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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Aug 25. 2023

주도적인 학생

TSAO (Ten Schools Admission Organization) 는 미국명문보딩스쿨 중 탑 열 개의 학교가 모인 연합이다. 그 연합의 공식 웹사이트의 “왜 보딩인가” (Why Boarding) 페이지는 미국명문보딩스쿨에서 학생이 기를 수 있는 다섯 가지 덕목을 소개한다. 그중 하나가 독립성 (Independence) 이다.

“A goal of our schools is to promote a living and learning environment that produces student success. In all of our programs, students are afforded the ability to develop strong time management skills, social-emotional competencies, and guided independence. Throughout each day, students are allowed to structure their own free time. Free periods spread throughout our schedules allow students to meet with teachers, get a head start on their homework, or spend time with their friends. Outside of the academic day, all of our schedules allow time for sports and extracurricular activities so that they do not interfere with academic pursuits.” (TSAO homepage)

“TSAO 학교들의 목표는 학생의 성공을 위한 생활, 배움 공간을 장려하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스케줄을 수행하는 동안 시간관리법, 사회성, 그리고 독립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학생들은 각자의 계획에 맞춰 자유시간을 자율적으로 쓰게 된다. 자신의 필요성에 따라 선생님과 만나거나, 숙제를 미리 시작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학교 일과가 끝나고 나서는 자신들이 선택한 방과후 활동에 참여한다.”

이 문단이 전하려는 요점은 바로, 탑보딩에서는 수업 외 시간 동안 선생님과 만나든, 숙제를 미리 시작하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든 전부 그들의 자율적 계획에 따라 그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자유는 해방감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그에 따른 책임감과 주도성이 뒤따른다.

공립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서 부모님의 보호와 도움 아래서 학교생활을 한다. 편의점에 가려면 언제든 갈 수 있고, 필요할 때 친구를 집으로 불러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공부를 잘 하고 싶은 학생은 정말 공부만 신경쓰면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반면에 기숙생활은 지극히 주도적이고 때론 외롭다.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과 보내는 재미있는 순간들과 절대 잊지 못할 추억들이 쌓이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다.

물론 미국명문보딩스쿨에는 룸메이트도 있고 (디어필드에서는 9학년만 룸메이트가 있다), 사감 선생님, 수업을 가르치는 과목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그 사람들은 나와 24시간 있어주지 못 한다. 그리고 다들 바쁘다. 미국명문보딩스쿨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들만큼이나 바쁘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이다. 미국명문보딩스쿨에서 지내면서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을 경험하게 된다. 공강이나 쉬는 시간에 내 친구가 똑같이 공강이나 쉬는 시간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생각보다 혼자 있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때 옆에서 자신이 숙제를 잊어도, 밥을 챙겨먹지 못해도, 방이 난장판이어도 챙겨줄 부모님은 없다. 미국명문보딩스쿨에서 그런 식으로 자기를 챙겨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자신을 챙기는 힘을 길러야만 한다. 만약 너무 외로우면 누군가 자신에게 와주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먼저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아야 한다. 그 친구들도 분명 자신을 챙기느라 바빠서 먼저 손 내밀 여유가 없다. 숙제도 꼼꼼히 챙기고, 선생님들과 미팅을 열심히 잡으며 생활의 모든 방면을 다 철저히 챙겨 나가야 한다.

미국명문보딩스쿨은 대부분 외진 시골에 있다. 디어필드 역시 메사추세츠의 서쪽  시골에 위치해 있고, 제일 가까운 타운에 가려면 차로 20분 달려야 한다. 주말 아침에 던킨도넛이 먹고 싶다면 비싼 배달비를 내고 사오십분 정도 배달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자유시간이 아무리 많은 날이라 해도 마음대로 자주 나갈 수 없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답답함이 계속 쌓이면 독이 되니까 자신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일부러 친구들과 함께 학교 카페에서 수다를 떨거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등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줄 알아야 한다.

물티슈나 생리대가 부족하지 않게 아마존 주문을 미리 예약하고, 몸이 아프기 시작할때  빨리 감지하고 먼저 보건소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옷이 만약에 도난당해서 사라지면 (놀랍지만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속상해하는 것도 잠시, 새 옷을 장만한 뒤 자신의 물품을 더 조심해서 단속해야 한다. 친구와의 트러블이 생긴다면, 둘 중 누구 하나라도 학교를 떠나지 않는 이상 서로 남은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얼굴 봐야 할 사이이기 때문에 상황을 잘 끝맺음하고, 감정을 정리한 뒤에 잘 자야 한다. 다음날에도 일찍 일어나서 바삐 쳐내야 할 일과가 벌써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명문보딩스쿨에 다니는 건 고등학생 때 자취를 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대학 카운슬러 선생님들께서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미국명문보딩스쿨 학생이 일반 공립을 다닌 학생보다 생활 방면에서 잘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명문보딩스쿨에서는 공부, 사교와 생활습관 삼박자를 동시다발적으로 훈련하는 연습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대학생활이 별로 걱정 안 된다. 이미 명문보딩스쿨에서 3년 동안 혼자 생활해 오면서 짐 푸는 법, 내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는 법, 친구 관계를 잘 관리하는 법 등을 생활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로움도 이제 두렵지 않다. 명문보딩스쿨을 다니면서 주도성 하나는 잘 키울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하시는 것보다 그 과정이 힘들 수 있다는 걸 알아두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한 가지. 미국명문보딩스쿨에서의 삶은 정말 바쁘다. 그 바쁜 와중에 필요한 게 생긴다면, 주저하지 말고 분명하고 자신있게 목소리를 내어 먼저 도움을 요청해야 삶이 편해진다. 혹시라도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부담을 줄까봐 요청을 꺼려하며 시간을 낭비하면 자신에게 손해다. 보통은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에 거절당할 걱정하지 말고 먼저 나서서 물어봐라.

결론적으로, 탑보딩에서 자기 일, 자기 건강과 자기 행복은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챙겨야만 한다. 그리고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친구,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적극 요청해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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