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하다고 하면 싸울까 봐 무서워요."

싸우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서론


우리는 종종 곤란한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무언가 서운한 점이 생겼을 때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은 잘 알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막상 대화를 시작하자니 싸울 것 같고, 괜히 내가 예민한 건가? 싶은 생각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그런 상황을 겪어 보신 적 있을 거예요. 결국, 우리는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지요. 정말 그런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물론 있습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연습이 필요할 거예요. 지금부터 ‘싸우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10일 오전 03_55_59.png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있다면 집중해 주세요!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그들은 왜 화를 내는가?


그전에, 우리는 ‘왜 그 사람은 화를 낼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그저 우리의 서운함을 표현하려 했을 뿐인데, ‘알았다’라는 말이 그렇게나 어려운 말일까요? 상대방이 화를 내는 이유는 두 가지 심리가 상호작용한 결과예요.


여러분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았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진지하게 ‘그래 그건 나의 잘못이야’라고 생각하시는 훌륭하신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요. 놀랍게도 우리의 무의식은 나와는 다른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공격받았다’라는 결정을 내려요. 이것은 변화를 회피하는 ‘항상성’ 때문이에요! 우리는 그저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그것이 ‘잘못되었다.’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 우리가 실제로 바뀌는 것보다는, 우리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 더 쉽고 빠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사람은 내가 실수한 것은 외부 환경이나 상황의 탓으로 돌리고, 다른 사람이 실수한 것은 그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러한 인지 오류를 ‘귀인 오류’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한 실수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여건이 안 됐어.”라고 변명하고, 상대방이 한 실수에 대해서는 “저 인간은 원래 그래.”, “저 사람은 마인드 자체가 잘못되었어.”라고 일반화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두 가지 심리적 기전이 상호작용하면서, “나 서운해”라는 나의 말에 상대방이 ‘내가 잘못한 건가?(항상성 편향)’, ‘아니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지?(귀인 오류)’라고 생각하게 되는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상대방이 화를 내는 이유입니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10일 오전 03_58_16.png 보통 감정을 그냥 표현하면 이런 식의 대화가 시작되지요.




우리는 왜 서운한가?


다시 돌아와서, 이번엔 우리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봅시다. 사실 우리는 ‘나는 왜 화났는가?’를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예시를 들어볼까요?


오늘은 상대방과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에요. 한껏 꾸미고 가벼운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지요. 하지만 상대방은 약속 장소에 없었습니다. 전날 야근을 하고 늦잠을 자버린 것이지요. 상대방으로부터 연락도 오지 않은 채, 30분이 지났습니다. 그제야 저 멀리 상대방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이네요!


이때, 여러분이 느낄 감정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서운함, 짜증, 분노 같은 감정일 거예요. 하지만 화를 내기 전에, 아주 잠깐만 생각해 봅시다. 상대방이 늦은 것이 진짜 문제일까요? 상대방도 늦고 싶어서 늦은 건 아닐 텐데요. 그리고 여러분이 정말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기다리는 동안 상대방을 위한 커피를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말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화가 나는 여러분이 유독 예민한 건가요?




감정 이해하기


사실 상대방이 약속에 늦은 것 그 자체로는 시간이 좀 지체된 것 이외에는 어떠한 피해도 끼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화를 낼 준비를 하지요. 이건 여러분이 예민한 게 아닙니다! 감정이라는 게 원래 그래요.

감정은 셀로판지와 같습니다. 각각의 셀로판지는 저마다의 색을 갖고 있지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기타 등등! 하지만 이 셀로판지들이 하나로 합쳐지면, 무슨 색이 될까요? 감산 혼합이 발생해서 ‘검은색’이 됩니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우리의 감정은 한 번에 하나만 나타나는 경우는 잘 없어요. 상대방이 늦은 것에 대한 서운함도 물론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도 나타났을 것이구요. 어제 야근하느라 힘들었을 상대방에 대한 측은함과 걱정도 있겠지요. 끝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으로부터 지겨움이나 심심함이라는 감정도 있을 수 있어요. 문제는 이런 각각의 감정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라는 점에 있습니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10일 오전 04_01_09.png 우리의 감정은 여러 개의 진짜 감정들이 모여서 하나의 가짜 감정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여러 개의 감정이 하나로 합쳐지면 한 가지의 단순한 감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마치 겹쳐진 셀로판지가 각각의 색을 잃고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요. 이것을 ‘2차 감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2차 감정을 ‘진짜 감정’이라고 착각하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겠지요.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감정이 느껴질 때면, 그 감정이 2차 감정임을 눈치채고, 각각의 감정을 따로따로 분리해야만 해요. 이 과정을 ‘감정 정제하기’라고 합니다.




