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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May 28. 2023

두번의 도주(미수) 사건

  2010년 8월 28일 천안교도소에서 중국인 수형자가 대운동장에서 운동 중 담을 넘어 북일고 뒷산 쪽으로 도주했다가 출동한 직원들에게 잡혀 언론에도 보도된 사건이 있었다.

  도주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전자경비시스템 울타리 위에 서서 점프하여 주벽으로 연결된 건물의 돌출 부위를 잡고 주벽 위에 올라 담장 밖으로 뛰어내려 산 쪽으로 도망간 사건이었다. 일반인 같으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시설이었으나 중국 기예단 출신의 수형자는 불과 몇 초 사이에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다행히 몇 시간 후 교도소 뒷산 너머에서 출동한 직원들이 도주자를 체포하였으나 그로 인해 운동장 근무자 4명이 징계를 받았고 이 사건은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징벌 중인 수형자를 잔벌면제 시켜 운동을 시켰고, 운동시간인 오전에 비가 내려 운동을 시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나 운동을 시켰으며 선임자가 평상시 소운동장 근무였으나 그날따라 대운동장에서 근무하고 싶다며 대운동장 근무자 한 명을 소운동장으로 보내고 5m 주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방심한 채 대운동장 근무를 서다가 사고를 당하여 징계를 받은 점 등 뒷얘기를 많이 남긴 사건이었다.(소운동장에서 근무한 직원은 문책을 당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12월 말 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퇴직을 하게 되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갑자기 보안과 당직계장이 허겁지겁 뛰어왔다. 한국인 수용자가 운동을 하고 들어오다가 전자경비시스템을 따라 뛰어가다가 정문동과 연결된 전자경비시스템 위에 올라 정문동에서 주벽으로 연결된 부분을 타고 주벽에서 뛰어내렸다 직원들에게 바로 잡히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첫 번째 도주사건 발생 후 시설을 보강한다고 정문동 이층 창살을 모두 철판으로 막고 기름칠까지 해서 미끄럽게 놓았는데 손톱으로 철판 윗부분을 잡고 옆으로 10여 미터 이동해 주벽 위까지 이동한 상태에서 주벽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주벽 앞 테니스장에서 야간근무 후 집에 가지 않고 테니스를 치던 직원 중 한 명이 발견하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뛰어가 체포한 사건이었다.

  전자경비시스템을 설치하기 전에는 수용자가 아무런 도구 없이 5m 교도소 담을 뛰어넘은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도주방지를 위해 전자경비시스템 설치 이후 한해에 두 번씩이나 담을 넘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같은 소에서 두 번이나 발생하였다. ​당시 운동근무자는 또박이라고 불릴 만큼 근무를 잘하는 직원이었으나 순간적으로 뛰어가는 수용자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몇 개월 전 직원의 전임 근무자였던 나에게는 그 누구에게 보다 아찔한 사건이었다.​


​  이 사건으로 해당직원이 징계를 받았으나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정상적으로 근무를 한 점을 인정받아 징계를 면할 수 있었다. 당시 소청심사위원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우리나라에서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교도소 담을 넘어 도주를 시도한 사건이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같은 기관에서 불과 4달 사이에 수용자기 2번이나 담을 넘었다는 것은 분명히 시설에 문제가 있는데 시설을 만든 사람들은 왜 책임을 안 지나요? 이 사건은 시설을 만든 사람들이 징계를 받아야 합니다."

 

 잘못된 시설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고 많은 예산이 낭비되었는데 보안과 현장 근무자만 처벌을 받고 시설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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