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걸로 다투다가 크게 싸워요."

큰 싸움을 막는 '다툼의 규칙들'

서론


재회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잦은 다툼 끝에 이별하게 되신 분들이 자주 보입니다. 단 한 번의 큰 다툼이 이별로 이어지는 경우는 잘 없지요. 이때, 어떤 이유로 다투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면 같은 이유로 계속 다툰 분도 있지만, 또 어떤 분들은 저마다 다른 사소한 이유로 다툼이 시작되어서, 그것이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 분들도 많아요.




현명한 다툼을 하는 규칙들


원래 연애라는 것은 서로 다른 세계를 살던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어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랍니다. 그런 까닭에 연애에서는 반드시 ‘다툼’이 발생하게 되지요. 물론 어떤 분들은 ‘우리는 서로 잘 맞아서 안 싸우는데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분들도 언젠가는 큰 다툼을 하게 될 거예요. (이것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루어 볼게요!) 그게 아니라도, ‘동거’라는 걸 시작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강조하고는 합니다.

“싸우지 않는 것보다, 어떻게 싸우느냐가 백만 배는 더 중요합니다.”


01.png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싸움을 키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지요.


WWE라는 밈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두 집단 혹은 개인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암묵적 합의에 의해 짜고 치는 상황을 WWE에 비유하는 것이지요. WWE의 반대말은 UFC랍니다. 암묵적 합의 없이 실제로 들이받는 상황을 의미해요. 우리는 상대방과 다투더라도 WWE를 해야 합니다. WWE가 UFC가 되는 순간 싸움은 커질 수밖에 없어요.


WWE와 UFC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암묵적 합의의 존재’ 일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규칙’이지요. 맞습니다! 사소한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규칙’을 숙지하고 철저한 WWE를 해야만 하지요. 지금부터는 큰 싸움을 막는 규칙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02.png 현명하게 다투는 데에는 '규칙'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규칙 1. 일단 사과부터 할 것.


다툼의 시작부터 ‘사과’를 하라니 뭔가 불합리해 보이죠? 지난 7번 칼럼에서 사과하는 법에 대해 다룬 적 있는데요. 7번 칼럼에서는 ‘미안해’가 사실은 ‘이해해’라는 의미임을 알아본 바 있습니다. 말하자면,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먼저 존중하고 시작하는 것이지요. 상대방이 서운함을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면 확실하게 사과하시고, 만약 아니라면 ‘네 기분을 상하게 해서 미안해’, ‘네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와 같은 상투적인 멘트라도 던져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규칙 2. 상대방의 감정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것.


만일 내가 사과를 했다면, 상대방도 같이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의 사과를 듣고도 화를 내거나 다소 감정적인 말투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을 거예요. 아마도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하지만 이때는 잠자코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상대방의 마음을 채우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빠져나가는 과정이거든요. 공기가 가득 들어찬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요. ‘펑!’하고 터져버리느냐, ‘스스스’하고 서서히 빠져나가느냐 하는 차이일 뿐이랍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여러분은 잠자코 들으면서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 같은 말들 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 주세요.


03.png 어떠한 방식이든,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이 빠져나가는 것이에요!




규칙 3. 나의 이야기를 할 때는 짧고 간결하게 할 것.


상대방의 감정이 모두 빠져나가고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면, 대부분 아닌 척하겠지만 감정적으로 고양된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의 상대방은 인내심이 평소처럼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때문에 상대방이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요구하는 때가 아니라면, 내 생각만 짧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상대방이 내 이야기의 요점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거든요. 이것과 관련해서는 6번 칼럼을 함께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규칙 4. 상대방과 나의 대화 비율을 1.5:1로 유지할 것.


내가 1분 동안 이야기했다면 상대방의 이야기는 적어도 1분 30초 이상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심리적인 측면이 큰데요.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를 좋아합니다. 이러한 습성 탓에 내가 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늘어놓게 되거든요. 내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면 상대방은 결국 여러분의 대화를 놓치게 되고 대화는 의미가 없어질 거예요.


04.png 규칙 4번과 5번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규칙 5.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상대방의 대화를 끊지 말 것.


갑자기 전화가 온다거나 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방이 하는 말은 가능한 끝까지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불필요하게 끊게 되면, 상대방은 ‘얘가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구나.’, ‘내 마음을 이해해 볼 생각이 없구나.’라는 판단을 내리고 여러분과의 대화를 포기하게 될 거거든요.

하지만 만약, 상대방의 말이 지나치게 길어져서 여러분이 따라가기 힘들다거나, 대화 주제가 삼천포로 빠질 것 같다면 ‘내가 네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 줘’ 라거나 ‘그러니까 지금 너는 ____하다는 말이지?’와 같은 말로 상대방의 주의를 환기해 주어야 합니다.




규칙 6. 대화하려는 의도를 잊지 말 것.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대화를 하다 보면, 대화 주제가 다른 곳으로 튀거나 내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하고 있던 말은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를테면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훨씬 이전에 있었던 나의 실수가 들춰진다던가 하는 상황이요. 그리고 이런 일들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 방해가 되고, 대화는 결국 ‘천하제일 잘못 대회’가 되기 일쑤예요. 따라서 대화의 논점이 다른 곳으로 흐르는 것은 ‘우리는 지금 ____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야.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는 게 좋겠어.’와 같은 말로 차단하는 것이 좋고,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과 ‘대화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을 미리 정리해 두고 대화 중간중간에 복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05.png 이러한 상황을 막으려면 수시로 대화 주제를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규칙 7. 다툼이 싸움으로 번질 것 같다면, 즉시 대화를 중단할 것.


