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 속으로 소리가 끌려들어가 질식하는 오후
지중해 풍 주방에서 내어놓는
상한 공기 모양의 샐러드를 뒤적일 때
쉽게 풀려버리는 수수께끼 같은 표정을 띄운 채,
사람들은 숨을 멈추곤 했다.
적막함을 참지 못한 벽돌에서 진물이 흘러나오던 시대를 그리워하다가
그 시절의 벽은 늘 가루를 풍겼다는 걸 떠올리고는
스스로의 성대를 잘라낸 어느 가장의 일기를 본 적이 있다.
그에게 다다른 대화의 시작은
내가 당신에게 꺼낼 말들의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봐오던 것들과 봐주던 것들에 질려
두 눈을 도려내 으스러뜨려 가루로 만든
그리스의 석상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에게 등을 돌리고 호텔로 돌아가던 사람들의
두개골에서 나오던 소리를 받아 적은 당신의 수기를 읽고
난 두 귀의 달팽이관을 빼내 흐르는 수돗물에 씻었다.
두 다리가 없이 태어난 점쟁이에게
길일을 받아 단어를 포집한 아이와
굳은 폐를 저미며
싸구려 유리구슬 같은 여백을 골라낸 아이가 말을 섞는 밤에
암전의 뜻을 알지 못해 눈 대신 숨구멍을 닫아버린
사람의 얼굴에서 낡아지던 백열등 빛들.