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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보호자의 일상에서 알아차림

아빠의 요양병원

by 하서연

남편을 요양병원에 두고 출발했다. 시골 깊은 곳이라 8시가 되니 온 세상이 캄캄했다. 암흑 같은 시골길을 자동차 불빛 하나에 의지 해서 가는데 차선하나도 사이드미러로 보이지 않았다.


산길을 조금 내려오니 멀리 조명이 반짝이는 도시가 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도시는 남편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첫째가 둘째에게 물었다.
"너는 아빠가 가는 게 슬프지도 않냐. 어떻게 한 번도 안 울어? 아빠가 가면 문제집 검사 안 하니까 좋다고 하더니."

그 말을 듣고 둘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창문밖을 보면서 말했다.
"언니. 다 말로 하고 울고 그래야 속상한 게 아니야. 말 안 해도 마음속으로 다 그런 게 있는 거야."

집에 오자마자 둘째는 먼저 씻으러 들어가더니 물소리와 함께 울음소리가 들렸다. 속상한 마음 훌훌 털어버리도록 실컷 울게 두었더니 다 씻고 나와서 자기 방에 들어갔다. 방에서도 한참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밖에서 둘째 딸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가슴이 녹아내릴 듯이 아리고 아팠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둘째 딸은 안아달라며 두 팔을 벌리고 나와서 한참을 안고 말없이 함께 울었다.


아빠랑 평소 장난만 치고 까불다가 속상하고 슬픈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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