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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Aug 25. 2023

과정을 즐기는 학생

3월에 디어필드에 합격 결과를 받고나서 6월에 신입생 환영식 및 디어필드 재학생 점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엄마와 서울 강남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해서 나는 재학생들과 함께 앉고 엄마는 학부모님들과 계셨다. 다른 일정 때문에 모임을 좀 일찍 떠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부산에 살아서 서울에 있는 디어필드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엄마와 호텔에서 지냈다) 엄마와 나는 그 모임에서 서로 들은 내용들을  업데이트 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는 학부형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고, 내게 똑같은 말씀을 전해 주셨다. 그분의 아들이자 내 선배 중 한 명은 그 당시, 가을에 12학년으로 올라가는 나이였다. 학부형 대표께서 아들이 9학년 때 입학하기 무섭게 벌써 12학년이 되어있다고, 4년이 참 빠르다 하셨다고 한다.

이 점심 미팅을 얼마 전 일처럼 기억하는 나는 벌써 졸업을 하고 대학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제야 그분의 말씀이 이해된다. 4년 동안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달렸음에도 뒤 돌아보면 시간이 훌쩍 가 버려 순간순간을 더 즐기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정한 목표만 보고 달려서 디어필드의 아름다운 강산을 많이 탐방해 보지 못했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너무 많이 절약했다. 주어진 공간과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순간순간의 과정을 즐기면서 살아야 4년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뒤에 후회가 적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으로서의 본분인 공부를 아예 손 놓고 마냥 즐기기만 하면 학업적으로, 또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면이 생기지만, 결국 “고등학교” 라는 인생의 한 챕터를 매듭짓고 나서 그때의 기억들을 회상해 보면 화학 퀴즈나 수학시험에서 받은 100점보다는 자신의 계발에 정말 의미 있었던 순간들, 그리고 친구들과의 좋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나는 디어필드 생활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패알못 (패션 알지 못함) 하던 내가 3년 간 내 패션 스타일을 찾기 위한 고심과 노력 끝에 디어필드의 패션 매거진에 사진이 두 번이나 게시된 것, 12학년 봄 때 친한 친구와 강가 풀밭에서 태닝하고, 타운 기념품 샵에 같이 처음 가보고, 빈티지 샵에서 서로의 옷을 골라 주며 하루 종일 걱정없이 놀았던 게 생각난다. 이처럼 디어필드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최대한 활용하며 순간 순간을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탑보딩 생활의 치열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정을 버텨낼 수 있게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탑보딩 생활이 쉽지 않겠지만 매순간 즐기며 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을 연결해 가는 마음으로 탑보딩 생활에 임하면 자신에게 의미있게 4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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