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영화 첫 몇 장면과 끝 몇 장면을 빼면 거의 90프로 이상 집안, 특히 식탁 위의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종일관한다. 이런 영화가 한국영화에서 있었나 싶다. 식탁에서 음식과 함께 벌어지는 40년 지기 친구 또는 부부들 간의 말이란 편안함과 거침, 질투와 변명, 안락함과 배신, 허영과 부러움 등을 오가며 날카롭게 부딪친다. 그러면서 40년 지기도 부부도 완벽한 타인임을 깨닫는다.
음식과 섹스(성)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서의 공통점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식탁에서 벌어지는 말과 말의 부딪침은 묘한 욕망과 암투를 불러온다. 인간의 욕구를 묘하게 건드리면서 질투를 넘어 나와 너를 이어주는 끈을 끊어 버린다. 그러면서 부부든 친구든 우리는 ‘완벽한 타인’임을 깨닫는 것이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98년 <처녀들의 저녁 식사>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는 영화지만, 이번 영화 <완벽한 타인>은 현대 인간 그 자체라 불리는 휴대폰을 매개로 인간의 정체성과 관계(주체성)를 다룬다는 점에서 아주 이채롭다.
석호(조진웅)과 예진(김지수) 부부 집들이에 온 40년 지기 친구와 그 부인들, 즉 태수(유해진)와 수현(염정아)부부, 준모(이서진)와 세경(송하윤)부부, 그리고 혼자 온 영배(윤경호)는 식탁에서 게임을 한다. 각자 휴대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이후 걸려온 전화와 문자 등은 전부 공개하기로 한다. 모두 자기들은 비밀 없다며 별일 없을 것이라 장담하지만 사실은 공개되면 큰일 나는 자기만의 비밀 한 가지 이상(외도, 성소수자, 투자실패, 이혼 위기의 부부 등)을 다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다. 그러면서 친구 관계, 부부 관계는 파국의 그 끝으로 위태해진다.
한정된 공간, 특히 식탁위에서 음식과 성(性)이, 그리고 불신과 날카로운 말들이 난무한다. 그것도 은밀한 자기만의 비밀이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40년 지기 친구와 부부사이에서 굴욕적이면서 충격적으로 공개된다. 실은 휴대폰과 공개, 이 단어는 조합이 영 맞지 않는 단어다. 현대의 휴대폰은 자기만의 프라이버시한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즉, 휴대폰은 자기 정체성과 다른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을 공개했을 때 벌어지는 파장이다. 이 파장과 파멸을 통해 감독은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 관계는 무엇인가, 라고 묻고 있다. 이 존재와 관계가 음식과 성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능 위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색다른 재미와 묘미를 보여준다.
자기 자신도 완벽히 다 모르는데 어찌 40년 된 친구라고 서로를 완전 알겠으며 부부라고 다 알겠는가. 그것이 인간이란 존재다. 인간은 서로를 속이며 자신도 속여 가며(숨기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이 속에서 벌어지는 관계란… 나는 누구며, 어느 위치에서 누구와의 사이에서 관계 지어 질까? 참 인간이란 어려운 존재다. 아무리 가까워도 말 할 수 없는 비밀 한 가지 이상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인간은 진실로 혼자이다. 그러나 혼자가 아닌 존재이기도 하다(완전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까). 친한 척 친하지 않는, 아는 척 알지 못하는 존재… 그러면서 서로 할퀴고 자기 자신을 생채기 낸다. 관계(주체성) 속에서 나(정체성)를 찾을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영화 제목처럼 인간은 모두가 외로운 ‘완벽한 타인’인 셈이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나는 영화다.
연기자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해 내었다. 뒤틀리고 깨질 듯 깨지지 않는 말싸움과 감정싸움을 잘 한 덕분에 영화는 메시지가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어떤 존재든, 관계가 무엇이든 이런 게임은 절대 하지 말자!!! 월식(시간여행 또는 상상)이라서 다행이지 진짜 이런 게임을 하면 큰일 난다. ^^
개인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