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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Sep 06. 2022

무기수 J의 선물

원예 치료

  2014년 C교도소 ㅇㅇ작업장 담당을 할 때 빨래 건조장 한쪽 벽에 화분을 갖다 놓고 수용자들이 토마토, 고추 등을 키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었는데 수용자들이 정성스럽게 물을 주며 관리하였다.

  특히 무기수 J가 도맡아 물을 주며 자식을 대하듯 정성스럽게 관리했는데 그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다. 세월이 흘러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화분을 갖다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뿌듯해했는데 어느 날 무기수 J가  빨갛게 익은  토마토 하나를 들고 와 다른 수용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잠시 후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평소 애지중지하며 키운 토마토를 당연히 본인이 먹을 줄 았았는데 첫 번째 수확은 주임님 것이라며 나에게 가져온 것이었다.


  "당신들의 땀과 노력으로 얻은 것이니 당신들이 주인이고 당신들이 먹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극구 사양했건만, 말을 듣지 않고 "주임님께서 여건을 조성해 주시고 배려해 주셨으니 당연히 주임님이 드셔야 한다."며 책상 위에 놓고 가기에 토마토를 들고 나이 많은 수용자들에게 주려 했더니 아무도 받지 않았다.


  평소 삐딱하고 말도 까칠하게 했던 무기수 J였던지라 그의 행동이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공장의 최고 어른이신 주임님께서 먼저 드셔야 한다며 정중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진심이 느껴져 받긴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먹을 수가 없었다.

  뿌듯한 마음에 휴게실로 가져와 사진을 찍고 직원들에게 자랑하며 며칠간 소중하게 보관하다 맛있게 먹었던 의미 있는 토마토......


  토마토 사진을 보니 그때 그 얼굴들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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