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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Jan 30. 2024

잃어버린 아내 22

  아내가 5.1. 이상행동을 보인 이후 많이 좋아졌다. 밖에 나가 걷지는 않지만 드라이브도 매일 1시간 ~ 2시간 나가고 있고 상대도 없는데 누군가와 대화를 하듯 하는 행동도 거의 없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주변과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어떤 일에 대한 생각도 없었는데 지난 토요일 오전, 큰아들이 오후에 온다는 얘기를 하자 “우리 아기 맛있는 것 해줘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를 남편이라고 하지는 않고 있다.


  아내의 체중이 계속 늘어나 아침에는 미니햄버거용 모닝빵 한 개에 잼을 발라주고 비피더스 한 개를 주는데 다 떨어져서  오후에 아내를 차에 태우고 파리바게뜨 앞에 차를 세우고 아내를 차에 남겨둔 채 파리바게뜨 옆 마트로 가는데 파리바게뜨 투명유리를 통해 30여 명의 성인 남녀들이 모여 웃고 떠들며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모임인지 참 보기 좋았다. 축복받은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마트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파리바게뜨에서 한 사람이 뛰어나와 나에게 아는 체 했고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나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이었고 뛰어나온 사람은 성당 동생부부였다. 내 손을 잡으며 형님 소식 들었는데 한 번도 못 찾아봬서 죄송하다며 형수님은 어떠시냐? 고 물어보는데 그 순간 눈물이 나와 억지로 참았다.

  함께 있어야 할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채 모두에게 동정의 시선을 받고 있는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는데 자매님 두 분이 아내가 있는 차로 달려가 아내에게 아는 체하니 아내도 자매님들을 알아봤다. 희한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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