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와 사랑 May 11. 2024

교도관생활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건 4

  "조계장 저거 뭐야?" 아침 7시경 야간근무를 마쳐 갈 무렵 팀사무실에서 각사동 복도 영상을 보던 중 조계장 관할인 1수용동 상층 복도에 사복차림 남자 2명의 모습이 보였고 그들은 사동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계장이 황급히 달려가 확인해 보니 박근혜 정부 창조벤처 관련수용자 K의 거실을 검찰수사관이 압수수색하러 왔는데 조사실 직원이 팀사무실에 말도 안 하고 곧바로 사동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나는 몹시 불쾌했지만 내 관할이 아니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며칠뒤 조사실 직원에게 관할팀장에게 말하지 않고 불쑥 사동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였다. 압수수색 결과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었으나 조그마한 달력에 4일 간격으로 동그라미를 쳐놓았는데 1부 근무날이었고 CC -TV 확인 결과 1부 야근 근무자인 신규직원 J가 카이스트 대학원 동문인 J를 거실에서 불러내 수시로 상담하였고 토요일이나 휴일 주간근무땐 K를 거실에서 나오게 하여 몇 시간씩 담당실에서 얘기한 장면이 포착되었다. 조사실에서 J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를 받지 않고 대기하는 시간 동안 J는 조그만 휴게실에서 대기하였는데 같은 부 직원들도 J를 멀리하였고 유일하게 J와 말을 섞고 있는 직원은 J와 같은 팀 선배직원 D로 주관이 확고하여 자신의 생각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수용자들에게 엄격하였고 직원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훗날 J가 구속되자 영치금 50만 원을 넣어주어 J의 사건과 연관되지 않았나 의심을 사기도 했는데 누구보다 J와 많은 얘기를 나눈 직원으로 후배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자 순수한 마음으로 한 행동이었다.


  조사실에서 J에게 전화통화 내역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J가 제출을 거부하였고 내가 휴게실에 혼자 있는 K에게 휴대폰을 근무지에서 사용한 사실이 밌냐? 고 물어보자 K는 가져간 적은 있는데 전화를 걸은 적은 없고 어머니에게 온 전화를 받아 바로 끊은 적은 있다는 말을 하였다. 그것 때문에 징계받을까 봐 통화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냐? 고 물어보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사실에서는 J가 K수용자에게 휴대폰을 사용하게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여 검찰에 수사의뢰하였고 검찰에서는 J를 곧바로 구속하여 J는 교도관에서 수용자로 바뀌게 되었다. 상급자들이 특검팀에서 수사하던 박근혜 창조벤처 K와 관련된 사건이라 혹시나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했던 것 같다.


  J가 구속되던 날 내 근무날이라 검찰에서 데려온 J의 신분대조를 하고 수용자복으로 갈아입히는 입소 절차를 내가 진행하게 되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J는 여러 가지 죄명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어느 토요일 접견팀장으로 근무하던 나는 접견장으로 들어오는 수용자들 속에서 J를 발견하고 연출 직원에게 접견을 마친 후 J는 내가 직접 데려다줄 테니 남겨놓고 다른 수용자들만 데려가라고 한 후 누나들과 접견을 하는 J를 보고 있는데 J가 엄마 소식을 물어보자 "너 때문에 쓰러져 누워 있어"라고 말하며 울고 있었다. 아들에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수용자의 신분이 되어 충격이 컸던 것이다. J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변호사 선임 건 등에 대해 부탁하자 누나 중 한 명이 돈이 어디 있냐? 고 소리쳤다.


  접견을 마친 후 J를 사동까지 데려다주는데 J가 내게 고맙다며 기소된 것들 중 다른 것들은 모두 혐의를 벗었는데 근무일지에 순시 안 돌고 돌았다고 작성하여 허위공문서 작성, 직무태만 등 사소한 것만 남아 2심에서는 집행유예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였고 J의 말대로 중대한 혐의는 인정되지 않고 근무일지 관련 등만 유죄로 인정받았지만 형량은 그대로 징역 1년 6월이었다.


  세월이 흘러 보안과장이 바뀌어 새로 왔는데 J의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고 내게 물어 신규교육도 받지 않고 근무지에 투입된 6개월도 안된 직원에게 자체 징계면 충분한 사건이었다고 말하자 보안과장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어떻게 징계건을 검찰에 넘겨 젊은 직원의 인생을 망가뜨리냐? 며 분개하였다.

  J가 자체 조사받던 시기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혹이 난무하였는데 통장 잔액 3천만 원이 수용자 K에게 받은 것 같다. 근무지에서 K에게 휴대폰을 주어 사용하게 했다는 등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재판 결과 인정된 죄명이 자체 징계 사안이라 양식 있는 보안과장이 내게 다가와 내 생각을 물어본 것이었다.


   8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비록 나와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자체 징계 교육으로 이끌어줄 수 있었던 신규직원을 파멸시킨 사건을 잊을 수 없다.


  힘없는 조직의 비겁한 지휘관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린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교도관생활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건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