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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Aug 25. 2023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학생

또는, 평소에 유약했어도 결심이 서면 굳건하게 변하는 학생

나는 평소에 감정적으로 유약한 학생이였다. 쉽게 울고, 모든 농담을 다 직설적으로 받았다. 타인이 별로 생각 안 하고 내뱉은 말 한 마디에 마음도 쉽게 상했다.

공부에 관해서 받는 스트레스도 애초에 많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멘탈이 강해질 계기도 드물었다. 어릴 때부터 중학교까지 항상 별 노력 없이 책을 많이 읽으며 성적을 쉽게 잘 받았다. 독서력이 바탕이 되어 조금만 노력해도 모든 과목에서 적당한 상위권의 점수를 받아왔기에 기를 쓰고 노력해 좋은 성적을 받아야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이렇게 멘탈이 유약했던 내가 굳건하게 변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미국명문보딩스쿨 지원과 그곳에서의 생활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나는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딱 세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국명문보딩스쿨에 지원 자격 요건을 채우는 것도 승부 근성이 생겼다. 그닥 열심히 공부를 안 하던 내가, 자진해서 토플 인강을 신청해서 2주 안에 완강하고 한 번에 114점을 받고 끝냈다. SSAT 도 마찬가지로 모의시험을 스스로 계획 세워 풀어보고 첫번째 시도에 99%를 받고 끝냈다. 10개 정도 학교를 도는 투어와 인터뷰 일정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학교 투어의 3분의 1쯤 가서는 “이 학교에서는 이런 이런 내용을 말하고 저 학교에서는 나의 이러 이러한 면을 더 부각시킬 거야” 하며 인터뷰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재학하는 국제학교에서 성적을 최상위권으로 유지하겠다는 욕심과 동시에 지원 에세이에 많은 시간과 생각을 투자했다. 지금 기억해봐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모습에 느끼던 희열만 생각난다. 뭔가를 간절하게 원해서 내 모든 걸 쏟으며 달리는 게 익숙지 않았지만 너무 가슴이 뛰었다. 소개하고 싶은 그때 당시에 나의 제일 인상적인 기억이 한 가지 있다. 내 첫 지망 학교인 디어필드에 너무 합격하고 싶은 나머지 불안해서 기다리는 몇 달 동안 소화가 불편할 정도였는데, 합격하고 싶은 내 염원을 담아서 백지 여러 장에 디어필드의 로고인 문을 손으로 하나하나 그려 집에 있는 모든 방문에 붙였다. 심지어 냉장고 문에도 그 종이를 붙이고 매일 밤 자기 전에 냉장고 앞 바닥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제발 합격하게 해 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사실 나도 내 모습이 살짝 낯설었지만 ‘내가 나 자신에게 감동할 수 있는 정도의 노력을 해 보자’라는 결의에 차 있었던지라 그걸 느낄 겨를도 없이 살았다.

결국 디어필드에 합격한 나는 신입 10학년으로 2020년 가을에 입학했다. 디어필드에서의 10학년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원래도 미국명문보딩스쿨 생활이 버거운데, 그 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 때문에 부모님이 학교 규정상 못 오셔서 생전 처음 해 보는 방 정리를 혼자 했고, 장기간 동안 시차에 적응하며 뜬눈으로 꼬박 일주일 밤을 지샜고, 새 친구들이 자칫 감염의 원인이 될까 봐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일부러 거리를 뒀다. 새 문화에서 새 친구들을 만나면서 마음고생도 꽤 했다. 정말 좋고 재미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지만, 한번도 미국을 떠나본 적이 없어서 시차가 뭔지 개념조차 없는 친구들, 한국에서 왔다고 해도 홍콩에서 왔다고 착각하는 친구들, 심지어는 북한이 한국에 미사일을 쏠까 봐 두려움에 떨며 살지 않냐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과 얘기하면서 최대한 밝은 태도로 대화에 임하느라고 감정적으로 버거움을 많이 느꼈다. 친구 간의 불화도 경험했고, 이 와중에 날 도와줄 수 있는 부모님과 언니가 곁에 없어서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다.  열량 많은 미국식 메뉴를 먹으면서 겉잡을 수 없이 살이 찌는 나의 몸상태를 어떻게 조절할 지 몰랐고, 내가 못생겼다는 생각과, 집에 가고싶은 생각에 매일 밤 울었다. 또 그뿐인가. 코로나에 감염된 학생들이 많아지면 학교는 격리를 다시 실시해서 어떤 날은 학교에 갔다가도 다음날에는 옴짝달싹 못 하게 방에서 줌으로만 수업을 해야 했다. 그럴 때에는 산책도 허용되지 않았다. 11학년에 올라가서는 11학년대로 공부가 너무 어려운데 수업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성적을 최상위권으로 유지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무거웠고, 12학년은 대학 입시를 버텨내느라 내 참을성의 바닥을 봤다.

물론 기쁜 순간도 많이 있었고, 지금은 내가 디어필드에 가서 했던 수많은 경험과 만났던 좋은 사람들 덕분에 디어필드 학생이었던 게 내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행복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순간에는 디어필드에서의 생활이 끝도 없이 긴 마라톤같이 느껴졌다. 미국명문보딩스쿨을 다녀 본 사람들은 여럿 공감할 것이다. 이 3년을 굳건한 정신력 덕에 버틸 수 있었고, 그 정신력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절대 아니었다. 디어필드를 갈망하던 나의 마음과 그곳의 생활을 잘 버텨내겠다는 의지가 그 정신력을 하루하루 쌓아갈 수 있게 받침해주었다.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난 진정으로 디어필드를 원했고, 원하는 걸 손에 넣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닥쳐오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버틸 수 있었다. 예전의 유약한 나였더라면 꿈도 꾸지 못 했을 지점에 나는 지금 와 있다. 꿈에 그리던 디어필드를 졸업해고, 가고 싶었던 대학까지 합격했다. 만약 내가 세운 목표에 따라 굳건하게 변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원하지 않는 지점에 서 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참 옳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에는 그것을 가지려면 온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값진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만약 미국명문보딩스쿨이 가고 싶지만 그 결심에 따를 과정을 감내하기 싫다면, 애초에 미국명문보딩스쿨을 오지 말아야 한다. 그게 학생에게도, 부모님께도 덜 힘들고 더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선수를 떠올려 보자. 올림픽 선수는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식단을 먹으며 최고의 코치에게 훈련을 받는다. 자, 그들이 그 최고의 환경 속에서, 최고의 동료들을 넘어서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을 상상해보라. 그 압박감을 정신력으로 뛰어넘어서 경기에 임하는 사람이 결국 금메달을 따 낸다.

자, 이제 보딩스쿨로 와 보자. 탑보딩 학생들은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식단을 먹으며 최고의 교수진에게 교육을 받는다. 자, 그들이 그 최고의 환경 속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천재같은 학생들 (음악 천재, 운동 천재, 과학 천재, 코딩 천재 등등) 사이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어떤 노력이 드는지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명문보딩스쿨에 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그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아침잠이 많더라도 숙제를 수업 전에 마치기 위해 깜깜한 새벽에 책상에 앉고, 헬스장이 문 여는 오전 6시에 칼같이 맞춰 런닝머신을 뛰고, 시리도록 추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에 눈보라를 뚫고 아트센터로 연습실으로 가서 피아노 연습을 하는, 이런 피말리는 정신력으로 삶에 임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명문보딩스쿨 학생들은 모두 재능 있고, 다들 목표지점에 다다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압력솥 같은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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