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한 마리 나를 노려본다
몇 년 전 산에서 만남 멧돼지 한 마리
계속 나를 쫓아다니며 노려본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낮에도 밤에도
새벽 한 시, 멧돼지를 피하기 위해 약을 먹는다
몽롱한 나,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깨어있으면 멧돼지가 나를 노려보고 있고
약을 먹으면 내가 나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사람 핏기가 점점 사라져간다
그럴수록 멧돼지는 나를 더욱 무섭게 노려보고 있고
약은 더 많아지고 잦아진다
내가 완전히 나를 자각할 수 없게 되자
더 이상 멧돼지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약의 효능일까, 나는 다시 바쁜 도시 일상을 되찾았다
수많은 채찍을 맞아가면서도
나는 내 배와 덩치를 더덕더덕 찌웠다
동료의 밥그릇을 뺏어가면서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나는 어딘가로 끌려갔다
야들야들하게 부푼 내 배와 몸뚱어리는 딱 알맞았다
사람들의 입맛에
힘들고 불안해도 정신을 차리지 말 것을…
끝까지 제정신이 아닌 나를 향해
멧돼지 한 마리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
♣ 시 후기: 아닌 줄 알면서 현대인들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내며 아등바등 살아간다. 블랙아웃이 올 때쯤 깨닫는다. 이건 삶이 아니라고, 사는 게 아니라고. 조금은 여유롭게, 세상을, 밖을 둘러보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