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의 졸업식
너무 작고 조용해서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까 걱정했던 큰 딸이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아침에 깨우면서부터 딸을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품 안에 쏙 들어왔던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만큼 자랐는지 신기하고 대견한 마음에 꼭 끌어안고 이야기하니 딸은 고맙다고 말했다. 딸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현관문 앞에 도착한 꽃다발을 얼른 안방으로 숨겼다. 꽃 포장지가 바스락거려 눈치챈듯했지만, 딸은 웃으면서 모르는 척해 주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남편과 둘이 앉아 지난날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린 듯했다. 생각해 보면 오늘만 있는 특별한 날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하루하루가 모여 만들어졌다. 하루만 있는 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매일 살아가는 축복을 당연하게 여겼던 게 아닐까 싶다.
졸업식은 10시 40분에 시작이라 시간에 맞춰 학교로 갔다. 졸업 가운을 입고 열을 맞춰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니 제법 의젓해 보였다. 딸은 멀리서 엄마, 아빠를 보면서도 아는 체하지 못하고 곁눈질로 보면서 웃음을 참는다. 1년 동안의 학교생활 영상을 보니 딸이 잘 지내온 것 같아 고맙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주책맞게 눈물이 날까 걱정했던 졸업식은 웃음 속에서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점심은 딸이 먹고 싶다던 뷔페로 갔다. 우리 가족은 평소 뷔페나 무한리필 식당을 선호하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다른 거 먹자고 설득했겠지만, 오늘은 딸의 뜻대로 했다. 여전히 두 번 정도 가져다 먹고 나니 모두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아쉬운 마음에 시간을 끌어보지만 더 이상 먹을만한 게 없었다. "뷔페는 다시는 오지 말자"라며 웃으며 이야기하고 계산을 하러 갔는데, 직원이 벌써 누군가 계산을 했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당황해 혹시 잘못된 게 아닌지 물어보고 주변을 둘러봤다. 다시 보아도 계산했을 만한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그때 딸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내가 계산했어."
남편과 나는 깜짝 놀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계산할 생각을 했냐며 오늘 같은 날은 엄마가 사줄 테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딸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뭐라고 하면서 계산했는지 물어봤더니
직원에게 "오늘 졸업식이었는데 엄마, 아빠에게 감사해서 먼저 계산하고 싶다"라고 말했단다.
큰 딸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 같아 더없이 감사한 하루였다. 딸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졸업식 날의 행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