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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Jan 30. 2024

잃어버린 아내 21

 아내가 정신적으로 극도로 안 좋아 대학병원에 한 달여간 입원한 후 18개월 정도 지난 올 1월까지 난 아내의 치매진단서를 끊지 않았고 장기요양등급인정 신청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아내가 나를 못 알아보는 상황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낯선 사람과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내가 아내를 돌보면 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나를 남편이 아니라며 밀어내기 시작하니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견디기 힘들 것 같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 같아 장기요양인정 등급을 신청하였는데 생각지도 않게 3등급이나 나와 버렸다. 그만큼 아내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상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내가 진료일정에 잘 따라야 하는데 자신은 아프지 않다며 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아내가 병원진료를 거부할 때에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을 지참하여 병원에 혼자 가서 A4 용지 한 면에 아내의 상태를 정리하여 의사 선생님께 드리고 있다. 아내가 같이 갈 때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아내가 듣는데서 설명하면 아내가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5/1 처녀귀신 사건이 일어난 지 10일 후 정기진료 때 아내의 이상행동을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주기적으로 좋아졌다 나빠지고 할 거라는 말을 하였다. 아내의 상태가 비교적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반복되다가 자리 잡는 것이라며 이상행동이 또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아내가 저를 언제쯤 알아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니 지켜봐야 한다고 대답한다.


  세종에 사는 친구가 "아내 아직도 너를 몰라보냐?"라고 물어보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니 "치매 걸려도 알아봤다 못 알아봤다 할 텐데 세 달이 다 되도록 어떻게 한 번을 못 알아보냐?"라고 말하며 영회 속에서나 나오는 일이라며 노트북 영화를 한번 보라고 한다. 영화 볼 기분 아니라고 하니 좋은 영화니 꼭 보라고 한다.

  치매에 걸려 남편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아내가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아내의 병실을 매일 문하여 책을 읽어주는데 책의 내용은 젊은 시절 아내와의 사랑 이야기였고 그런 과정에서 아내의 기억이  잠시나마 돌아와 남편을 알아봤다 다시 기억을 잃어버리는 등의 내용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막막하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노년의 부부인데 내 아내는 50대 초반 난 50대 후반의 나이로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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