감정 정제하기


감정을 정제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요.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만 잘 고민해도 여러분은 답을 잘 찾을 수 있어요. 도저히 모르겠다면 ‘좋다’, ‘싫다’의 단순한 말로 정의해도 좋아요.


여러분의 1차 감정을 찾으셨나요? 그러면 그 감정들을 상대방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할 필요가 있어요. 크게 두 가지 구성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객관적으로 발생한 사실’‘그 사실로부터 느껴진 나의 감정’이에요. 그래도 이해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템플릿을 보여드릴게요!


“____했을 때, 나는 ____한 감정을 느꼈다. 왜냐하면 ____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이건 ‘나 전달법(I message)’이에요. 그리고 여기까지 눈치채신 분들은 ‘요구’가 빠졌다는 것도 알아차리실 거예요. ‘요구’가 빠진 이유는 제가 다른 글에서 이미 설명했기 때문이랍니다. 네, 맞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글은 5번 칼럼의 프리퀄 같은 거예요. 같이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상대방 변호하기


성공적으로 감정을 정제하는 데 성공하셨다면, 이젠 상대방을 변호해 볼 차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립적인 시선’이 아니라 ‘상대방의 시선’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철저히 상대방의 시선에서 상대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그 행동을 알아차렸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해도 괜찮아요. 내가 납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그럴싸하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다음과 같은 템플릿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지요.


“____했을 때, 상대방은 ____했을 것이다.”




이제, 표현하기


여기까지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이것을 표현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순서인데요.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던 다음과 같은 순서로 상대방에게 대화를 시도하셔야만 해요.

1) 상대방의 감정 존중하기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하는 겁니다. ‘상대방 변호하기’ 단계를 성실하게 수행하셨다면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는 이미 정리되어 있을 거예요.


“네가 늦게 일어난 걸 알았을 때, 너도 많이 당황했을 거야.”

“어제 야근하느라 오늘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거야.”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존중해줘야 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끄기 위해서예요. 나의 감정부터 표현하게 되면 상대방은 그걸 공격으로 받아들일 확률이 높거든요. 때문에, ‘나는 너랑 대화하려 하는 거야. 나는 너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어.’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그걸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보여주는 거거든요. 실제로 상대방을 존중해 주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대방이 방어기제를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상대방이 변명을 할 수도 있고, 사과를 할 수도 있어요. 어떤 반응을 보이던 일단 지금은 무조건적인 수용을 해야 합니다.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해요. 어차피 내 이야기는 바로 다음에 할 거거든요. 마음 급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2) 감정 표현하기

상대방이 할 말을 전부 끝냈다면, 이젠 나의 감정을 표현할 차례입니다. 마찬가지로 ‘감정 정제하기’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이미 정리되어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정리해 놓은 것을 그대로 꺼내놓기만 하면 된답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네가 이렇게 늦게 되면 나 혼자 심심하단 말이야.”

“네가 나한테 연락도 없이 늦어버리면 나는 걱정돼.”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네가 나와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하긴 해.”


ChatGPT Image 2025년 4월 10일 오전 04_04_07.png 대충 이런 느낌이 됩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여기까지, 여러분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털어놓았다면, 이때부턴 상대방에게 ‘요구’를 해야 해요. ‘요구’하는 방법은 5번 칼럼으로 이미 소개해 드린 바 있지요!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인 요구로 나를 서운하게 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정해주는 거예요!


물론, 여러분이 느끼는 서운함의 정도가 약하다면 ‘그냥 그렇다고 알아만 둬.’와 같이 요구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답니다. 상대방이 여러분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고, 또 충분히 성숙하다면 알아서 잘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결론


여기까지, 싸움을 피하면서도 나의 서운함을 표현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봤어요. 상당히 복잡해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결국은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 것’, ‘나의 2차 감정에 속지 말 것’ 이 두 가지 원칙과 더불어서 ‘상대방을 이해해 주면서 나의 감정만 담백하게 표현하기’라는 방법만 기억하신다면 여러분도 충분히 해내실 수 있어요. 다만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어려울 수 있어요. 때문에, 평상시에 감정일기를 쓰면서 감정 지연과 상대방에 대한 변호를 연습해 두는 것을 추천해 봅니다!




한 줄 요약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고, 솔직한 감정만 표현하세요.



[싸움 4부작 시리즈]


1. "우리는 항상 같은 이유로 싸워요." - 요구의 기술

2. "서운하다고 하면 싸울까 봐 무서워요." - 감정 표현하기 (현재 글)

3. "싸운 뒤, 어떻게 화해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사과의 기술

4. "사소한 걸로 다투다가 크게 싸워요." - 다툼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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