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남편은 거실에 누워 있었다. 나도 남편을 안으며 누웠다. 아무렇지 않은 척 "왜 준비 안 하고 있었어?"라고 별것도 아닌 말을 했을 뿐인데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이 무겁고 버거웠다.
"오빠. 우리 요양병원에 가지 말까? 그냥 내가 더 열심히 챙겨줄 테니까 그냥 예전처럼 집에서 해볼까?"
남편은 무심한 듯 내 등을 천천히 두드리기만 했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 아이들과 함께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시설을 둘러보니 황토 방에 혼자서 방을 사용하고, 호텔처럼 깔끔한 화장실과 시설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도 병실 침대가 줄지어 있는 병원을 생각했는데 여행 왔을 때 자는 곳 같다며 안심하는듯했다.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건강해서 함께 지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남편을 두고 오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남편과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해도 결국 눈에 맺힌 눈물은 쏟아졌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환자들이 볼까 봐 옷소매로 얼굴을 닦아냈다. 하지만 억눌러놓은 울음소리는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1층 로비에는 저녁식사를 마친 환우분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어서 나는 빠르게 그 자리를 지나쳐 나왔다.
차로 돌아가는 길, 아이들은 내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엄마. 울지 마! 아빠는 건강해지려고 온 거잖아. 와서 보니까 병원이 호텔 같고, 옷도 템플스테이하시는 분들이 입는 거랑 비슷하던데? 그래서 아빠는 진짜 편하게 쉬면서 건강해질 것 같아. 엄마도 아빠 너무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걱정하지 마! 아빠 잘할 거야"
아이들의 위로에 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빠는 잘하겠지. 말 안 듣는 너희들 나 혼자 돌보려니 내 걱정돼서"
아이들은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아버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뭐야~ 나는 위로하려고 했더니 엄마는 은근히 우리를 디스 하네! 엄마 울어서 나도 눈물 나려다가 쏙 들어갔어!"
아이들의 장난에 살짝 미소가 번졌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래도 오늘 하루 잘 지나갔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가져다주니까 내일 또 만나자. 내일의 나야! 내일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