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소영 Aug 14. 2024

애도 낳았는데 뭐가 무서워?

작년 건강검진의 마지막 코스는 유방암 검사였다.

사람마다 고통의 크기가 다르다고 하던데 무서웠다. 

미래에 유방암에 걸릴 사람인지 아닌지, 현재 내 유방에 암 덩어리가 있는지 아닌지 지금의 나는 너무나 괜찮은데 꼭 검사 해야해?


유방암 검사실 앞의 안내문이 나를 한 번 더 망설이게 한다.

특정 나이 전에는 매년 검사를 받으면 방사선 노출량이 커지니 권장하지 않는단다.


그럼 안받아도 되나? 안 받는 것이 나으려나? 내 나이는 받아야 하는 나인가?

만으로 몇살인가? 내 나이가 몇 살이지?


옆자리 앉아계신 아줌마가 물으신다. 아무래도 내 다음 차례이신가보다.

"뭘 그렇게 읽어?"

"아프다고 해서 검사 받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어요."

"뭘 고민해~ 안아파~ 애 낳아봤어요?"

"네."

"그런데 뭐가 무서워~ 하나도 안 아파~ 받아~"

"..... 방사선 노출 된다고 하는데요?"

"방사선 노출 되기 싫어서? 금방 끝나~ 받어~"


나는 알겠다고 하고 순서를 기다린다.

곧 내 이름이 불리고 들어가서 쭈뼛쭈뼛 검사원 주위를 맴돌며 중얼거렸다.


"아~ 안 받으실거에요?"

"네."


검사실 직원은 안 찍는 이유는 알고 싶지 않고 안 찍을거면 빨리 나가라는 눈치다.

서둘러 나왔다.


'애 낳아도 무섭다고요. 하기 싫은 건 싫은거라고요.'



.

.

.

.

.


문자가 온다.

올해는 무료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애 낳은 사람이라 더 무섭다.'






나를 용감하게 하는 건 뭘까.?

나를 용감하게 하는 건 오로지 아이다.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용감해진다. 내가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을 때 용기를 낸다.

아이를 위해 우주에 있는 용기까지 다 끌어다 쓰고, 집에서 바깥세상은 무섭다고 빌빌대는 나는 찐따다.









*찐따라는 단어에 영감을 주신 연우님께 감사해요.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 책 읽기를 중단한 나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