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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영 Aug 26. 2024

독서생활_수용, 변화, 확장




나의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어릴적인데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생이었을 거다.

당시 침대 머리 맡에는 책을 꽂아놓을 수 있는 책장이 딸려 있었는데 그 책장에는 위인전집이 꽂혀있었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중학생정도 되니 혼자서 서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오니 하루는 엄마가 책 그만 사라했던 기억이 난다.

'수학귀신', '모모', '수학이 또 수근수근'을 읽었던 생각이 난다.


나는 공부에 열의가 없는 학생이었지만 도서관을 좋아했고 책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는 여름방학 때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집 근처라고 해도 버스로 15분 정도 가야하는 거리였는데,

내려서도 언덕길을 올라야 해서 땡볕에 땀을 잔뜩 흘리고 도서관에 들어서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어찌나 좋은지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히며 봤던 책은 '삼국지',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책상에 앉아서는 주로 숙제하거나 문제집을 풀었다. 

독서실은 매일 갔지만 도서관을 방문한 기억이 없다. 


그 이후 대학생이 되어 대학교 도서관에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다.

과 분위기는 책을 읽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공부를 안하는 과라는 의미보다는 전공공부만 하는 분위기였다.

전공 공부만으로도 다들 벅찼을 거다.

하지만 나는 1학년 1학기 성적을 받고 나서 사춘기가 또 왔는지 방황을 하기 시작했고, 매일같이 도서관을 드나들며 많은 책을 읽었다. '통섭',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다.

얼마전 만난 대학 동기는 당시의 나를 떠올리며,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 같았어. 왜 그렇게 책을 읽었어?" 라고 말했다. 시선 둘 곳이 책 밖에 없었던 것.


졸업하고는 3교대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책을 읽지는 못하고 편의점에서 '한국경제'를 1부씩 사서 읽었다.

요새는 편의점에서 신문을 안팔지만 당시에는 1부에 500원씩 팔았다.

당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히트를 쳤는데 읽어보지는 못했고 '아프다.' '나 지금 마이 아프다.' 했던 시절이다.


3교대 근무는 1년을 좀 넘기고 나서 종쳤다.

그 후로는 직장에 도서관이 있어서 근무 중 시간이 날 때마다 나만의 아지트라고 여기며 자주 방문했다.

지하철로 통근하면서 '총균쇠'를 읽었는데, 보는 눈도 의식하기가 싫고 무겁기도 해서 4권으로 분권을 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동료들과 연극을 보러 갔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그리고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책을 읽었다 안 읽었다 했었다.

좀 힘들다 싶으면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고, 좀 바쁘다 싶으면 일에 매진하는 시기였다.

지금의 신랑과 연애하면서는 바빴는지 책에서 손을 놨다.


신혼생활은 매주 도서관의 연속이었다.

책과 거리가 먼 신랑이지만 고맙게도 매주 주말마다 나와 동네 도서관에 함께 가주었다.

매주 토요일에 도서관 갔다가 집에와서 떡볶이를 해먹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영화 한 편 보며 잠이 들었지. 

신혼 때는 주로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과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곁다리로 자기계발 서적을 종종 읽었다. 소설과는 담을 쌓은 시기였다.


그리고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는 어마어마한 육아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매일 의사 하정훈의 삐뽀삐보 119 소아과 책을 읽고 퀴즈를 만들어 신랑에게 풀어보라고 주기도 하고

태교로 '코스모스' 원서 읽기를 도전했는데, 실패로 끝났지만 내 가슴 속에 여운이 남아있다. 


첫 아이 출산 이후에도 육아서적을 많이 읽었다.

6개월 전까지는 아이가 낮잠도 자주 자기 때문에 옆에 누워서 책 읽을 시간이 많았다.


점차 낮잠이 줄어들면서 책과도 멀어지는 시기도 생겼다.

그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거나 힘든 일이 생길 때면 도서관에 가곤 했다.

나의 힘든 사정을 책이 들어주는 것 같았다. 책을 읽다보면 다 해결되어 있더라. 


그러다 아이가 2살, 3살 되니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10권씩 읽었다고 치면 (더 읽기도 하고 덜 읽기도 했으니까) 6000권은 읽었겠다.

그렇게 아이와 책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아이가 6살쯤 되니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책이 다 무슨 소용인가, 세상을 봐야지' 하는 마음에 동화책 읽기를 멈췄다.


그리고 책육아는 그만두고 살금살금 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영어공부 한답시고 Danielle Steel 책을 19권 정도 읽었고,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싯다르타, 아직도 가야 할 길, 절제의 기술, 숲속의 자본주의자 등이 있다.


이것이 나의 38년간의 독서생활을 요약한 것이다.

뭐 이런걸 다...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쓰고 보니 참 좋다.


아직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은 아니지만, 

누군가에 '나'도 포함된다면 '나'는 확실히 위로를 받았다는 점에서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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