 못한다면 누가 알아줄까? 아이폰이 멋있어서 사지, 갤럭시보다 장점이 더 많아서 사지는 않는다. 코카콜라가 좋아서 먹지, 펩시보다 더 맛있어서 먹지는 않는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소수일 뿐이다.
타사가 하나의 참고는 되겠지만, 절댓값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타사가 경쟁 상대인 것을 맞지만, 마케팅과 브랜딩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고 나은 제품이자 열광할 만한 브랜드'가 되어야지 '남보다 좋고 나은'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고객이 사고 싶은 것은 타사 대비 우월한 제품이 아닌 그냥 특별하고 매력적이며 끌리는 그 무엇이다. 그것들을 런칭이라는 선물 상자에 채워서 고객에게 서프라이즈해야 한다.
타사는 엄친아다. 내 자식과 엄친아는 다르다. 내 아이에게 엄친아처럼 공부 1 등하고, 운동 잘하고 잘 생기지 않았냐고 탓할 수 없다. 엄친아의 나은 점은 참작하고 일부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적용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개성과 자질은 발견해서 키워주면 된다. 남의 집 자식과 내 자식이 타고난 것이 다른데 똑같은 인생을 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사람처럼 제품을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고객은 미투 제품에 끌리지 않는다. 미투 제품은 결코 1 위가 될 수 없다. 엇비슷해서는 흥분을 일으키고 지갑을 열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덴티티의 새로운 만족과 경험을 주는 브랜드를 원한다. 런칭은 경쟁사와의 싸움이 아닌 우리 제품 자신, 어쩌면 마케터 자신과의 싸움일지 모른다. 옆 사람을 보고 달린다고 1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옆 사람이 처지면 같이 등수가 밀리고, 발을 헛디뎌 넘어질 수도 있다. 자신을 뛰어넘겠다는 생각으로 결승점을 향해 전력 질주해야 한다.
사장님, 그래서 말인데요. 내 새끼 잘난 얘기부터 실컷 해 보자고요. 비교하는 순간 한 수 접고 들어 가는 거잖아요. 내 눈에 예쁜 내 새끼가 남의 눈에도 들려면 어디가 어떻게 예쁜 지 정성껏 얘기하고 보여주고 해야 하잖아요. 고객도 느낀다면 남보다 나은 게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요. 그냥 이 녀석 자체가 좋아질 테니까요. 저는 사장님이 우리 사장님이라서 좋은 거지, 타사 사장님보다 더 좋아서 회사 다니는 게 아니랍니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저희도 타사가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닙니다. 노련한 상대를 이기기 위해 한 수 다른 전략으로 승산을 내 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박프로와 저를 비교하지 하시고요, 일단 한 번 믿어 보시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