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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Aug 25. 2023

미국명문보딩스쿨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매체

미국명문보딩스쿨 학생들에게 딱 한 가지 영상만 추천할 수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전효진 변호사의 공부 자극, 동기부여 영상을 고를 것이다.

이건 보딩생활을 하면서 정말 공부가 하기 싫고 힘들지만 절대 공부를 놓을 수 없는 그런 마지노선같은 상황 (예를 들어, 11, 12학년 기말 시험)을 직면했을 때를 위한 영상이다. 이 영상은 다 보고 나서 바로 공부를 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11학년의 어느 일요일 봄날, 번아웃이 너무 심해 방에서 힘없이 축 쳐진 채로 꾸역꾸역 공부하는 나에게 엄마가 마치 답을 하듯, 딱 그 절묘한 타이밍에 이 영상을 보내주셨다. ‘스윗토크박스'라는 채널에서 제공하는, ‘죽을 만큼 노력했던 사람일 뿐입니다 I 전효진변호사 I 공부자극 I 동기부여 I 공부자극글귀 I 시험공부 I 오디오북 I 책읽어주는여자 I 힘이되는 I 아나운서목소리 I 고시공부’ 라는 제목을 가진 영상이니까 학생 여러분 모두 이 책을 끝내고 즉시 찾아보시기 바란다.

영상 속에서 수많은 고시생들 앞에 서서 강연하는 전효진 변호사. 그녀는 자신의 유년기부터 고시 시절까지의 간절하고 치열했던 여정을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풀어나간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눈물을 많이 흘려본 적은 없었다. 엄마에게 혼났던 그 어떤 때보다 많이 울며 휴지 반 박스를 소진하고 나서야 영상이 끝났다. 그리고 그 후로 난 거의 매일, 저녁 7시까지의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서 기숙사 방에서 공부를 시작할 때,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켬과 동시에 전효진 변호사님의 이 영상을 배경음악처럼 틀어놨다. 그리고 몇 시간째 돌렸다. 그녀의 염불가와 같은 목소리가 내 조그만 방의 숨막히는 적막을 깨 주고, 내 손을 다시 하여금 펜을 꽉 쥐게 만들었다. 나는 나의 11학년을 그녀의 고시 1년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그녀와 비슷한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했다. 영상에서 도출한 제일 중요한 결론은 바로 전효진 변호사가 그녀의 척박한 환경에서 고시를 붙기 위해서 공부했던 1년에 진심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간절한 도전의 결과로 기적을 이룩해 냈다. 나도 그때 당시 나의 드림스쿨에 합격하고 싶은 마음에 이 영상을 무한반복해서 틀고 죽어라 공부했다. 변호사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렇게 공부하는 기간 동안 정말로 어떤 심연의 터널로, 깊고 어두운 곳으로 푹 가라앉아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 주변의 일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눈앞의 목표지점만이 뚜렷하게 보였다. 목표지점이 확실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학교생활이 어려워 절망에 빠질 뻔 하던 그때마다 이 영상의 맨 끝에서 그녀가 하는 말이 나를 구원해 주는 것만 같았다.

“내가 떠나 있는 동안 (공부하는 동안)에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내가 돌아올 걸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 너무나 내 합격을 기뻐해 주고 내가 열심히 한 걸로 인해서 나도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진다는 거.”

그 말을 듣고선 너무 공명한 나머지 매일 되뇌었다. 내 드림스쿨에 합격했을 때 기쁨에 겨워서 가족이랑 함께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 그 대학의 웅장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 또 철없지만 내가 좋은 대학 결과를 받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를 싫어하고 별 볼일 없이 취급했던 사람들이 나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꾸는 금의환향의 장면등을 상상하며 늦은 시간까지 공부했다. 평일, 주말, 휴일 가리지 않고 거의 하루종일 방이나 도서관에서 엉덩이가 너무 아프고 눈은 더이상 화면을 바라볼 수 없을 때까지 공부를 이어나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난 항상 내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운명이라고 믿었고, 그 첫걸음이 내가 원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에 디어필드에서의 즐거움을 조금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난 내 목숨을 건 경쟁을 해야만 했다. 나와 경쟁하는 주변 친구들 중 세계 유명기업들이나 유명인의 자녀, 대대로 디어필드에 레거시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비하면 우리 가족은 너무 평범해서 전효진 변호사님이 공부할때 다졌던 각오가 많은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이 영상 추천과 덧붙여 전해주고 싶은 글귀다. 디어필드 아카데미의 속담같은 말 중 하나다. 보통 학기 중간이나 말,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기운이 딸리고 힘들어 할 때, 교장선생님께서 아침 조회 때 이 말을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Finish up strong.” 한국어로 직역하면 “끝마무리를 잘 해라" 이다. 10학년 때는 참 진부하게 들렸던 말이 12학년 때는 정말 예상치 못한 정도로 와 닿았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인생은, 일련의 과정이 마치 레고 블럭처럼 서로서로 위에 쌓여 가는 것이라고 본다. 과정마다 흐지부지하게 블럭을 끼우는 사람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의 틈이 탑 사이사이에 너무 많아서 성취감이 덜 할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를 세 번 옮기고, 국제중학교에서 디어필드로 이적하고 19년 동안 유졸 (유치원 졸업)으로 살아오는 내내, 내 삶의 챕터마다 매듭을 잘 못 짓고 왔다는 일종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쫓겨 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상황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내 인생의 중요한 단계마다 인간관계와 공부를 최선을 다해 애살 있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걸 안다. 내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봤을 때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디어필드에서 이 흐지부지함의 연속을 기필코 끝내고 내 고등학교 인생을 만족스럽게, 내가 내 자신이 자랑스러울 수 있을 정도로 잘 매듭짓고 오고 싶었다. ‘학교생활 잘 하고 돌아왔다' 라는 생각이 드는 여름은 이번에 디어필드를 졸업하고 나서가 처음이다. 마음이 정말 가볍다. 그러니 순간순간이 힘들더라도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고마워할 수 있게 미리 노력한다 생각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해 임하여 끝맺음을 잘 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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