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

by 거북이

2024년 고영희 작가님과 다섯여명 정도가 새벽에 줌으로 모여 글을 썼습니다. 매일 다양한 주제의 칼럼을 읽고, 칼럼에 나오는 키워드와 연관된 글을 쓰거나 혹은 이미 쓰고 있는 글이 있다면 이어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새벽시간 동안, 저는 생생해졌고 충만해졌습니다. 종종 야근까지 병행해야 하는 직장생활과 아직은 초등학생인 아이의 숙제 봐주기 등 피곤한 일상이었지만, 어느 순간 글쓰기는 제 삶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글쓰기 이전의 제 삶이 흐릿한 실선이었다면, 글쓰기 이후에는 굵고 선명한 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시간은 우리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었으면서도, 동시에 ‘폐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24년 11월 초, <고영희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모임은 각자의 사정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체되었습니다.


중간에 합류했던 저와 C선생님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C선생님과는 전부터 독서모임을 통해 안면이 있던 분이었고 고영희 작가님과의 글쓰기 모임에도 제가 추천 드려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컸던 저와 C선생님은 단 둘이서라도 계속 글쓰기 모임을 이어나가 보자고 했습니다.

일정상 연초부터 이어나갈 수는 없었고, 드디어 3주전부터 다시 줌에서 C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글쓰기 원칙은 간단했습니다.

1. 일주일에 1번, 1시간 동안 (새벽 5시20분부터 6시 20분까지) 줌으로 모인다

2. 칼럼을 읽고 그에 관련된 생각이나 글들을 자유롭게 쓴다

3. 다 쓴 글은 블로그 등 자신이 사용하는 SNS에 올리고 공유한다

그런데 진행중에 제가 ‘다 쓴 글은 블로그 등에 올려달라’고 말한 것이 C선생님께는 강요로 들리셨나봅니다. 글쓰기 시간이 지나고 두어 시간 뒤에 C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새벽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그 시간만이라도 글을 쓰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을 완성해서 SNS에 올리라고 계속 말한다면 우리가 더 이상 함께할 의미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살짝 당황했습니다. 평소 한편의 짜임새 있는 글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고영희 작가님께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라고 항상 말씀하시기도 했고요. C선생님은 또 ‘칼럼과 관련한 키워드로 주제를 잡아 글을 쓰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단 몇 줄이라도 쓰면 좋겠다’ 라고 제안하셨습니다.

선생님께는 ‘저부터가 임시 저장된 글들이 많아, 글을 꼭 완성해라 마라할 권리가 없어 절대 강요가 아니었음을 알아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제안하신 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쓰고 있는 주제가 있어 꼭 칼럼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도 말씀드렸습니다.

칼럼 글을 읽고 당장 칼럼과 관련된 내용의 글을 쓸 수는 없지만 (아침 짧은 시간동안, 임시저장된 글을 하나 더 늘리게 되는 지라), 읽은 칼럼 글들이 언젠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자신만의 글로 탄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귀한 새벽 시간, 그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혼자하기보다는 함께 했을 경우 강제성이 부여되므로 글쓰기의 흐름을 어떻게든 이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똑같습니다.


하지만 방법적으로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짜임새 있게 완성된 한 편의 글’에 초점을 두었고, C선생님은 ‘단 몇 줄이라도 그 시간동안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결코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렸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방법적으로 다른 것일 뿐인 것을 기어코 ‘옳고 그른 것’으로 만들고 말았던 그동안의 방식에 깊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아무쪼록 우리들의 글쓰기 시간이 서로에게 충만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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