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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Apr 01. 2022

얼마나 아팠으면 가족사진을 찢어 버렸을까(탑정호 낚시)

  친구와 낚시를 가기 위해 금요일에 휴가를 낸 후 목요일 저녁 탑정호에 들어갔는데 물결이 너무 심하게 출렁여서 찌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밤 12시쯤 다음날을 기약하며 텐트에 들어가 자다 4시쯤 나와 보니 붕어는 한 마리밖에 안 걸려 있는데 낚싯대 4대가 모두 엉켜 있었다. 그새 붕어 떼가 들어왔었던 모양이다. 도저히 풀수가 없어서 줄을 모두 잘라낸 후 낚시줄을 다시 매서 던져놓고 기다리는데 햇살이 눈부신 맑은 날씨인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 낮 낚시를 도저히 할 수가 없어 텐트에 들어가 눈을 붙이고 있는데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낚시를 하던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군복을 입은 친구가 어머니, 형, 조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카톡으로 왔는데 1984년 사진인데 엄마와 형,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파 찢어서 쓰레기통에 넣었다가 차마 버리지 못하고 다시 주워서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사진을 찍어 놓았다는 친구의 설명이었다.

 

  친구의 아픈 가족사를 잘 알고 있는 내 마음도 촉촉이 젖어들었다. 한편으론 힘들게 살아온 친구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어주지 못한 미안함이 죄스럽게 밀려왔다.

생각해보니 나는 친구도 아니었다.

 

  지난 세월 돌아보니 친구에겐 어머니도 형도 모두 아픔 그 자체였다. 지금은 모두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친구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지나온 순간순간들이 모두 회환으로 사무치게 남아 있으리라. 누나와 형의 극단적 선택, 오랜 병환끝에 돌아가신 어머니  순탄치 않았던 친구의 삶...... 그리움과 미안함이 사진을 찢게 만들었던 것이다.

 

  신앙이 없었더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프고 힘든 인생을 살아왔던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나를 낚시터로 끌어내 내 지친 삶을 위로해 주고 있다.

 

  26년 전 오원저수지, 오죽헌지를 그리워하듯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탑정호를 이야기 하는 날도 있으리라.

 

  친구와 나는 먼 훗날에도 어느 낚시터에선지 모르지만 낚싯대를 담그고 텐트를 편채 세상 욕심에서 벗어나 함께 세월을 낚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돌이켜보니 수많은 낚시터를 돌아다녔다. 낚시터마다 함께 다닌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이 남아 있기도 하다.

친구에겐 돌아가신 형과 함께 다니던 충주호가 가장 큰 아픔이고 나와 함께 다니던 오원저수지가 가장 큰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아픈 시절 틈만 나면 낚시가방과 텐트를 ​들고 찾아갔던 오원저수지와 옥산강......

친구로 인해 알게 되었던 그곳이 친구와 내게 가장 큰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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