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강검진의 마지막 코스는 유방암 검사였다.
사람마다 고통의 크기가 다르다고 하던데 무서웠다.
미래에 유방암에 걸릴 사람인지 아닌지, 현재 내 유방에 암 덩어리가 있는지 아닌지 지금의 나는 너무나 괜찮은데 꼭 검사 해야해?
유방암 검사실 앞의 안내문이 나를 한 번 더 망설이게 한다.
특정 나이 전에는 매년 검사를 받으면 방사선 노출량이 커지니 권장하지 않는단다.
그럼 안받아도 되나? 안 받는 것이 나으려나? 내 나이는 받아야 하는 나인가?
만으로 몇살인가? 내 나이가 몇 살이지?
옆자리 앉아계신 아줌마가 물으신다. 아무래도 내 다음 차례이신가보다.
"뭘 그렇게 읽어?"
"아프다고 해서 검사 받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어요."
"뭘 고민해~ 안아파~ 애 낳아봤어요?"
"네."
"그런데 뭐가 무서워~ 하나도 안 아파~ 받아~"
"..... 방사선 노출 된다고 하는데요?"
"방사선 노출 되기 싫어서? 금방 끝나~ 받어~"
나는 알겠다고 하고 순서를 기다린다.
곧 내 이름이 불리고 들어가서 쭈뼛쭈뼛 검사원 주위를 맴돌며 중얼거렸다.
"아~ 안 받으실거에요?"
"네."
검사실 직원은 안 찍는 이유는 알고 싶지 않고 안 찍을거면 빨리 나가라는 눈치다.
서둘러 나왔다.
'애 낳아도 무섭다고요. 하기 싫은 건 싫은거라고요.'
.
.
.
.
.
문자가 온다.
올해는 무료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애 낳은 사람이라 더 무섭다.'
나를 용감하게 하는 건 뭘까.?
나를 용감하게 하는 건 오로지 아이다.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용감해진다. 내가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을 때 용기를 낸다.
아이를 위해 우주에 있는 용기까지 다 끌어다 쓰고, 집에서 바깥세상은 무섭다고 빌빌대는 나는 찐따다.
*찐따라는 단어에 영감을 주신 연우님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