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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Aug 25. 2023

꼭 이런 학생이 아니더라도…



나는 앞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특성(지적 호기심, 주도성, 사교성, 내구성, 과정을 즐기는 힘)을 모두 지니고 미국명문보딩스쿨을 간 게 아니다. 그중 반 이상은 가지고 디어필드에 입학했지만, 3년 동안 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남은 몇 가지 특성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여러 미국명문보딩스쿨 학생들이 비슷한 경우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다섯 가지 특성을 전부 다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자신이 이 중 하나도 겸비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미국명문보딩스쿨에 가려는 결정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결정이 정말 자신이 원해서 내린, 자신의 결정이었는지 (다시 말해, 부모님에게 떠밀려 지원을 시작한 게 아니었는지) 말이다. 미국명문보딩스쿨 - 일류 대학 - 돈 많이 벌어서 일찍 은퇴하는 파이어족 부자: 이런 식으로 인생이 전개될 거라는 희망적 망상만을 토대로 섣불리 내린 결심은 아닐지, 당신이 정말 압력솥 같은 환경에서 밥알처럼 피부가 터지고 익어가면서 미소를 띠며 4년을 꿋꿋이 버텨낼 자신이 있는지 말이다. 제발 부모님만 이 책을 읽지 말고 학생들도 이 책을 꼭 읽기를 추천한다. 미국명문보딩스쿨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또 성공적으로 잘 생활하려면 부모님의 의사보다는 학생의 의사가 정말 중요하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약일 수도 있는 도전에 따르는 어려움들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자발적인 의지가 있는지, 정말 솔직하게 자신에게 묻고 확답을 얻어야만 한다.

미국명문보딩스쿨 생활이 좀 힘들고 낯설더라도 결국 자신이 선택한 건 자신이 버텨내기 마련이다. 나 역시 디어필드에서 늦은 저녁까지 끝도 없이 쌓인 숙제를 마무리하며, 기진맥진한 채로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미국명문보딩스쿨이 그리 호락호락한 환경이 아니기에 그런 순간들이 자주 찾아왔다. 하지만 당장에라도 JFK 공항으로 향하려는 내 발걸음을 멈춘 생각이 있다. 바로 내가 디어필드에 있는 건, 내가 디어필드에 오기 원해서였다는 것이다. 디어필드를 선택했던 것도 나였고, 이곳에 오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한 것도 나였기 때문에 나의 결정에 책임을 지고 끝까지 따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서야 다음날 다시 학교로 향할 용기가 생겼다.

내가 아마 부모님에게 떠밀려서 디어필드를 갔더라면 (정말로 그랬다면 그게 원서에 드러나서 아마 합격 자체를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내 결정을 따르는 게 아니었을 테니 디어필드 생활의 책임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마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다. 그러니 미국명문보딩스쿨을 생각하는 학생 모두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먼저 자신이 미국명문보딩스쿨이란 환경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먼 길 가서 어려운 학교생활 하는 일을 감수할 만큼 미국명문보딩스쿨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를 자신이 판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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