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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창조력에 대하여

너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by 민들레홀씨
에드워드 호퍼 'Rooms by the sea(1951)'

그래서 도대체

당신에게있어 육아의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학습된 언어'라고 답할 것이다


학습된 언어라 함은 무엇인고하니

누적된

세포에 세겨진

무의식적인 반사작용으로 나오는

의식과 감정의 흐름대로 내뱉는

오랜기간 학습되어버린 말이다


흑백을 가르는 극단적이고

생각의 체로 거르지 않은 날것의 거친

내 말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독단적이며

기준없이 기분에따라 부풀리거나 무시하는 감정표현

뿌리는 경상도 사투리라고 탓하고 싶으나

학창시절, 직장생활, 연애, 결혼생활

일면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화끈하고 뒤끝없으며 시원시원하다는 평가는

그런 언어의 세계를 더욱 굳건히 해주었다


아이를 낳고 신생아의 시절이 지나고

말을 배우는 즈음부터

나의 육아는 조금씩 병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이가 커서 대화가 될 때까지 몰랐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명령의 반복이었고

아이들의 마음은 점점 시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의 말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알게된 순간

희뿌연 안갯속에서 방향을 잃고

우뚝 서버린 기분이었던 것 같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와 살처럼 붙어있는

말을 바꾸어야 한다니

그건 마치 혈액 투석과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을 키우고 나름 건강하게 지켜온 혈액이

알고보니 썩은 피였으니 바꾸어야한다는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말


혹, 변화가 필요하다면

사투리를 서울말로 바꾸 듯

억양이나 말투의 조그마한 변화만 주면 된다는 생각

고약한 발꼬랑내가 진동하는 발을 가지고도

침대 위에서 양말벗기와 같은

이런 안일하고 안일하고 무지무지 안일한 생각이

육아의 어려움에서 탈피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으니




천체사진공모전 대상작 'NGC7331과 외로운 은하들의 춤'


마더와이즈는 총 8회의 모임을 갖는

2개월간의 훈련으로 진행되었다

그 첫째주의 첫주제는 '말씀'이다


말씀의 기록이 성경이기에

즐거이 묵상하며 교훈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말의 '능력'라는 측면으로 화제를 전환하며

나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지

그런데 하나님은 어떻게 창조하셨을까

성경은 아주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말씀'으로 창조하음을





천체사진 공모전 동상 수상작 '호수마을의 은하수 파노라마'


신이 한 가정에 엄마를 보내어

자녀를 보살피고 사랑으로 자라게 하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둘이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엄마의 존재는 아이에게 우주와도 같기에 어쩌면 신과 같은 존재이다


신이 말씀으로 만물을 창조하였 듯이

한 사람이 구사하는 말은

그 사람의 세계, 언어라는 우주를 보여준다고 한다

단순히 지식이나 어휘력을 넘어서

말에 묻어나는 표현력, 감정, 배려, 분위기 등

결국 어떻게 말하는지 뭘 말하는지를 보면

아 대략 어떤 사람이구나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문득

나는 아이에게 어떤 세계를, 우주를 만들어 주었을까

하는 생각에 숙연해지고

마음이 아파온다

너가 말을 할 수 있도록 내가 가르쳤는데

어떤 말을 들려주고 해주었나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앞서 마음이 먼저 떨려오며 눈물이 난다


가시박힌 나의 말을 들으며

조그마한 너의 우주는

어떤 색깔을 띄고 어떤 날씨였을까

그래서 너는 무채색의 그림만을 그렸던 걸까




[마더와이즈 지혜 P48]
하나님 말씀은 대단히 강력해서 그분의 말씀만으로 우주가 창조될 수 있다. 그분의 말씀이 얼마나
창조적인지 흑암의 깊음에서 세상이 창조되었다.
그분의 말씀이 그렇게 강력하고 창조적이라면
그 말씀은 우리 삶에서 무엇을 하실 수 있을까?


나의 삶에서

하나님의 강력한 창조의 능력으로

따뜻하고 다정하며 넉넉한 엄마의 마음이 창조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간절하게 하게 되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같이

내 발에 등이요, 길에 빛이니이다 고백했던 다윗처럼

말씀의 창조력에 의지하여

나의 오래되고 낡은 언어가 바뀌기를

그리하여 아이의 우주가 다시 반짝이는 빛을 되찾기를

나의 말을 다듬고 변화시켜 정결하게 되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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