아무래도 다투는 상황이기에 서로의 감정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일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나 또는 상대방의 감정이 격앙될 것 같다면 즉시 대화를 중단해야 합니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요. 대화를 중단할 때에는 ‘너 지금 화난 거 같아’, ‘감정적으로 말하지 마’와 같이 명령조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지적하는 것은 절대로 삼가야 합니다. 차라리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생각 정리가 좀 필요할 거 같은데, 잠깐 쉬었다가 NN분에 다시 이야기해보는 게 어떨까?’,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잠깐만 생각을 정리해 볼 시간을 줄래? NN분에 다시 이야기해보자.’와 같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내 감정을 되돌아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미 싸움이 커져서 대화의 중단이 안되게 되었다면, 어쩔 수 없이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떠한 반박,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까요. 상대방의 감정이 식을 때까지 잠시 딴생각을 하면서 대화를 ‘들어주는 척’만 하세요. 감정이 식은 뒤에 다시 이야기해도 늦지 않고, 지금 상대방이 하는 말들은 대놓고 여러분이 상처받으라고 던지는 말이므로 굳이 들어줄 이유가 없습니다.


06.png 적절한 대화의 중단은 유연한 사고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너무 자주 끊으면 좋지 않겠지만요.




규칙 8. 되도록 필요한 질문만 할 것.


다투는 상황에서 ‘질문’은 그 자체로도 상대방에게 긴장감을 주게 됩니다. 절대 좋은 기분은 아니지요. 특히 ‘왜?’라는 질문은 아주 치명적입니다. ‘왜 그랬어?’,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같은 질문들은 상대방의 심리를 묻는 대단히 신사적인 질문처럼 보이지만, 그 질문을 받는 당사자는 ‘답이 정해진 질문’을 받는 것처럼 느낄 확률이 140%거든요.


대화를 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묻고 싶은 질문 목록을 미리 작성하세요. 그리고 그 질문들을 작성할 때에는 ‘무엇을 알고 싶은지’, ‘왜 알고 싶은지’, ‘꼭 해야만 하는지’의 3가지 의문을 끊임없이 생각하세요. 그리고 또한, 상대방에게 질문할 때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들으려고 질문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만약에 너처럼 행동했다면 너는 어떨 것 같아?’, ‘사람들은 당연하게 ____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같은 질문이요. 상대방의 잘못을 상대방이 아는지 묻고 싶다면, 애초에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다툼에서는 큰 의미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고,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길 원한다면, 차라리 내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백만 배 낫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07.png 이런 식의 질문은 불필요한 질문입니다.




규칙 9. 구체적이고 간결한 규칙을 만들 것.


다툼의 가장 큰 목적은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재발을 막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대방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합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5번 칼럼을 참조하면 좋습니다. 거기서 이미 요구하는 방법을 알아본 바 있거든요.




규칙 10. 고맙다는 인사로 마무리할 것.


성공적으로 다툼이 끝나고 규칙을 합의했다면 반드시 ‘고마워’나 ‘사랑해’ 같은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종의 긍정강화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좋아요.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상대방이 그런 행동을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긍정강화’라고 하는데, 이런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상대방이 갈등을 회피하는 것보단 전면으로 맞서서 다툼을 통해 해결하는 쪽을 선택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또한 다툼에서 생겨난 부정적인 감정들을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겸하지요.




규칙 11. 절대로 잘잘못을 따지지 말 것.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규칙입니다. 절대로 누가 잘했니, 누가 잘못했니를 따지면 안 됩니다.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다툼은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고, 논리적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다분히 감정적인 서운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 대화는 항상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절대로 좋은 일은 아니겠지요.


나는 왜 서운함을 느꼈는가? 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세상에서는 상대방이 한 일이 큰 잘못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요. ‘네가 하는 말 뭔지 알아. 하지만 나는 그게 서운해.’라는 말로 정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상대방이 왜 잘못했는지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쉬울 거예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가? 왜 그게 잘못인가?’를 따지는 것보다는 ‘어쨌든 이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된다’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쉬울 테지요!




결론


5번 칼럼부터 지금의 8번 칼럼에 이르기까지, 싸움 4부작을 드디어 완성했네요! 싸움 4부작에서 소개된 모든 내용들을 여러분이 숙지하고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러려면 여러분은 지루한 ‘관계 공부’를 해야만 할 거예요. 하지만, 모든 내용을 숙지하지 않더라도 다음의 원칙들만 기억하면 여러분은 훨씬 더 슬기롭게 다투고, 다툼을 신뢰로 만들고, 더 안정적인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과 ‘상징적 연애기’에 돌입할 수 있을 거예요.

원칙 1.

다툼은 항상 ‘상대방 감정 이해하기’ - ‘내 감정 표현하기’ - ‘요구하기’ - ‘보상안 제시하기’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원칙 2.

절대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내 이야기는 짧고 간결하게 표현한다.


원칙 3. 다툼이 끝나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야 한다.

08.png 다툼은 결국 협상의 과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한 줄 요약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내 감정은 간결하게 표현하세요.



[싸움 4부작 시리즈]


1. "우리는 항상 같은 이유로 싸워요." - 요구의 기술

2. "서운하다고 하면 싸울까 봐 무서워요." - 감정 표현하기

3. "싸운 뒤, 어떻게 화해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사과의 기술

4. "사소한 걸로 다투다가 크게 싸워요." - 다툼의 규칙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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