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이 특별이 되는 순간

by 나미나미

오늘 새벽, 너는 잠에서 깨서 여느날과 다름없이

“엄마~아빠~”

그래,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은 아침 풍경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우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방 문 앞에 짜잔- 하고 나타난거야.


엄마는 오늘 일찍 출근하는 날이라 양치 중이었고,

아빠는 침대에서 막 일어나던 참이었는데

"엥?!!"

"뭐야?"

하고 놀라버렸지.


너는 어느새 침대가드의 닫힌 지퍼를 내리고,

닫혀있던 방문을 열고

엄마 아빠를 찾아올 수 있을만큼 큰거야.


그리고 "엄마, 아빠 깜짝놀랐지?"하는 표정으로

헤실거리며 서 있는 너.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몇번이고 너를 꼭 안아주었어.


남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일상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순간이 됐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식자랑 일화 하나쯤은 달고 사는 이유를 알 것 같아.

기억도 안 나는 시절 이야긴데,

수십번, 수백번 들어서 마치 직접 기억하는 것처럼 생생해지는 이야기 말이야.


예를 들어,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시지.

'남희는 4살 때 한글을 다 떼서, 책을 줄줄 읽었어.

천재인 줄 알았다니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시고,

'내가 너 애기 때 친구들 모임에 데리고 갔는데

똥을 한 무더기나 쌌더라고. 그런데 울지도 않고 가만~히 있어서

집에 와서야 알았잖아'


엄마는 고모할머니랑도 친하니까, 고모할머니는 종종 이런 얘기를 꺼내신다.

'지하철에 구걸하시는 분이 내 앞에 손을 내밀고 가만히 있길래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남희가 들고 있던 과자를 손에 올려놓은거야.

그러니까 그분이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고 가시더라고'




예전에는 이런걸 '팔불출'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아.

우리가 그런 엄마 아빠가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


엄마는 무리에서 말을 많이하기보다 듣는 걸 좋아했고,

가진 걸 드러내기보다 낮추는게 익숙한 사람이란 말이야.


그런데 너와 겨우 18개월 함께했을 뿐인데

나의 인생 31년 동안의 어떤 이야기보다, 너에 관한 일화가 차고 넘쳐.


하물며 나와 31년 함께한 우리 부모님에게는

훨씬 많은 특별한 순간들이 있었겠지.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봤어.


'내 아기가 천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정상발달' 과정입니다.


읽고 깔깔 웃었지 뭐.

세상의 모든 부모들 눈에 제 자식이 특별하니까.


아무것도 아닌 일화들이 내 삶을 가득 채우는 특별한 순간들로 변하거든.


덕분에 엄마는,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이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더 깊게 느끼게 되었어.

세상을 조금 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환이야,

엄마가 너를 아주 특별하게 사랑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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