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것일까. 잃어 가는 것일까.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바램-노사연
위암 4기인 남편이 두 번의 도박을 하더니, 이번엔 보험 실비로 받은 돈을 코인에 투자해 절반을 잃어버렸다.
병원을 오가며 마음이 마른 낙엽처럼 바스라지고 있었는데, 그가 “잃었다”고 말하는 순간, 남은 결까지 바사삭 부서져버렸다.
부서져 흩어진 낙엽을 다시 맞붙이려 해도,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놓지 못한다.
아이들의 아빠를 남이 되어 먼발치에서 바라봐야 하는 세월이, 지금의 고통보다 더 큰 괴로움일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안다.
우리 삶은 익어가는 걸까, 아니면 힘을 잃어가는 걸까.
파릇하게 자라던 배추에 굵은소금을 듬뿍 뿌려 숨이 꺾이듯, 어쩌면 지금 우리는 절이는 과정 속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축 처져 힘을 잃은 배추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김치로 태어나 사람들에게 환영받듯이.
나도 언젠가 이 시간을 지나면, 새로운 내가 되어 어디서든 사랑받고 빛날 수 있을까.
지금의 내가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니라,
어쩌면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얻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