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어도 따로, 따로 있어도 같이
퇴근하고 그를 부르며 스스로도 이유를 몰랐다.
혼자 있으면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어설픈 걱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 혼자 견디는 시간이 더 고통스러웠던 건지.
둘 중 뭐가 정답인지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반계리로 가는 길에 우리는 말을 아꼈다.
말을 하면 상처가 드러날 것 같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서로의 감정이 더 무거워지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있어도 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떨어져 있자니 마음이 더 뒤틀렸다.
아픈 사람 비위를 맞추는 일은 늘 그렇듯
내 마음 한 조각을 어딘가 떼어내는 기분이었다.
그게 싫었지만, 싫다고 해서 안 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 할 뿐이다.
은행나무 둘레길은 한참을 걸어도
우리의 마음을 좁혀주지 않았다.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그는 자기 세계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고
나는 그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의 그림자를 뒤따르는 사람 같았다.
웃으려 했던 건 정말 웃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순간이 너무 서러워 울음을 삼키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웃음이 새어 나오자마자
눈물이 먼저 떨어졌다.
손을 잡고 걸었다.
손바닥은 따뜻했지만, 그 온기가 마음까지 오지 못했다. 우리는 같이 있었지만, 같이 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