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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Sep 07. 2022

술에 대한 소회

  교도관 생활을 하다 보면 술 때문에 일어난 범죄들을 너무도 많이 보게 된다.

  술로 인한 살인, 성폭행 등 흉악범죄가 수도 없이 일어나고 술로 인해 망가진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술을 경계하지 않는 세태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패가망신해서 노숙자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고 벌금을 내지 못해 들어온 노역수들 중 상당수가 술에 찌든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다. 술 먹을 돈은 어디서 생겼는지 하루에 두병씩 마셨다는 사람도 있고 교도소에 수용되어 며칠 술을 마시지 못하면 금단현상이 일어나 벌레가 기어 다닌다고 창살에 매달리고 아무도 없는 허공에 큰소리로 욕을 하고 문을 발로 차는 등 희한한 행동을 한다. 증상이 3일 정도 지속되며 정상으로 돌아온 후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노역자를 수용하는 사동에서 밤새 난리를 쳐 주간 근무자에게 인계하며 조심하라고 했더니 증상이 나타나기 전 고분고분하던 상태만 생각하고 문을 열고 왜 그러느냐? 고 말을 걸다가 노역수가 던진 그릇에 맞아 이마를 꿰매는 부상을 입은 직원도 있었다. 금단현상이 일어나면 진정실이나 보호실에 수용하고 증상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주는데 경험이 짧은 직원들이 애써 진압을 하려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수용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인들도 술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알코올 중독에 걸렸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 중 이런 사람도 있었다.

  월요일에 동료들한테 술 한잔 하자고 해서 반응이 없으면 그냥 넘어간다. 그때까지는 기분이 좋다.

  화요일, 수요일에 다시 술 한잔 하자고 해서 반응이 없으면 다른 사무실 사람들한테 전화를 한다. 그때도 술친구를 만들지 못했을 때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목요일, 금요일에도 함께 술을 마실 사람들을 찾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며 심각한 반응이 나타난다. 내 주변 사람들 중에도 며칠 동안 술을 못 마시게 하면 수용자들처럼 금단현상이 나타날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자신들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에서

 “술을 좋아하는 것은 다 객기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를 맑은 취미로 잘못 생각하는데,

  술 마시는 버릇이 오래 가면 게걸스러운 미치광이가 되어

  끊으려 해도 되지 않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마시면 주정 부리는 자가 있고,

  마시면 말 많은 자가 있으며,

  마시면 잠자는 자도 있는데,

  주정만 부리지 않으면 폐단이 없는 줄로 여긴다.


  그러나 잔소리와 군소리는 아전이 괴로이 여길 것이요,

  깊이 잠들어 오래 누워 있으면 백성이 원망할 것이다.

  어찌 미친 듯 소리 지르고 어지러이 떠들며 넘치는 형벌과 지나친 곤장질만이 정사에 해가 된다고 하겠는가? 수령이 된 자는 술을 끊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술을 끊고 여색을 멀리하며 노래와 음악을 물리쳐서

  공손하고 단정하고 위엄 있기를 큰제사 받들 듯할 것이요,

  감히 놀고 즐김으로써 거칠고 방탕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라며 술을 경계하고 멀리할 것을 경고했지만 우리 사회는 술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글일 수도 있지만. 공직사회에서도 술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난다. 성관련 범죄를 비롯하여 폭행, 음주운전 등......


 "회식은 망국의 지름길이다."라고 외치며 술을 경계한 기관장이 있었다. 극단적으로 회식을 회피하며 술을 경계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회식이라는 이름의 술자리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고 정상적이지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퇴근길에 천변길을 따라 역 뒤쪽을 지나 집으로 가는데 노숙자 한 명이 소주병을 손에 들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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